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대미투자 확대, 미한 이해관계 일치 결과…일부 이견 해소에 시간 걸릴 수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자동차 공장.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라고 미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이견 해소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조지아주에 약 25억 달러를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한화 큐셀의 발표는 조지아주 노동자 가족과 미국 경제에 대형호재”라며 환영했습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한국의 다른 대기업들도 최근 잇따라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 현지 첨단기술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첨단 반도체, 전기차,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바이든, 첨단산업 육성 정책… 한국 핵심 파트너

미국 전문가들은 첨단기술 분야의 미국 내 제조 기반을 복원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한국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에드 그레서 진보정책연구소(PPI) 부대표는 19일 VOA에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제조업, 친환경 기술,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역할을 증진하는 데 매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서 부대표] “The Biden administration’s policies are very focused on trying to develop manufacturing industries and environmentally sensitive technologies and developing the role of the U.S. in semiconductors. Those are areas where Korea is extremely strong and competitive and the Korean companies are thinking about the U.S. as a investment destination is very consistent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s thinking. I think it is also consistent with the Korean government to create a global economy and an exporter of capital, of cars and semiconductor chips.”

미 무역대표부 차관보를 지낸 그레서 부대표는 “이 분야에 한국이 굉장히 강력하고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을 투자처로 생각하는 것은 바이든 정부의 생각과 매우 일치하며, 한국을 국제적인 경제이자 자본과 자동차, 반도체 수출국으로 만들려는 한국 정부의 생각과도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도 이날 VOA에 미국 정부가 제조업 복원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기술 분야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From the U.S. perspective, Korea is a key partner in this endeavor. One, South Korea is one of the leading semiconductor producers in the world. Samsung and SK Hynix, essentially along with Micron a U.S. semiconductor firm, are the leading producers of memory chips.”

스탠거론 국장은 “미국의 이러한 노력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라며 삼성과 SK 하이닉스 등은 미국 마이크론과 더불어 세계적인 메모리 칩 생산 기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삼성, SK, LG는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하고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옮기는 것은 미국 전략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국 제조업 재건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고문을 지낸 기업연구소(AEI)의 클로드 바필드 연구원은 “현재 집중적인 산업정책이 도입됐기 때문에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 모두에 보조금이 많이 제공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필드 연구원] “There's more money involved, and because there's now a concentrated policy, industrial policy, and part of that is subsidies to companies, both US companies and foreign companies. Certainly, there is more money available, given the fact that the United States is now under the Biden administration and certainly for the near term, embarked on a substantial set of industrial policies.”

바필드 연구원은 “일련의 산업정책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 임기를 비롯해 앞으로 한동안 더 많은 가용 자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법제화된 반도체법(CHIPS Act)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으로, 반도체 생산 보조금, 연구개발 지원에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편성했습니다. 또 기업이 반도체와 장비 생산을 위해 쓴 설비투자비의 25%를 세액 공제로 돌려주도록 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향후 10년간 친환경 기술에 3천69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며,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제조시설 등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지난해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함께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IRA 보조금 이견… 중국 의존도 조정 관건

다만 토리 스미스 미국행동포럼(AAF) 국제경제정책 국장은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과 동맹 기업들에 어려움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7천 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 업체가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운데 이 규정을 충족하는 전기차는 없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투자에 나섰지만 공장은 2024년 하반기가 지나야 완공될 예정입니다.

[녹취: 스미스 국장] “The final assembly requirements are still in the U.S. and that’s one of the biggest areas that are troubling especially for Hyundai with their new plant in Georgia. So that’s going to be very difficult. I think maybe the best thing that could probably happen is that they could have a delay of the requirement for an extra couple of years that could give more time for this plant to come online.”

스미스 국장은 “미국 최종조립 요건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으며 조지아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마도 가장 좋은 방안은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최종조립 요건을 몇 년간 유예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미 최종 조립 외에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과 핵심광물도 일정 비율 이상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하는 요건도 있습니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규제 부문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 가장 최고위급에서부터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So I think there will be regulatory fixes that, everybody from the highest levels are working hard on trying to to fix. But I think there also is going to be a congressional fix and that'll take a little bit longer, a little bit more time but when you've got members of Congress who have these major Korean investments, these well-paying job creating investments in their district that they fought hard to get, they want to make sure that they do well and that they grow. So they're not happy about some of these unintended consequences of the IRA either. So we'll get it fixed, but it's going to take a little time.”

오버비 전 대표는 “또 지역구에 주요 한국 투자를 어렵게 유치한 미국 의원들도 IRA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반기지 않고 있다”며 “의회에서도 해결책이 나올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공급망 재편에 나선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향후 대중 투자와 관련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했고,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에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설비 투자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So this is going to be a complex challenge for South Korea. How does it maintain a presence and a technological advantage over Chinese competitors? How does it take and meet the needs of the United States to try and ensure supply chain resilience within the United States? And how does it also adjust to what is likely to become a much more dispersed and regionalized production network that may require actually chips for Vietnam for India for Malaysia and other places, and China playing less of a role in that process?”

스탠거론 국장은 “이것은 한국에게 복잡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어떻게 중국 경쟁자들보다 기술적 우위를 유지할 것인지, 미국 내에서 공급망 복원력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요구를 충족할 것인지,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 점점 여러 지역으로 반도체를 공급하고 중국의 비중은 줄어드는 새로운 생산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앤드류 루이스 수석부소장 겸 전략기술 프로그램 국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첨단기술 투자를 결정한 것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수석부소장] “I think a lot of it has to do more with concern about the desire to not get trapped by China, and strengthen relations with the U.S. and to take advantage of what’s really a dynamic market.”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한국 기업들이 내린 결정의 큰 부분은 중국이라는 덫에 갇히지 않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며 미국이라는 역동적인 시장의 혜택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 추세 계속될 것”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북미와 남미 시장으로 가는 교두보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The U.S. is the market they want to invest and expand. This remains a market for many South Korean companies really putting together not only the infrastructure but facilities and human networks. I think the trend will be continuing in terms of really doing more.”

김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한다며, 기반시설과 설비 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활발한 비즈니스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미국은 시장 규모도 크고 지적재산권이 잘 보호된다며, 미한 자유무역협정이 양국간 무역에서 많은 장애요소들을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Watching through all of the deals through AMCHAM and in just the my 35 years of covering Korea, seeing how those partnerships go and you know not always smoothly either they're in big deals or always bumps but seeing how the bumps are resolved. Yeah, I just am so optimistic about the future and now to have a pro-business government and a pro US government in Seoul, you know, I just think the opportunities right now and with Biden having a clear China strategy..”

오버비 전 대표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에서 35년간 활동하면서 많은 미한 협력 관계를 봤고, 때로는 어려움들이 해소되는 것을 지켜봤다”며, 기업과 미국에 우호적인 한국 정부와 분명한 중국 전략을 세운 바이든 정부가 있는 지금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