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새 반간첩법, 한중갈등 시 ‘보복 수단’ 악용 가능성”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중국이 간첩행위 범위를 넓힌 새로운 반간첩법 시행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법률을 적용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한국과 정치 경제적 갈등이 불거질 경우 이 법을 통해 한국 기업인 등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3일 중국의 새로운 '반간첩법' 시행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날 VOA와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새 반간첩법은 “너무 광범위하고 중국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을 걱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조치”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선임보좌관] "Yeah, absolutely. I think there is a very real possibility of that (China will use its anti-espionage laws as a means of retaliation against South Korea). It is a step in the wrong direction from my point of view because it is so broad and makes anybody who is trying to work in China very concerned...”

중국은 이달 1일 '반간첩법 개정안'에 대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개정된 이 법은 간첩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국가 안보 기관의 권한과 간첩행위 행정 처분은 강화됐습니다.

특히 '국가 기밀과 정보를 빼내는 행위'로 한정됐던 간첩행위를 '기타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까지로 범주를 넓혔습니다.

또한 국가 안보·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을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하는 것도 간첩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법을 위반한 외국인은 추방이 가능하고 한 번 추방되면 10년 안에 재입국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및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아 중국 당국에 의한 자의적 적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와일더 전 보좌관은 과거 중국에 가서 연구했던 많은 미국과 다른 서방 학자들이 중국 문서와 물질, 자료를 봤다며, 이제는 새로운 반간첩법의 위반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법이 중국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 실질적인 냉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For example, many American scholars and other western scholars have gone to China in the past and done research in China and have gone to universities and other places and looked at Chinese documents and material and data. So this new law can have a real chilling effect on China’s relationship with the outside world. I think that this brings up an very important point which is that countries doing business with China, like South Korea, Japan, the United States and others, need to come together and go to the Chinese and be very clear with the Chinese that this is unacceptable that there needs to be greater clarity about how these laws are going to be implemented."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중국과 사업을 하는 국가들은 해당 법이 자국민들에 대해 악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이행 방침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을 중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도 '국가안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선 "중국 당국은 무엇이든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좋아하지 않거나 의심되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과 일본인, 한국인 등 누구에 대해서도 이 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앤드류 여 석좌] "When you have ambiguous language and you have ill-defined terms such as national security they can define anything as being relevant to national security. And that could be used against Americans Japanese, Koreans anyone that China thinks doesn't like or deems suspicious. They can just detain them and prevent them from returning to their country."

...I can definitely see Chinese using that action against towards South Korean nationals on issues related. But if they see policies that are against Beijing whether for political reasons or for military reasons like a deployment of THAAD or it may not be THAAD but it could just be other positions that that South Korea takes in support of the US military. They may retaliate and find a reason to detain some high profile South Korean business person"

특히 과거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과 같이 한국이 중국에 반대되는 정치 군사적 정책을 취하거나 미국의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 입장 등을 취하면 유력한 한국인 기업인을 구금할 명분을 찾으며 보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말 '중국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대비 안전 공지'를 발표했습니다.

한국대사관은 이를 통해 "간첩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며 한국 관광객들에게 중국 지도 검색, 시위대 촬영 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이번 발표를 통해 "중국이 한국인을 포함해 '우려 대상'으로 간주되는 외국인과 단체에 대해 더욱 공격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I think what the announcement does signal t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more broadly, however, is that Beijing intends to more aggressively and vigorously go after those foreign individuals and entities deemed to be of “concern,” including Korean nationals. Coincidentally, and in the wake of recent revelations of a former Samsung semiconductor executive allegedly spying on behalf of Chinese interests, I would note that the Yoon administration has recently announced its intent to comprehensively expand its efforts against so-called “spies” working against Korean national interests. This seems to be another symptom of chilling relations between Seoul and Beijing."

랩슨 전 대사대리는 또한 중국 측의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 전직 간부가 중국의 이익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혐의가 최근 밝혀진 이후 윤석열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이른바 '간첩'에 대한 대응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온 점에도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한중관계 냉각의 또 다른 징후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법원은 지난달 12일 국가핵심기술이 담긴 설계도면을 이용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본뜬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삼성전자 전 간부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이어 한국 대통령실은 지난달 25일 해외기술 유출 범죄와 관련 양형 기준 상향을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중국의 이런 조치가 결국 한국 기업들의 중국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중국 내 많은 한국인들이 '반간첩법'에 취약할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과의 정치 경제전에서 이들을 볼모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ith the large presence of Koreans in China, they're very vulnerable and China is going to use them as a pawn in their political warfare against South Korea in economic warfare. And it's really going to drive South Korean companies to further De risk and decouple just as Samsung has left. And so many Koreans from the South are going to have to reevaluate their ties with China...Escapees in China from the North do not have freedom of movement in China. And so they are already vulnerable, they're subject to forcible repatriation and this will further, they, again, are already subject to being arrested and returned to North Korea..."

맥스웰 부대표는 그런 만큼 한국 기업들이 '리스크' 해소를 위해 더욱 중국을 이탈하고 중국 측과의 관계에 대해서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강화된 중국의 반간첩법이 탈북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맥스웰 부대표는 전망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중국 내 탈북민들이 이동의 자유 없이 체포와 강제 송환의 대상으로 중국 당국에 취약한 상황에 이미 놓여있다고 지적하며, 새 법이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