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6·25 한국전쟁 참전국 터키의 지진 피해 복구를 적극 돕는 모습은 감동적이며 매우 자랑스럽다고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말했습니다. 이들은 참전용사들이 한국과 함께 피를 흘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터키뿐 아니라 대부분의 참전국에 고마움을 표하며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를 열어 지진 참사를 겪고 있는 터키에 긴급구호대 2진 21명과 다양한 구호물품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앞서 지진 피해를 입은 터키 국민을 돕기 위해 긴급구호대 118명을 급파했으며 의약품 제공 등 5백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또 지역자치단체와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터키 국민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터키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형제국임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았을 때 지체 없이 대규모 파병을 해서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형제의 나라가 바로 이 튀르키예입니다. 형제 국가인 튀르키예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돕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14일 서울의 터키 대사관을 방문해 14개 보훈단체가 모금한 18만 달러를 전달하며 터키는 70년 전 목숨을 걸고 한국을 지켜낸 형제국임을 강조했습니다.
박 처장은 특히 “2만 명이 넘는 튀르키예(터키) 참전용사들은 6·25전쟁 당시 전투는 물론, 부대 내 고아원을 운영하는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함께했던 진정한 형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70년 전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튀르키예(터키) 참전용사들이 우리와 함께했듯이, 70년이 지난 오늘 튀르키예(터키) 국가와 국민들 곁에 우리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터키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전쟁 참전국 중 네 번째로 많은 2만 1천 212명의 병력을 파병했으며 전사자 966명, 부상자와 전쟁포로 등 2천 365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에 있는 유엔 기념공원에는 터키군 462구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1975년 이후 매년 ‘터키 참전용사의 날을 개최하고 재향군인회 등을 통해 매년 터키군 참전용사 10~15명과 유가족·후손들을 방한 행사에 초청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터키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전쟁 유엔 참전국들에 “대한민국을 지켜 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다양한 교류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14일 VOA에 10명의 국제협력담당관이 참전국 현지위로사업, 참전용사후손 장학사업, 교류캠프, 참전용사 방한사업 등 다양한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박민식 처장은 올해 연두 업무보고에서 이런 유엔 참전국들과의 교류·지원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데 대한 보답이라며 정전 70주년을 맞아 이런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민식 처장] “자유의 가치로 국제사회와 연대하겠습니다. 이제 22개 참전국을 넘어서 물자 지원국을 포함한 66개국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대상자도 유엔 참전용사 후손, 주한미군 장병 등 미래세대로 참전의 인연을 개선시키겠습니다.”
한국전쟁 최대 파병국인 미국의 참전용사와 단체 관계자들은 15일 VOA에 이런 한국의 모습을 보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워렌 위드한 한국전 장진호 참전용사협회 회장은 터키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위드한 회장] “That's very, very positive. I admire, respec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nd the South Korean people. The difference between 1950 and now is astronomical. They always had driven determination and imagination and wanted to work hard. I love them. I've fought for them. I've shed blood. So my blood is mingled with the blood of Korea.”
위드한 회장은 “1950년과 지금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며 “한국인들은 항상 추진력과 창의력을 갖고 있었고 열심히 일하기를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두 달여 만에 부산에 도착해 낙동강 전투와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전투, 흥남철수를 겪은 뒤 해병대 대령으로 예편한 위드한 회장은 전쟁 당시 “한국인들을 위해 싸우고 피를 흘렸다”며 자신과 한국의 피는 섞여 있다면서 긍지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다른 참전용사들도 마찬가지라며 1950년 8월 부산에 도착했을 때 한국은 거의 사라졌고 일부는 한국이 48~72시간 안에 공산군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유엔군의 참전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버지니아주 북부 애난데일에 사는 위드한 회장은 자신이 한국의 인도적 지원을 평가할 자격은 없다면서도 거듭 한국인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나타냈습니다.
위드한 회장의 말은 한국이 참전국에 감사를 표시할 때마다 “함께 피로 맺어진 형제국”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미국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의 마틴 브로디오러 회장도 이날 VOA에 한국의 터키 지원은 훌륭한 일이라며 반겼습니다. “한국인들이 전쟁 중에 그들을 도운 동료 형제들을 돕는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기쁘다”는 것입니다.
[녹취: 브로디오러 회장] “It's great. I'm happy that the South Koreans are over there on the humanitarian mission helping their fellow brothers who helped them during the war. I think it's a great thing. I support South Korea all the time.”
브로디오러 회장은 한국전 당시 터키 여단이 미 육군 제25보병사단에 배치돼 함께 싸웠다며 함께 피를 흘린 유엔 참전국들을 돕는 한국을 자신은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 당시 통역장교로 미 해병 1사단에 배속돼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작전, 장진호 전투 등 한국전쟁의 기념비적 전투에 참전했던 이종연 변호사는 참전국에 감사를 표시하는 한국에 대해 문화적 독특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연 변호사] “한국 사람들이 다른 민족과 조금 달라서 잊지 않지요. 은혜 입은 것을요. 그게 아주 독특하죠. 한국 사람들에게요. 문화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미 장진호 참전용사협회 임원으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했던 이 변호사는 경제 강국으로 발전해 참전용사들과 가족을 예우하는 한국의 모습에 대해 참전용사들도 크게 놀란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종연 변호사] “깜짝 놀라죠. 자기들이 생각 못 한 것인데 그렇게 잊지 않고 자기들을 기억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미국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기억한다고들 말해요.”
위드한 회장도 공감을 나타내며 “한국은 미국의 최고의 친구 중 하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위드한 회장] “South Korea is one of America's best friends and always will be. We fought together. We bled together. We died together. We'll always be friends of South Korea.”
위드한 회장은 “우리는 함께 싸웠고 함께 피를 흘리고 함께 죽었다”며 “우리는 항상 한국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