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실향민의 아들인 한국계 미국인 유진 조 씨가 미국 연방정부가 수여하는 2023 ‘뛰어난 미국인 상’을 받았습니다. 세계 기아 해소 관련 비정부기구 ‘브레드 포 더 월드’ 대표인 조 씨는 12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법안과 정책에 기아 해소 관련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표는 자신의 부모도 한국전쟁을 겪으며 굶주림에 고통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런 부모를 도와줬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표는 아직도 한반도에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유진 조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조 대표님. 미국 시민이민국으로부터 ‘뛰어난 미국인’(Outstanding American by Choice)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이민자로서 이런 인정을 받은 소감이 어떠신가요?
조 대표)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죠. 놀랍고 진정한 영광이었습니다. 백악관에서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이 이 상은 저 혼자만 받은 것이 아닙니다. 저는 부모님의 용기와 고난, 자신과 세 아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결단을 떠올립니다. 백악관에서 상을 받았을 때 제 마음과 정신, 온 몸은 그저 순전한 감사에 휩싸였습니다. 저는 이제 52살인데요. 저도 세 명의 장성한 자녀가 있지만, 제 삶을 돌아보면서 부모님과 공동체가 제게 준 사랑에 대해 하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었고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부모님께 감사하셨는데요. 가족 배경은 조 대표님의 평생의 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북한 실향민의 후손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 대표) 저는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죠. 처음 이민을 왔을 때는 변화도 너무 많고 여유나 에너지가 없죠. 솔직히 10대 때는 한 인간으로서의 부모님, 그들이 인생에서 겪은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 저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조상, 역사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 때 부모님이 한국전쟁을 겪었으며 배고픔과 가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아버지가 평양이라는 대도시 변두리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아버지가 태어났을 당시에는 한반도가 분리돼 있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은 배고픔과 가난은 엄청나게 슬프지만, 그들을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이야기는 저의 신앙과 함께 저의 정체성, 그리고 제 삶에 동기를 주는 소명의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어린시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땅에서 풀을 뽑았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는데요. 더 슬프고 비극적인 것은 이것이 6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브레드 포 더 월드’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확신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투표권이 있는 이들이 전 세계 기아 퇴치를 위해 돕도록 말이죠.
기자) 시민이민국은 조 대표님이 비영리 단체를 통해 미국과 전 세계의 기아 퇴치를 위해 노력한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는데요. 기아 퇴치 활동을 통해 가장 보람찬 경험은 무엇이었습니까?
조 대표) 저는 ‘브레드 포 더 월드’ 대표를 3년째 맡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50년만에 최악의 세계적인 기아 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분쟁 등 모든 요소가 합쳐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기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벌써 50년의 역사를 가진 저명한 단체인 ‘브레드 포 더 월드’를 이끌며 미국 행정부와 의원들과 협력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말씀하신대로 ‘브레드 포 더 월드'는 의회와 협력해 기아 퇴치를 위한 정책 입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기아를 돕기 위한 활동을 고려하고 있나요?
조 대표) 그것은 앞서 기자가 언급했듯이 제 혈통과 뿌리 때문에 개인적이며 의미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브레드 포 더 월드’는 특정 지역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더 전반적인 위기 상황과 상황이 심각한 ‘핫스팟’들을 총체적으로 함께 다룹니다. 우리는 전략과 법안, 옹호(advocacy)의 방법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상향식으로 활동해 개인과 기관들이 기아 퇴치를 도울 수 있는 자원을 갖출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는 전 세계 기아 퇴치를 위한 법안과 정책을 살펴봅니다.
기자) 귀화 미국인으로서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는데요. 앞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서맨사 파워 미 국제개발처장, 펩시코의 최고경영자를 지난 인드라 누이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죠. 앞으로 미국 사회에 더 기여하기 위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조 대표) 언급하신 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과 함께 선정돼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우선 제 주변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장성해서 집을 떠나고 직업을 가진 자녀들에게 계속 사랑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 운이 좋게도 아직 가까이 살고 계신 부모님께 그들이 해주신 모든 일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장모님께도 영광을 돌리고 싶고요. 물론 ‘브레드 포 더 월드’ 대표로서의 헌신도 밝히고 싶습니다. 우리는 약 900만 명의 어린이, 3천 400만 명의 국민이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또 전 세계 8억2천800만명의 사람들이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4천500만 명은 ‘체력저하’(wasting)라는 기아 직전의 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한반도에도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자비를 구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겸손하게 걷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경주를 완주하길 바랍니다.
기자) 이제 미국 사회에는 한인 의원들도 여러 명 있고, 각계에 한인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재미 한인들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조 대표) ‘우리에게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가족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사는데 장애물이 될 것은 없습니다. 조금만 뒤로 물러나서 한인 이민자들을 되돌아보면, 공감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기 위해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리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선택한 우리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 부모님은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이 교육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부모님이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부모님을 움직인 원동력은 아이들을 향한 열망이었습니다.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38살까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죠. 하지만 성인이 되고 저도 부모가 되면서, 부모님이 저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유진아 밥 먹었어?”라는 말이었습니다. 어떤 대화 중이던 한밤중이던 항상 그 말씀을 하셨죠. 먹을 것이 귀했던 상황에서 자랐을 때 이보다 더 큰 사랑의 표현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새로운 세대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밥 먹었어’라는 질문이 우리의 자녀들 뿐 아니라 우리의 이웃과 미국 전역의 국민들에게 확장되도록 합시다.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더 큰 세상을 잊지 맙시다. 그것이 이곳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번성하고 성공하는 한인들에 대한 제 희망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시민이민국이 선정하는 2023 ‘뛰어난 미국인 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유진 조 씨의 삶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