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4개 NGO, 한국 대통령에 공개서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정상화해야”

윤석열 한국 대통령

세계 24개 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문재인 정권이 무력화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정상화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들을 수사하고 처벌하려면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보존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과 독일 등 세계 17개국 24개 시민사회단체가 11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총리, 외교·법무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국제 강제실종방지협약 가입과 협약의 효과적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 협약 비준동의안이 지난달 한국 국회에서 통과한 것을 환영하면서 한국 정부가 협약 비준과 이행을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내 이행법 제정,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효과적 수사와 기소를 위한 전문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이관된 북한인권 침해 기록을 보존하고 가해자 목록을 준비하는 보존소를 법무부 본청으로 재이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 CSO 공개서한] “Also, the Ministry of Justice’s North Korean Human Rights Archive which prepares the perpetrator cards from the questionnaires of North Korea’s human rights violations administered to the North Korean escapees and transferred to it by the Ministry of Unification’s North Korean Human Rights Records Center under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needs to be returned from the Institute of Justice’s Yongin branch to the Government Complex – Gwacheon and the public prosecutors reassigned to properly support the investigation and preparation of crimes against humanity including enforced disappearance.”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지난 2016년 법무부 본청이 있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 설치됐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사무실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보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는 특히 보존소에 파견된 검사들을 본청으로 돌려보내 활동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한에서 “강제실종 등 북한의 반인도범죄 조사와 준비를 적절하게 지원하기 위해 검사들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지난 2007년 제정된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002년 한국이 비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로마규정에 관한 국내 시행법에 따른 판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제 범죄를 효과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CSO 공개서한] “We point out that there have thus far been no cases brought under the Act on Punishment, etc. of Crimes under Jurisdiction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enacted in 2007, the domestic implementing legislation for the 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which the Republic of Korea ratified in 2002,”

서한 작성을 주도한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11일 VOA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정상화와 향후 북한 인권 침해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데 필요한 법적 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강제실종 범죄를 나중에 처벌하려면 이런 북한 정권의 강제실종 범죄 기록이 잘 남겨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검사들의 파견을 재개해야 합니다. 이것은 실무적이고 행정적 조치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또 향후 강제실종을 포함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가해자들을 수사하고 기소해 처벌하려면 보존소의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지금은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독일은 연방경찰 내에 전쟁범죄를 수사하는 전담팀이 별도로 있고 또 연방검찰 안에 반인도 범죄나 전쟁범죄를 수사하는 전담팀이 있습니다. 이제 한국도 이를 모델로 삼아서 가해자가 체포됐을 때 수사나 기소할 수 있는 전문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시리아 등에서 난민으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전범 가해자와 테러범들을 다양한 근거로 기소해 처벌했지만 한국은 아직 기본적 틀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윤석열 정부가 정말로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려면 최대한 빨리 강제실종방지협약을 비준하고 북한 정권을 비롯한 국제 강제실종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단체들은 이번 서한에 영국과 캐나다, 독일 등 서방국뿐 아니라 스리랑카, 콰테말라, 모로코, 네팔,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파키스탄 등 개발국 단체들도 다수 참여했다며,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본보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