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MQ-9 드론 추락 사건 기밀해제 영상 공개...러시아 전투기 공격 장면 담겨 

 16일 미 국방부가 공개한 기밀 해제 영상에서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가 연료를 뿌리며 미군 MQ-9 '리퍼' 무인기의 비행을 방해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영상 캡쳐)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의 도발로 미군 무인항공기(UAV·드론)가 추락한 사건과 관련해, 미 국방부가 기밀 해제된 영상을 16일 전격 공개했습니다.

43초 분량의 해당 영상에는 앞서 미군 당국이 밝힌대로,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가 연료를 뿌리는 등 미군 무인기의 비행을 방해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충돌로 인해 무인기 뒤쪽 프로펠러가 손상된 모습도 포함됐습니다.

미 유럽사령부는 이 영상에 관해 "기밀 해제된 전체 촬영분이 길어서 편집했으나, 사건은 시간 흐름 그대로 묘사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당시 비행중이던 미군 MQ-9 '리퍼' 무인기 본체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도입부에 Su-27 전투기가 다가오면서 연료를 뿌리며 수직 기동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런 행위가 두 차례 반복되는데, 두 번째 연료 투하 직후 충돌한 듯 컬러바가 나타납니다.

잠시 뒤 다시 켜진 카메라는 꼬리 부분을 비춥니다. 이 장면에서 프로펠러 날개 하나가 휜 것으로 보입니다.

■ "러시아 전투기가 비전문적으로 공격"

미 유럽사령부 측은 이날(16일) 영상 공개와 함께 사건 개요를 다시한번 설명했습니다.

사령부는 관련 성명에서 "러시아 공군 Su-27 전투기 2대가 지난 14일 흑해 상공의 국제 영공 내에서 작전 중이던 미 공군 정보·감시·정찰용 MQ-9 무인기를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으로 공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Su-27 전투기가 MQ-9에 연료를 투하하고 프로펠러를 타격해 미군은 MQ-9을 국제 수역에 착륙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미-러 국방수장 통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15일), 이번 사건에 관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50여 개국 국방 당국자 간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현재 우리는 어떤 잠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 소통 경로를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15일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에 있는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아울러 "즉시 전화 통화를 해 서로에게 관여하는 것이 오판을 막는데 기여한다"면서 "강대국들이 소통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방수장들이 이번 사건 직후 통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미-러 군용기 충돌이라는 돌발 사건이 자칫 두 강대국의 직접 대결로 확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상대국 군용기의 영공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근접 위협 비행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군용기가 직접 충돌하기는 냉전 이후 사실상 처음입니다.

같이 보기: 미 무인항공기 흑해 상공서 러시아 전투기 도발에 추락...미 국무부, 러 대사 초치

■ 입장차 여전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통화하고 안보 관련 우려 사안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 중에도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하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공역에서 비행 중이던 무인기에 러시아 전투기가 위험한 방법으로 충돌했다며 국제법 위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이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이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패턴의 일부"라며, "러시아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15일 UDCG회의에서 말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을 위해 임시로 설정한 공역의 경계를 미군 무인기가 침범했다가 조종력을 상실해 추락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국영 방송 '로씨야 1' 인터뷰에서 "우리의 비행제한 구역 설정을 미국이 완전히 무시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대결적 접근을 고조하기 위해 일종의 도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추락 기체와 잔해를 미국이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인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 추락한 미군 MQ-9 드론 인양 추진 "푸틴에 사건 보고"...미 "유용한 정보 악용 못하도록 노력"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