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 당시, 피해 지역에는 약 100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터키 앙카라 한인회 엄영인 회장으로부터 현지 상황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박영서 기자입니다.
기자) 네. 먼저 지금 현지 분위기부터 전해주시죠.
엄영인 회장) 네. 현지 이웃들하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제가 아는 현지 친구들한테도 연락하고 아는 학생들에게도 연락을 해봤는데 너무나도 충격 가운데 있고 지금 거의 패닉 상태입니다. 그쪽 지역 통신이 두절돼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해요. 지진에서 좀 벗어난 지역에서는 벌써 호텔은 다 꽉 차있고요. 지인분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호텔이 좀 층수가 높지 않습니까? 최하 5층에서 10층 넘어가는데, 아무도 3층 이상으로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고 해요. 급하게라도 뛰어내려야 하니까 이층까지만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현지 날씨가 춥고 여진의 위험도 있어서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엄영인 회장) 남동부 지역은 여름에는 40도, 50도까지 올라가는 굉장히 따뜻한 지역인데 지금 오랜만에 그쪽 지역도 마이너스 4도까지 내려가는 상황에 있어요. 그런데 하필 이 추운 기간에 지진이 일어나서. 저희가 터키에 살다 보니까 대피훈련을 계속 받고 있어요. 지진대에 있어서 한번 일어나면 큰 재난까지 가는데, 그럴 때 1,2층에 있으면 빨리 빠져나올 수 있죠. 중간층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안되고 신속하게 대피해야 하고, 층이 높으면 대피가 사실 어렵죠. 그런데 새벽이기 때문에 자고 있는 상태였단 말이에요. 그래서 자는 시간, 새벽이었기 때문에 사망자가 더 많이 늘어났어요. 건물이 무너지면서 밑에 있는 층부터 쭉쭉 무너지면서 결국은 생존자나 사망자를 끄집어낼 수 있는 건 맨 위층에 있는 분들만 끄집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상 지하, 1,2층은 생존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기자)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은 몇 명이나 됩니까?
엄영인 회장) 몇 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30유니트가 있습니다. 30유니트(unit)는 가정당 한 유니트가 될 수도 있고 개인도 한 유니트로 세기 때문에 30유니트면 가정까지 합하면 한 100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한국분들은 가벼운 찰과상정도는 있고요. 큰 부상이나 사망자는 없습니다.
기자) 한인회 차원에서 현지 피해지역 주민들과 접촉이 됐습니까?
엄영인 회장) 일단은 실질적인 도움으로 저희 앙카라 한인회에서는 아다나에서 급하게 올라오신 아홉 가정이 있어요. 아홉 가정이 어제(7일) 새벽에 도착해서 한인회에서 저희가 급하게 저녁을 준비하고 대접했는데, 그때 말씀하시길 지진이 일어난 새벽 네 시 반쯤을 기점으로 아무 것도 사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굶고 어찌어찌해서 6시간 7시간에 올 거리를 11시간 만에 오셨어요.
기자) 그럼 회장님께서 직접 호텔까지 찾아가셔서 그 분들의 얘기를 들으셨겠네요?
엄영인 회장) 그래서 제가 혹시 더 필요한 거 없으시냐고 했더니 속옷과 양말, 간편한 옷들을 말씀하셔서 너무 밤늦은 시간이라 주변분들에게 부탁해서 새 옷부터 입던 옷 빨은 것까지 일단 들고 갔어요. 근데 그것도 다 없어졌어요.
기자) 지금 터키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엄영인 회장) 사실은 1999년도에도 큰 지진이 있었는데, 그런 일들을 경험으로 해서 이번에는 되게 효율적으로 빨리 신속하게 대처를 하는 것 같아요.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모든 시민들이 집에 있는 담요, 신발, 옷가지 등을 다 들고 구청에 있는 회관으로 가져가고 계속 모아서 나르고 있어요. 또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도 의사들이 300명씩 파견이 되고 일단은 급한 불을 끄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 지원도 들어오고 있는데, 현지 자원봉사자 얘기에 의하면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사상자를 꺼내고 있는데 아직은 장비가 많이 부족해서 장비가 더 들어오면 사망자나 실종자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지원을 계속적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자) 한인회 차원에서 기금 마련 등 계획도 있으신지요?
엄영인 회장) 네. 기금 마련은 벌써 오픈했고요. ‘튀르키예 한인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거기에 계좌가 다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원하시는 분들이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후원하시면 되고요. 그 후원금은 모아서 저희가 한인회 이름으로 각 지역을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진행자) 끝으로 지원과 관련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엄영인 회장) 지속적인 지원이 굉장히 필요한 것 같아요. 지진이나 재난이 있을 때는 그 때뿐만 아니라, 사실은 피해 복구 이후 이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또 건물이 무너져서 지금 천막을 계속 치고 있는데 천막에 들어가서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교육에 대한 신경을 써야 하고, NGO 단체들이 국가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교가 완전히 세워질 때까지, 보통 4~5년 걸리는 일인데요. 또 일자리를 많이 잃었으니까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계속 필요할 것 같고, 자라는 아이들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외상증후군 프로그램도 지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사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