[2022 연말기획] 1. 북한, 전례 없는 미사일 발사…‘선제공격’ 명문화로 긴장 고조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지난달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올해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채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열을 올렸습니다. 8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65발의 미사일을 쏘았고 극소음속 미사일 등 이른바 ‘전략무기 5대 과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특히 핵 선제공격을 시사하는 핵무력 법제화에 나서며 긴장을 고조하기도 했습니다. VOA는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의 무력 도발 양상을 짚어봅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북한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최근 12월 23일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40회에 걸쳐 적어도 65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는 2019년 27발의 2배를 훨씬 넘는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미사일 발사 빈도만큼이나 종류와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1월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초대형 방사포 KN-25 등 이른바 '신형 KN계열 3종 세트'를 모두 선보였습니다.

또 북한은 올해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발사하는 등 2018년 4월 이후 자발적으로 유예했던ICBM 발사도 재개했습니다.

2월 27일, 3월 5일과 1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신형 화성-17형을 쏜 가운데 마지막 발사는 초기 폭발로 끝났습니다.

또 3월 24일 화성-15형을 쏘고는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한국 군 당국 등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달 15일에는 ICBM에 사용할 수 있는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 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 지도 아래 국방과학원의 중요연구소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 추진력의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미한 연합훈련이 진행되던 10월과 11월에는 무더기 발사가 이어졌습니다.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던 미한 연한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10월 31일∼11월 5일) 기간에는 11월 2일 하루에만 25발가량을 쏘는 등 3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특히 이중 1발이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한국 영해 인근에 떨어져 경상북도 울릉군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또 미한, 미한일 훈련에 즈음한 10월 4일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해 일본 열도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번역]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조속히 최대한 경계해 대응할 것입니다.”

지난 10월 일본 도쿄 거리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핵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같은 미사일 시험들을 202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5대 국방 우선순위, 즉 '전략무기 5대 과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They're carrying out this testing to meet the objectives that Kim Jong un laid out at the eighth party Congress in January 2021"

북한의 전략무기 5대 과업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개발 등을 말합니다.

북한은 다음 당 대회가 열리는 2026년 전까지 이 과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제외하고는 5대 과업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They're progressing fairly well with the exception of hypersonic missiles, in my opinion, wasn't a success But everything else, the development of longer range better intercontinental range ballistic missiles, multiple warhead capabilities tactical nuclear weapons, new submarine launch weapons, and, of course the military reconnaissance satellite.”

올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ICBM과 다탄두 전술핵무기, 잠수함발사 미사일 역량, 정찰위성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완성 단계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당국은 실제로 5대 과업과 관련한 실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선 7차례 시도 끝에 지난달 다탄두 장착이 가능한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지난달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최근에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 시험에 성공했다며 내년 4월까지 사실상 발사 준비를 마무리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5대 과업 중 최소 3개 부분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셈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5대 과업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연출하고 있을 뿐 큰 진전이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난 등 다른 영역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국방 분야의 성과를 부풀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Kim really has tried to make it look like he's making progress. And I think in part that's because he wants to go back to the North Korean people and say see how successful I am. Because in most other areas, if you're looking at his economy his food and all those other things, he's been a terrible failure."

베넷 연구원은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유도기술, 핵잠수함, 정찰위성 등과 관련해 북한이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언급할 수준이 아니며, ICBM만 일부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ICBM의 핵심 기술인 재진입 기술과 관련해 "북한이 독자적인 설계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무기 실험의 핵심 목적은 관련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훈련해 실전배치함으로써 전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연쇄 미사일 시험에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North Korea's attempt to drive a wedge in the. U.S. alliance to undermine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nd society so that political warfare and it's blackmail diplomacy is to use increased tensions, threats and provocations such as missile tests to gain political and economic concessions. I think it's really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the main reason for testing is always to advance their programs. You have to test for your weapons to advance them, and then you have to conduct training and so to be able to field them.”

북한이 미사일 시험 같은 도발과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해 미한동맹의 균열을 꾀하고 제재 완화 등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올해 핵무기의 사용을 법령에 명시하면서 핵 선제 사용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지난 9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지휘부가 위험에 처하면 자동적으로 핵타격이 된다고 명시했다"는 내용의 법령을 채택한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핵무기를 '국가 근본이익 침탈 시도에도 사용하겠다'며 핵을 방어용이 아닌 선제 공격에도 사용할 수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은 이미 선제 공격을 포함해 어떤 목적으로든 핵무기를 사용할 역량을 보유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The fact that North Korea was capable of doing this all along just by having nuclear weapons It's capable of using them preemptively if it Wants to and we just don't know, you, to what extent these public statements you know reflect their actual plans and intentions but even if it didn't reflect their plans and intentions, they're still capable of using nuclear weapons that way if they want to. And particularly you know, any country but particularly a country where, you know everything's run by a dictator...”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핵무력 법제화 등 북한이 대외적인 발표가 핵 전술에 대한 북한 정권의 실질적인 계획과 의도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역량을 갖췄다"면서 특히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에선 언제든지 핵 전술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공격을 격퇴하기 위한 핵무기 사용 권리를 항상 유지해왔으며, 이런 입장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They've always reserved the right to use their nuclear weapons to repel an attack on their territory. And so that I think, remains unchanged. "

판다 연구원은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기술 발전을 위한 '실험'이었다면 올해는 상당수 발사가 '훈련 성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함에 따라 대치 시 효과적인 전술을 연습하기 위해 대규모의 미사일 훈련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공격을 위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y're clearly been working offensive for a while even though they waited to announce that. What they did was to go well beyond defensive purposes into offensive, and they've been building weapons ever since the IAEA director..."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추정치가 최소 40개에서 최대 90여 개라면서 이 정도의 규모는 "방어적 목적을 충분히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내년에도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과 관련해 올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미한 연합훈련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I think it's going to be pretty similar to this year. I think we'll see and it really depends on what the US and South Korea also do in terms of exercises because Kim Jong un this summer said power for power and the North Koreans have tried to demonstrate a level of proportionality with regard to how they respond to military activities by the US alliance. But overall I think it'll be pretty similar. We should expect to see continuing progress on the military reconnaissance..."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여름 '강대강'을 강조하며 미한 연합훈련에 비례적인 수준의 대응을 하려고 했던 만큼 내년에도 비슷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미사일 발사 유형에 대해선 군사 정찰위성과 전술 핵무기,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ICBM 발사, 다탄두탑재 역량 실험 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내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 양상은 기술적인 측면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It will be heavily driven by their political calculations as opposed to programmatic factors because, you know, on a programmatic level. you know but it's also clear that that currently Kim does not feel himself sort of dissuaded from conducting missile test. You know the reasons why he froze missile you know long almost five years. clearly that, you know, he doesn't see that set of circumstances right now and he is prepared to engage in missile testing, you know, again for these sort of you know political..."

밴 디벤 전 수석부차관보는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 실험을 단념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약 5년 동안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유예한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정치적 이유 등으로 미사일 시험을 계속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다음은 안보동맹을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를 모색하는 미한동맹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