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역도연맹 “북한에 도핑 검사 협조 요청할 것…올림픽 참가 재평가할 수도”

북한 역도 대표팀 엄윤철 선수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56kg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환호하고 있다.

북한 역도선수들이 적절한 도핑 검사 없이 국제대회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제역도연맹(IWF)이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에 도핑 검사 협조를 요청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참가 여부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역도연맹(IWF)은 24일 북한 역도 선수들의 국제대회 복귀와 관련한 역도계 구성원들의 비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WF 보도자료] “The IWF is aware of comments made by members of the weightlifting community regarding the return to competition of athletes representing the People’s Republic of Korea (PRK). As an International Federation determined to eradicate doping and deliver a fair and clean sport, we fully understand the strength of feeling on this matter and recognise the legitimate concerns of those speaking out.”

국제역도연맹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도핑을 근절하고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연맹으로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들의 정당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국제역도연맹은 지난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8일부터 18일까지 쿠바에서 열리는 IWF 그랑프리 대회 출전자 명단에 북한 선수 14명이 포함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3년여 간 중단됐던 북한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 역도계 인사들은 북한 선수들이 출전 중단 기간 동안 국제기구에 의한 적절한 도핑검사를 받지 않아왔다며 이번 대회 출전 자격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올림픽 관련 뉴스를 다루는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스’는 지난 23일 미국역도협회의 맷 시키오 회장이 그 동안 다른 선수들이 엄격한 도핑검사를 받은 것과 달리 북한 선수들이 2019년 12월 이후 적절한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출전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또 호주 역도대표팀의 폴 코파 감독도 북한 역도 선수들의 쿠바대회 참가는 “국제 스포츠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재앙”이라며, 이들의 출전을 막기 위해 스포츠 중재재판소에 항의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현역 선수로 캐나다의 역도 금메달 리스트인 모드 샤론 선수도 이번 북한의 출전에 대해 “불공평한 결정”이라며, “도핑과 관련한 약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선수들은 여전히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선수들과 경쟁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역도계의 비판에 대해 국제역도연맹은 보도자료에서 북한 선수단으로부터 쿠바 대회 참가 신청을 받은 후 국제도핑검사기구(ITA)와 관련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국제대회 참가를 위한 도핑 관련 규칙에 따라 북한이 자국에서 불시에 도핑 검사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체계를 구현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국제역도연맹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쿠바 대회에 북한 선수들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역도연맹은 다만 “쿠바에서 열리는 IWF 그랑프리의 기회를 이용해 북한 관계자들을 만나 상황의 심각성을 즉각 알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WF 보도자료] “In the immediate term, the IWF will use the opportunity of the IWF Grand Prix in Cuba to meet with PRK officials and inform them of the seriousness of the situation. At the same time, the IWF will ask for the co-operation of PRK authorities to facilitate the access of independent testing teams in their country. If the IWF considers that the level of co-operation of PRK authorities is preventing the correct assessment and testing of their athletes, the participation of a PRK team at the Games will naturally be re-evaluated by the IWF.”

동시에 “국제역도연맹은 독립 검사 팀의 북한 내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북한 당국의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역도연맹은 또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도핑검사기구 등과 협력해 오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앞서 북한 선수들이 확실하게 도핑 검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역도연맹은 북한 당국의 협조 수준이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검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 여부를 재평가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