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39살 김정은에 ‘수령’’어버이’

  • 최원기

지난해 4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주년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령’ 또는 ‘어버이’로 호칭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을 '수령'으로 부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령’ 또는 ‘어버이’로 부르는 경우가 급증하는 등 김 위원장 우상화가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26회에 걸쳐 김 위원장에 대해 ‘수령’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의 ‘수령’ 칭호는 김 씨 일가 우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수령 호칭은 지난 2018년 처음 등장해 2020년(4회)부터 본격적으로 쓰였고, 2021년(16회)에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3회 사용됐는데 올해는 7개월 만에 전년도 사용 횟수를 넘어선 겁니다.

수령 호칭 앞에는 ‘인민의’, ‘걸출한’, ‘탁월한’ 같은 수식어가 붙었고, 김일성 주석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수령’이라는 표현도 쓰였습니다.

북한에서 ’수령’은 신격화된 김일성 주석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장군님’ 또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로 불렸고, 사후에야 ‘선대 수령’이란 호칭이 주어졌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을 ‘수령’으로 호칭하는 것은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당성을 확장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Kim Jung-un, so it would elevation in status of legitimacy, moving away from his grandfather and father…”

북한의 우상화 실태를 분석한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10년 이상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추진해왔다며, ‘수령’ 호칭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연구위원] ”유일지배 구조의 마지막 절차는 결국 수령의 지위, 호칭으로 귀결되는 것인데, 그런 연장선에서 최근 더 자주 쓰고 있는 것같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북한의 선전선동을 총괄하는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이 때부터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위해 호칭과 법적, 제도적 지위 변경, 그리고 우상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우선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됐지만 공식 직함은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머물렀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당시 아버지(김정일)가 갑작스럽게 사망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아버지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갑자기 정치적 권위를 이어받을 수는 없죠. 본인은 제1비서, 제1위원장, 이렇게 수위 조절을 한 거죠.”

동시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발걸음’이란 노래를 대대적으로 보급했습니다.

특히 노동당은 ‘김정은=김일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얼굴 등 외모가 할아버지(김일성)를 빼닮았다며, 이 것이 권력세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He resembles his grandfather, if you look at picture of them, there is resembling.”

북한 당국은 또 ‘연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폐쇄적인 성격인데다 연설을 싫어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된 육성연설은 "영웅적인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는 1992년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 기념식에서의 짧은 메시지가 전부입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외향적인 성격인데다 연설을 잘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석 달만인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식에서 첫 육성연설을 통해 주민들을 잘 살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북한 당국의 이런 우상화 연출은 적잖은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고생했던 북한 주민들은 젊은 지도자에게 기대를 걸었고,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장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씨] ”초기에는 젊은 지도자라서 김정일의 리더십에 실망한 북한 주민들이 상당히 기대를 했었고, 또 시장이 활성화되게끔 시장을 터치 하지 않은 게…”

북한 당국의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 작업은 2022년을 기해 절정을 이뤘습니다.

지난해 4월 평양에서는 김 위원장 집권 10주년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가 열렸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행사가 열린 4.25문화회관이었습니다. 과거 노동당 대회에서는 회의장 중앙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커다란 초상이 내걸렸습니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는 선대의 초상 대신 김정은의 커다란 초상이 내걸렸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2015년에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있던 김일성 초상화도 치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해온 우상화 작업이 현재 몇 가지 난관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핵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업적은 ‘핵 무력 완성’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핵보다는 먹는 문제 해결과 경제발전을 더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8년째 받고 있습니다. 경제가 좋아질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상화 작업은 진전되기 어렵다고 탈북민 조충희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일단 강냉이 밥이라도 배불리 먹고,소득을 얻는 것이 주민들의 소원인데, 핵 무력 완성을 했다고 해서 주민들에게 차려지는 것은 일도 없거든요.”

또다른 문제는 ‘장마당 세대’입니다.

1980-90년대 태어나 청소년 시절 ‘고난의 행군’을 겪은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장마당에서 잔뼈가 굵은 것은 물론 손전화기를 사용하며,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우상화를 연구한 김인태 연구위원은 노동당의 우상화 선전이 장마당 세대에게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연구위원] ”장마당 세대나 2020년 이후 청소년 세대가 노동당이 집중하는 선전선동 내용보다 외부서 들어가는 문화에 심취하는 부분이 있어, 이게 체제 우려나 위기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을 ‘위대한 수령’으로 만들려는 북한의 우상화 작업은 일단 권력세습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상화는 핵 문제와 경제난이라는 커다란 난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민심을 잡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