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8일, 브라질에서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건물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며 난동을 부렸는데요. 새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벌어진 사상 초유의 3부 건물 습격 사건에 브라질은 정초부터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브라질 폭동 사태의 전개 과정과 배경 등을 짚어봅니다.
“폭동으로 얼룩진 새해”
2013년 1월 8일 오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브라질리아의 이른바 ‘삼부 광장’에 있는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대법원을 일제히 습격했습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브라질 3부가 대선 결과에 불복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추종자들에게 공격을 당한 것입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추종자들이 조만간 폭동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소문은 이미 며칠 전부터 나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달여 가까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육군 본부 근처에 천막을 치고 군의 개입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말로 가까워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시위대를 가득 태운 수많은 버스와 자동차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브라질의 국기 색인 노란색과 녹색 옷을 맞춰 입은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일요일을 기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에 난입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저지를 시도했지만 몰려드는 시위대에 속수무책 밀리면서 3부 기관의 보안은 허망하게 뚫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물과 기물이 파손되고 고가의 예술작품이나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도 크게 훼손됐습니다.
시위대의 일부는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는데요. 결국 수도가 봉쇄되고 군이 동원돼 시위자 검거에 나서면서 몇 시간 만에 사태는 종료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8일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대법원은 휴무 상태였고요. 의회도 회기 중이 아니고 룰라 대통령 역시 상파울루 방문차 대통령궁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브라질의 모든 법령을 동원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역설했는데요. 하지만 취임 일주일 만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로 룰라 대통령의 지도력이 벌써부터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사태 배경”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결정적인 발단이 됐습니다.
2022년 브라질 대선은 10여 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선거 판세는 보우소나루와 룰라, 두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 구도로 일찌감치 정리됐습니다.
당시 보우소나루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실패 등으로 여론이 좋지 못했고, 대부분의 브라질 국내 여론 조사는 룰라 후보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차 투표에서 룰라 후보는 과반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상위 두 사람이 맞붙은 2차 결선투표까지 가게 됐는데, 여기서 룰라 후보가 50.9%로, 49.1%를 얻은 보우소나루 후보를 누르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8%P 차, 박빙의 승부였다는 점입니다.
선거 전부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전자투표 시스템에 결함이 있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는데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근소한 표 차로 패배했기 때문에 부정선거를 더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헌법을 준수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넘긴 거라는 입장인데요. 이런 그의 행보는 지지자들을 더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폭동 사건이 발생하자 룰라 대통령을 비롯한 브라질 내부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극심한 양극화 현상”
2022년 브라질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에, 좌파와 우파의 대립으로 비치면서 브라질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수면 위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두 사람의 이력도 상당히 대조적인데요. 룰라 대통령은 구두닦이를 전전하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청년 시절 노동 운동에 투신한 좌파 노동운동가 출신입니다.
2002년 대선에 이어 2006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브라질의 경제 성장을 끌어내면서 브라질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 명성을 얻었는데요. 하지만 퇴임 후 재임 시절의 부패 의혹이 불거지면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반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군 장교 출신입니다.
2018년 대선에서 개신교와 보수파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요. 하지만 여성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성 발언과 극우 성향을 드러내면서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종종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남아있는 불씨”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이 있기 하루 전인 12월 31일 출국해 대통령의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30일 이내에 비자 지위를 바꿔야 합니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브라질 송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인 의사당 난입 사태와 닮은 꼴이라는 데 주목하면서 미국 정부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브라질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신병 인도를 공식 요청한다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은 이번 폭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는데요. 최근 병원에서 과거 자상 후유증 치료를 받았다며, 당초 1월 말 귀국하려고 했던 계획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소셜 미디어에 새로운 대규모 시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브라질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주요 공공기관과 주요 시설 보안을 강화했는데요. 여기에 반 보우소나루 세력도 나서서 시위를 벌인다면 새로운 충돌 사태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케빈 매카시 미국 신임 연방 하원의장입니다.
지난 7일, 미국의 118대 하원의장으로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가 선출됐습니다.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닷새에 걸쳐 무려 15차례 투표 끝에 의사봉을 거머쥔 겁니다.
미국의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의 자리입니다.
케빈 매카시 의장은 1965년 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 소방청 부청장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 3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2년제 대학에 다녔습니다. 이때 경매로 산 자동차를 개조해 되팔아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20살 나이에 복권에 당첨돼 5천 달러를 번 적도 있는데요.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해 번 돈으로 작은 가게를 인수해 운영하는 등 일찌감치 장사 수완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학업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마케팅 학사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빌 토머스 연방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2년부터 2006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을 거쳐 2006년 연방 의회에 입성했고요. 2015년에는 처음으로 하원의장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하원 공화당 대표를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9선의 하원의원 경력 중 주요 입법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의 케빈”이라고 부를 만큼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돼 왔는데요. 하지만 2021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후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해 한 때는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매카시 의장은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수습에 나섰고요. 미국 의회와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반대하며 관계 봉합에 나섰습니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요. 매카시 의장은 이번 의장 선출을 통해 드러난 당의 균열을 봉합하고, 민주당을 견제해 공화당의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야 한다는 무거운 임무를 안게 됐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브라질 폭동 사태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케빈 매카시 미국 신임 연방 하원의장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