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배터리, 원자력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이 우주 영역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폴 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태양계 홍보대사가 밝혔습니다. 윤 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한국의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계획도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엘카미노 칼리지에서 수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 대사를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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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먼저 한국 최초의 탐사 궤도선인 ‘다누리’의 임무는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요?
윤 대사) 지금 다누리는 계속 궤도에 진입해 있는데요. 달의 특성을 이해하는 여러가지 장치가 있는데, 저희 나사가 관심있는 부분은 ‘섀도 캠(ShadowCam)’이라는 장치입니다. (다누리에 탑재된) 여섯 개 장치 중 하나로 나사와 관련된 과학자 9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나사는 2025년 우주인 달 착륙 목표를 갖고 있는데요. 달 착륙 후보지, 특히 남극에 얼음으로 된 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것이 다누리에 탑재된 섀도 캠이라는 장비가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나사 입장에서는 우주인 착륙 후보지에 관한 사전조사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 다누리의 이번 임무가 나사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윤 대사) 가장 중요한 것은 달 남극에 위치한, 태양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구음영지역에 얼어 있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것입니다. 착륙지 후보와 달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람을 달에 보내기에 앞서 사전 조사를 하는 데 상당히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나사는 다누리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과 나사가 협력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있나요?
윤 대사) 우주를 세밀하게 들여다 보는 제임스 웹이라는 우주망원경이 있는데요. 나사가 차세대 버전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우주를 보다 폭넓게 들여다보는 ‘스피어액스’라는 망원경입니다. 이 망원경의 성능을 시험하는 장비를 개발한 곳이 바로 한국천문연구원입니다. 상당히 중요한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계획을 밝혔는데요. 가능할까요?
윤 대사) 현실적으로 가능한 계획입니다. 한국 역시 2021년 아르테미스 협약에 서명했는데요. 협약에 서명한 20여 개 나라들이 협업해 우주 탐사, 달 탐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나사의 우주인들이 2024년 달을 돌고 오고 2025년 달에 착륙하게 되면 남극에 기지를 세워서 영구주둔하게 될 텐데요. 그렇다면 한국이 생각하는 2032년 달 탐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죠. 나사가 현재 목표대로 우주인을 2025년 말 달에 착륙시키고 2030년대 말 화성에 보내 영구적으로 주둔하게 되면 많은 국제협력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한국이 이런 미국의 시간표와 함께 한다면 양국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국이 계획한 시간표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기자) 한국이 지닌 강점이 우주 영역에서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윤 대사) 예컨데 한국의 배터리 부분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주 어느 공간에 가든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주에 사람이 거주하게 되면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텐데요, 나사는 현재 소형 원자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달에 남극기지를 세워 거주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매우 많을 것이기 때문이죠. 이 부분에서 원자력 강국이기도 한 한국과 협업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소형 원자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우주에 사람이 거주하게 된다면 태양열도 중요하겠지만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많을 것이기 때문에 원자력은 꼭 필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미국과 한국이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전지 에너지나 특히 물이 있는 남극에 가게되면 수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한국은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원과 관련해 한국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은 건설업이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우주 기지 건설을 할 때도 한국과 협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주에서는 농업도 많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스마트파밍사업’을 통해 채소 같은 것을 많이 키우고 있는데, 그런 것 역시 우주 공간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한국은 아직까지는 우주 정거장도 없고 우주에 보낸 사람도 없는데요. 한국이 우주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어떤 조치를 해나가야 할까요?
윤 대사) 티어원(1단계) 그룹을 말하고 싶은데요. 이 그룹은 아르테미스 협약에 서명했고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미국과 협업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나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그룹의 국가들과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데, 한국과 같은 티어투(2단계)에 속하는 나라와의 협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성공적인 케이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과의 협업은 상당히 향후 티어투 그룹, 즉 국제정거장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르테미스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과 과연 어떻게 협업을 해나갈지 보여주는 데 상당히 좋은 선례가 돼고, 나사가 국제 협력을 펼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평화로운 우주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나사와 한국의 어떤 협력을 기대하시나요?
윤 대사) 아르테미스 협약이라는 것은 각국이 무엇을 하더라도 서로 보호하면서 보완해줄 수 있는, 이렇게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협약입니다. 지금 90여개 나라가 인공위성을 사용하고 있고, 20여개 국가들이 아르테미스 협약에 서명했는데요. 더 많은 국가들이 협약에 서명하고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중심적인, 또 인권 중심적인 그런 세계적 질서를 아르테미스 협약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인간 활동 지역인 지구 밖의 세계적 질서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또 한 가지 저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 가상 공간의 경제권이 상상을 초월하게 성장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0년 안에는 우주 경제권이 3조억 달러로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희가 4차 산업혁명에 핵심적인 통신이라든지 빠른 연결, 결국은 인공위성과 데이터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소위 말하는 4차 혁명의 핵심이 바로 우주 공간에 있는 정보 처리 능력이 되겠죠. 또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없어지고 있는 자원을 우주 밖에서 찾는다면 그 역시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고, 미국 역시 양국에 이익이 되는 그런 차원으로 모든 참여 국가들에게 공평하면서도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주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폴 윤 미 항공우주국(NASA) 태양계 대사로부터 우주 영역에서의 미한 협력에 대한 견해와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