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준비회의 ‘북한∙이란 핵개발 우려’ 의장요약문 채택 무산 …“이란이 제동” 

지난해 8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 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NPT 평가회의 준비위원회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을 지적한 의장요약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됐습니다. 이란이 이스라엘 핵무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2026년 예정인 핵확산금지조약(NPT) 11차 평가회의를 위한 제1차 준비위원회가 11일 종료된 가운데 북한 핵문제 등을 지적한 ‘의장요약문(Factual summary)’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NPT 회원국들은 7월 31일~ 8월 11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차 준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이 기간 회원국들은 핵군축,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공유하고 토의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종합한 의장요약문을 심의하고 채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준비위원회의 의장을 맡은 핀란드의 야르모 비나넨 대사는 11일 일부 회원국이 제기한 ‘우려’를 고려해 관련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준비위원회 의장] "Taking into account the concerns raised from the floor, I will not submit the draft factual summary as the working paper."

의장요약문 채택에 반대한 이란 측 대표는 이스라엘의 NPT 가입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수칙 이행의 중요성을 제기한 일부 회원국들의 견해가 초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란 대표] "The draft has disregarded the views expressed by two main groups of estates and many individual estates regarding the importance of Israel's accession to the NPT and the placement of all its nuclear facilities under comprehensive IAEA safeguards..."

회의 이후 애덤 세인먼 미국 대통령 핵 비확산 특별대표는 11일 엑스, 앞서 트위터로 알려졌던 사회연결망 서비스를 통해 "이란은 준비위원회 의장이 '요약문 초안'을 실무 문서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차단했다"며 "검열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기존의 모든 절차적 관행에 위배되며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란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도 의장요약문 채택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장요약문 초안에는 이란과 관련해 "회원국들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과 관련한 이란의 약속 미이행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선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위배되는 점증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과 핵실험 준비 징후가 국제와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심각한 확산 도전을 야기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장요약문 초안] "States parties expressed grave concern that increased ballistic missile testing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in contravention of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indications that it may be preparing to conduct a nuclear test, threaten international and regional peace and security and present a serious proliferation challenge. Recalling that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annot have the status of a nuclear-weapon State pursuant to the Treaty, States parties called on it to return at an early date to and fully comply with the Treaty and IAEA safeguards, to immediately cease all ongoing nuclear activities and to take concrete measures to abandon all its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mes 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

또한 "북한은 NPT에 따라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상기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NPT에 복귀하고 IAEA 안전조치를 완전히 준수하며,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핵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1985년 NPT에 가입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되지 않은 두 곳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1993년 3월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NPT 탈퇴를 유보했지만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2003년 1월 또다시 일방적으로 NPT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도 NPT 미가입국입니다.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들이 조약 이행상황 점검을 위해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5년마다 개최됩니다.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는 2026년 개최 예정이며, 이에 앞서 세 차례의 준비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열린 제 10차 NPT 평가회의에선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NPT 평가회의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최종 선언문이 채택되려면 191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