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구체적인 혐의 없이 장기 억류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체포 사유와 혐의에 대한 통보는 국제 인권법이 인정하는 기본권이지만 이를 중국에 강제할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프로축구팀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한국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가 한국 귀국길에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공안에 연행된 건 지난 5월 12일입니다.
같은 팀의 하오웨이 전 감독과 선수 등 여러 명이 ‘승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중 손 선수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손 선수가 체포된 지 닷새 만에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한국 국민 한 명을 랴오닝성 공안 기관이 ‘비공무원 뇌물수수’ 혐의로 법에 따라 형사 구류 했다”고만 밝혔습니다.
[녹취: 왕원빈 대변인] “중국어”
현지 언론들은 손준호 선수 역시 승부 조작 사건 가담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당국도 더 이상 손 선수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손 선수를 구류 상태에서 조사하던 중 최장 37일인 형사 구류 기간이 만료되자 지난달 17일 구속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손 선수는 7일로 구금된 지 8주째를 맞았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구체적인 혐의를 밝히지 않은 채 손 선수를 장기 구금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 외교부는 “중국의 유관 당국을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6일 VOA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선 변호사와 당사자 외에 제3자에게 일체 언급을 하지 못 하도록 해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다만 “영사 면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더 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손준호 선수에 대한 사건을 파악한 결과 (중국의) 어떠한 인권 침해 행위는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VOA에 “손 선수 사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손준호 선수에 대해 수 차례 영사 면담을 진행하고 현지 공안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부당한 인권 침해 방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6일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손준호 선수의 구체적 혐의와 수사 진전 여부 등을 묻는 VOA 서면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7일 VOA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구체적인 혐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손 선수를 장기 구금하는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It reflects the failure of China to have a legal system that provides protection for individuals who are accused of something and it spills over into foreign individuals, non chinese people who are living and working in China and they are subject to the same kind of mistreatment. They’ve been given no proper treatment and various other rights that we expect in places like South Korean and US.”
킹 전 특사는 손 선수 사건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개인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 법적 장치가 없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에 거주하며 일하는 외국인들도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적절한 대우와 기타 다양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7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중국 당국은 즉시 손준호 선수가 그가 선택한 변호사와 접촉해 자신의 법적 선택 방안에 대해 사적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Chinese authorities should immediately allow Son Jun-ho to have access to a lawyer of his choice for private consultations about his legal options. One of the core principes of judicial fairness is the right to be represented by legal counsel of your own choice. Son Jun-ho deserves to know the full details of the charges against him, including the evidence and accusers that the Chinese authorities may have to justify their action against him.”
로버트슨 부국장은 “사법 공정성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법률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또한 손 선수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증거와 고발인 등 자신에게 부과된 혐의의 전체 세부 사항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법 전문인 해리스브리큰 로펌의 댄 해리스 변호사도 6일 VOA에 중국이 손 선수의 구체적 혐의에 대해 통보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해리스 변호사] “One of the fundamental rights recognized by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is the right to be informed of the reasons for one's arrest and the charges against them. This right is enshrined in Article 9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However, there are many possible exceptions to this obligation and one of those is the arresting countries own procedures, and there are no great mechanisms for enforcing the ICCPR against a country like China, which views might as making right.”
해리스 변호사는 국제 인권법이 인정하는 기본권 중 하나는 체포 사유와 그 혐의에 관한 통보를 받을 권리라며 “이런 권리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9조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제규약을 중국 같은 나라에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리스 변호사는 최근 전 중국 축구협회장과 국가대표팀 선수 10 명 등이 뇌물을 받고 승부 조작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6년에서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며, 손 선수의 경우에는 중국 인질 외교의 볼모가 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해리스 변호사] “The nature of Chinese criminal law and sentencing often is impacted by the diplomatic relations between China and the foreign country the accused is from, in this case, South Korea. Given that South Korea has recently made clear its intention to confront China on issues such as semiconductor chips, this could be problematic for Mr. Son. Indeed, my initial reaction upon hearing about his arrest was to wonder whether he had been implicated in this case as part of an effort to message South Korea that China is in charge, and to win the support of the Chinese public, especially given the concurrent arrests of Chinese players.”
중국의 형법이나 선고 등이 피고인의 출신 국가와 중국의 외교 관계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해리스 변호사는 “한국이 최근 반도체 칩 등에서 중국과 대결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손 선수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세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7일 VOA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is incident is another example of the way Beijing has over the years used intimidation against foreign business people, academics, NGO representatives, tourists, and others to make a political point and advance the PRC's and the Party's interests. It implies that the ROK stands by its principles and works in close coordination with the US and other Partners, Beijing is likely to respond negativel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손준호 선수 사건은 중국이 지난 수년 동안 외국 기업인과 학자, NGO 대표, 관광객 및 여러 사람에게 정치적인 주장을 하며 중국 정부와 당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사용했던 협박 방식의 또 다른 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한국이 원칙을 지키고 미국 등 다른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수록 중국은 부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7일 VOA에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반간첩법을 거론하며 중국이 앞으로 손 선수와 같은 사건으로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