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개선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한국 고위 외교관은 VOA에 윤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에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자세히 설명하며 참혹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대한민국과 공산 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이 지금 분명히 비교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 North Korea's obsession with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is throwing its population into a severe economic crisis and human rights abuses. We must raise global awareness of the dire human rights situation in North Korea. We must not shy away from our duty to promote freedom for North Koreans.”
이어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 인권보고서를 최초로 공개 발간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보고서가 최근 5년간 북한 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조약 등 국제적 기준을 적용해 북한 인권 유린 사례를 두루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총살당한 사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했다고 공개 처형한 사례, 성경을 소지하고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총살을 당한 사례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Unspeakable and horrendous incidents took place: men and women being shot and killed for violating COVID-19 prevention measures; some being publicly executed for watching and sharing South Korean shows; and people being shot in public for possessing the Bible and having faith.”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인권 유린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여기에 계신 의원 여러분들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협력을 당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연설에서 ‘북한인권’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설명에 집중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2011년 행한 연설에서 통일과 한반도 비핵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연설을 통해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윤 대통령의 연설 뒤 VOA에 윤 대통령은 북한인권이 보편적 우려 사안일 뿐 아니라 한국의 안보와도 직결된 현실적 문제임을 직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 “현실감각이 뚜렷하시고 민주주의나 자유 법치 가치에 대한 확신이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우리 역사상 이렇게 확고한 확신을 가지시고 그것을 실제 외교뿐 아니라 다른 국가 정책에도 확실하게 적용하고 계신 대통령은 처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황 대사는 북한 지도부는 체제 유지를 위한 투 트랙으로 핵무기 개발과 인권 탄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해 함께 제기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핵과 인권의 비중을 9대1로 다뤘다면 지금은 무게가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전의 비정상적 접근을 정상화하는 시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VOA에 보낸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단체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성명에서 “윤 대통령은 일반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위태로운 인권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했다”며 “미국 의회는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President Yoon has brought clarity about the perilous human rights situation facing ordinary North Koreans, and the US Congress should act on it. His speech should help galvanize significant and sustained cooperation between the US, South Korea and other like-minded nations should to take on the horrific rights abuses being perpetrated every day by the DPRK government.”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연설은 “북한 정부가 자행하는 끔찍한 인권 유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국가들 사이의 중요하고 지속적인 협력이 활기를 띠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같이 보기: 윤 대통령 미 의회연설 전문 (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