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 ‘대북 로비’ 단체 3곳...북한인권 로비 사라져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공개적인 로비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는 3곳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 북한 인권 관련 로비는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VOA가 미국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 공개 로비 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현재 활동 중인 민간단체는 최소 3곳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뇌사 상태로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핵무기 제거를 목표로 하는 워싱턴 DC의 비영리단체 ‘카운슬 포 리버블 월드’(Council for a Livable World), 평화정책 옹호 단체인 ‘FCNL’(Friends Committee on National Legislation)이 해당합니다.

웜비어 부모는 워싱턴 DC에 있는 대형 로비업체 ‘맥과이어우즈 컨설팅’을 통해 미 상원과 하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상대로 판결 채권자가 테러지원국을 포함한 테러 당사자들의 자금을 추적하고 회수할 수 있도록 2002년 제정된 ‘테러위험보험법’(TRIA) 개정을 요청하는 로비를 진행 중입니다.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 등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 이를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앞서 웜비어 부모는 지난 2021년 미 연방법원 뉴욕주 동부지법에 북한의 배상금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영장’을 신청하고, ‘테러위험보험법’에 따라 판결 채권자로서 동결된 북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 법원은 2018년 북한이 웜비어 부모에게 5억114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웜비어 부모는 북한 자금을 추적해 회수하기 위한 법적 절차는 물론 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로비 활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웜비어 부모는 웜비어가 숨진 해인 2017년부터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경제 제재 강화 등을 촉구하는 로비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실제로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고 2019년 말 웜비어의 이름을 딴 대북 제재 강화법인 ‘오토 웜비어 북 핵 제재 강화법’의 의회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북한의 정보 억압에 대응하기 위한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감시 대응법’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프레드 웜비어 씨가 VOA와 인터뷰했다.

웜비어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 씨는 지난 4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자산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레드 웜비어 씨] “There’s always more we can do. We’re going to meet with our treasury Department this afternoon, and they’ve been instrumental in helping us to secure these assets.”

웜비어 씨는 특히 “북한 자산을 확보하는 데 미 재무부가 큰 도움이 된다”며 “현재 공개하기는 이른 사안들이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 보도할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카운슬 포 리버블 월드’는 10년 넘게 북한 관련 로비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 핵 비확산을 기치로 진보 성향의 국가안보 정책 옹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군축비확산센터가 이 단체 산하 연구기관입니다.

단체의 최근 로비 활동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활동은 언급되지 않은 채 “북한 및 이란과 미국의 관계”라고만 명시됐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 단체는 당시 상하원에 계류 중인 ‘위헌적 대북 선제타격 금지 법안’ 관련 로비 활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북한 관련 로비 활동을 하는 또 다른 단체 ‘FCNL’은 1943년 퀘이커 종교친우회 회원들이 조직한 평화정책 옹호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북한과 관련해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인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의 ‘한반도 평화 법안’에 대한 로비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법안은 한국전 종전선언과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의회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셔먼 의원의 ‘한반도평화법안’은 지난 2021년 5월 처음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진보세력 중심의 지지에 그쳤을 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주류세력의 호응도 받지 못해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가 종료돼 자동 폐기된 바 있습니다.

‘FCNL’도 핵무기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진보 성향의 국가안보 정책 옹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한반도 평화 법안 외에도 핵 선제타격 금지 법안과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 금지 법안에 대한 로비를 진행 중입니다.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북한 관련 로비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북한 문제가 주요 대외 문제로 다뤄졌던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대북 제재 강화와 대북 선제타격 금지, 미북 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로비 활동이 민간단체 10여 곳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초기와 그 이전에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졌던 북한 인권 관련 로비는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지부는 2009년부터 거의 매년 의회와 백악관 등을 상대로 북한 인권 로비를 했지만 2018년 말 관련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다만 미국 내 로비 활동은 자금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는 데다 한 단체의 대표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선거 캠페인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적이지만 사실상의 로비 활동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제정된 ‘로비공개법’에 따라 로비자금 지출이 1만2천500달러 이상인 경우 활동 내용을 분기별로 의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