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중 밀착, 6월 국경 개방으로 이어지나?

  • 최원기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밀착하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가 2년만에 평양에 부임하는가 하면, 6월에 북중 국경이 전면 개방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어떤 계산에서 밀착하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의 밀착을 보여주는 가장 큰 신호는 왕야쥔 신임 중국대사의 평양 부임입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인 왕 대사는 2021년 2월 북한 주재 대사로 내정됐지만 북중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2년간 베이징에서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전임자인 리진쥔 대사는 무려 6년 9개월간 평양에 근무하고 2021년 12월에 귀국했습니다. 이 때문에 평양의 중국대사관에는 1년 4개월 간 대사가 없었습니다.

신임 왕 대사는 3월 27일 중국 단둥에서 승용차 편으로 북한에 들어갔습니다.

왕 대사는 4월6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했습니다.

이어 왕 대사는 5월8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났습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최 외무상이 “5년 전 오늘(2018년 5월 8일) 김정은 총비서와 시진핑 총서기가 중국 다롄에서 가진 역사적 회동을 감개무량하게 회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북중 친선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두 당 두 나라 수령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을어 전통적인 조중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승화 발전시키 나가려는…”

최선희 외무상은 평양 외곽 고방산초대소에서 왕 대사의 부임을 축하하는 환영연회도 베풀고 함께 낚시를 하는 등 환대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왕 대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구두친서를 보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시켜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왕 대사는 11일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을 만난 데 이어 17일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를 만났습니다.
왕 대사는 이어 19일 평양에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대사와 만났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중국 대사가 평양에 부임한 것 자체가 양국 간 인적교류가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2020년1월 이후 국경을 봉쇄한 이후 입국한 유일한 인사가 왕야쥔 대사이고, 이건 북중 관계 강화, 그리고 북한도 조만간 국경 봉쇄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다음달 10일 국경을 재개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신문이 지난 11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중 양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이르면 다음달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다시 열고 화물차 교역과 인적 왕래를 전면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신문에 “중국은 걱정하지 않지만 북한은 코로나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국경을 언제 재개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또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의 여행사 두 곳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다음달 10일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하자 2020년 1월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9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정상화했지만 화물 트럭 등의 육로 운송은 3년이 넘도록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8일 러시아의 전승기념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로씨야(러시아) 인민이 당신의 영도 밑에 적대세력들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 지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여정에서 앞으로도 계속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밀착은 상호 전략적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합니다.

전략적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국가안보전략 (NSS)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 목표에 따라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국, 일본과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북한도 중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 made a strategic pivot away from West toward China.”

일본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대학 객원교수는 북한과 중국의 밀착이 장차 군사적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교수] ”북한은 핵 개발을 했지만 재래식 군사력은 너무 약하거든요. 전투기나 전차, 레이더도 별로 없고,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 러시아에 접근하고, 군사훈련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리영길 북한 국방상은 지난해 8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조선인민군은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전략, 전술적 협동작전을 긴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중국에 접근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2017년부터 6년 간 계속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11.4%나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에 접근해 식량난과 물자난, 외화난을 극복하려 한다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현재 최악의 경제 상황이고, 대북 제재, 코로나, 국경 봉쇄로 워낙 어렵기 때문에 돌파구로 북중 관계, 북러 관계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죠.”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여행사가 북한에 단체관광객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만일 중국이 단체관광객을 평양에 보낼 경우 북한은 상당한 외화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 이전에 북한은 연간 120만명 규모의 중국인 관광객을 받았습니다. 만일 중국인 관광객이 1인 당 300달러를 사용한다면 북한은 관광으로 3억6천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마키노 교수는 김 위원장이 올해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만 없으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을 김정은 씨가 만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밀착에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고 말합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을 강화시켜 북한의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같은 대형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부정적인 측면은 북중 밀착으로 대북 제재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미중 대결 구도로 인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겁니다. 다시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4자회담, 국제협력 구도는 물건너 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경쟁으로 유엔 안보리는 식물인간으로 전락하고…”

미국과 한국, 일본의 결속 강화에 발맞춰 북한과 중국, 러시아도 결속을 강화하면서 `강 대 강’ 대결을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류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