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민간 후원 ‘난민 정착 지원 프로그램’ 출범…탈북민들 “맞춤형 지원 기대”

미국 워싱턴 국무부 건물 입구 유리문에 새겨진 국무부 문장.

미국 정부가 민간인 주도로 난민들의 초기 정착을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들은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가 미국에 정착하는 난민을 돕기 위한 민간인 주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국무부는 19일 미국 정부의 난민 수용 프로그램 (USRAP)을 통해 입국한 난민의 초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후원제도인 ‘환영단(Welcome Corps)’을 출범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보도자료] “Groups of at least five individual American citizens or permanent resident adults will be able to apply to the Welcome Corps to privately sponsor the resettlement of refugees in the United States. Private sponsors will be responsible for independently raising funds and directly providing essential assistance to refugees for their first 90 days in their new community. This assistance includes helping refugees find housing and employment, enrolling children in school, and connecting refugees to essential services in the community.”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 등 최소 5명 이상의 성인이 그룹을 이뤄 '환영단'에 지원해 미국 내 난민의 초기 정착을 개별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민간 후원자들이 난민 지원을 위한 기금을 독립적으로 모아 난민들이 새로운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지원을 첫 90일 간 제공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과 일자리 찾기, 자녀 학교 등록을 비롯해 이들이 지역사회의 필수 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난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주로 비영리 난민지원단체와 협력했던 미국 정부가 이제 일반 미국인들도 난민을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는 "환영단은 미국 사회의 선의를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더 많은 난민을 따뜻하게 맞을 수 있는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보도자료] "By tapping into the goodwill of American communities, the Welcome Corps will expand our country’s capacity to provide a warm welcome to higher numbers of refugees."

국무부는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도착한 난민과 후원단의 연계(matching)를 촉진하는 데 집중하고, 후반기부터는 민간인이 후원하기를 원하는 난민을 찾아 USRAP에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탈북 난민들도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탈북민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유엔난민기구가 미국 난민 입국 프로그램에 재정착을 요청한 사례에 해당하는 전 세계 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출신의 사람들도 여기에 해당할 경우 민간 후원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고 재정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정부 고위관리] "If there are people from North Korea within that pipeline, they certainly could benefit from being received and resettled in the United States through private sponsorship."

미국 정부는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까지 난민 5천 명의 후원자를 찾는 것이 목표이며 '환영단' 프로그램 운영 초기에는 유엔과 각지의 미 대사관들을 통해 선정된 난민을 데려올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의 난민 수용 프로그램 (USRAP)을 통해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2006년 미국에 정착한 '1호 탈북 난민'으로 현재 동부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 데보라 최 씨는 정착 초기 정부를 통한 지원단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언어 문제가 쉽지 않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난민들의 국적에 맞는 '환영단'을 연계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도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참여해 보고 싶다고 20일 VOA에 전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한국 분이 같은 언어로 이렇게 세심하게 도와주는 거랑은 다르거든요. 언어가 다르면 커뮤니케이션이 대화가 좀 안 돼서 자세하게 전달하는 게 좀 한계가 있었거든요. 같은 한국 분들이 또 이렇게 그룹을 나누어서, 그러면 저도 기꺼이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같은 우리 탈북민들한테 같은 난민들이 들어오면은 저도 자원해서 도울 생각도 있거든요."

2011년에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해 현재 경제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갈렙 조 씨는 초기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주거 지원비 등이 상당히 빠듯해서 어려웠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교통편, 지역사회 정보 등 사소한 것도 초기 난민들이 힘들어하는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갈렙 조] "난민센터는 워낙 많은 난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맞춤형이 아니고. 지원도 솔직히 말하면 한 달에 200~300불 정도 렌트비로 보조해 주고...일단 난민 센터에 주는 정착지원금이 혼자서 혹은 2명에서 그렇게 아파트를 렌트할 만한 그런 금액이 아니었어요"

그런 만큼 단체의 일괄적인 지원이 아니라 민간 '환영단'이 연계돼 난민의 사정에 맞게 지원해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갈렙 조 씨는 덧붙였습니다.

갈렙 조 씨는 또 "북한 난민에 한에서만 본다면 지금 난민이 들어와서 정착하는 것보다는 난민으로 들어오는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게 문제"라면서, 국무부가 후반기부터 환영단이 'USRAP'에 직접 난민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렙 조] "민간인들이 추천해서 그걸 국무부가 승인하는 게 얼마나 현실적일까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된다면 훨씬 북한 난민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 수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게 바람인 것 같아요."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탈북민이 난민 지위를 얻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에 공식 입국한 탈북 난민은 230명이 채 안 됩니다.

특히 2018년 이후 입국 탈북 난민은 연간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에는 더욱 줄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