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수출이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전문가들은 무기 수출로 북한의 군수산업이 활기를 띠고 일종의 경기부양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군수산업이 무기 수출로 활기를 띨 전망입니다.
지난 13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탄을 비롯한 군수물자 수출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에서 여러 무기 거래가 논의됐겠지만 1차로 이뤄질 거래는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로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1년 7개월째 치르고 있는 러시아 군의 탄약 사정이 워낙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러시아 군은 포탄이 절박한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 군은 하루 5-6만 발의 포탄을 쐈지만 지금은 5천-1만 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구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포탄의 경우 이미 북러 간에 협상이 끝났을 수 있다며, 11월까지는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 “Given what we seen Putin’s statement probably something to be delivered November.”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수출하는 포탄과 무기 품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포탄은 152mm, 122mm, 7.62mm 총탄, 140mm, 220mm 방사포탄 그리고 단거리 미사일까지 가능한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수출용 무기 생산을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3-5일에 이어 11-12일 자강도 일대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현대화와 생산 능력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에 대비해 생산을 늘리겠다는 얘기라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이미 쇼이구 장관 방북 때 마무리됐을 것이고 그 후속 조치로 김 위원장이 군수공장 행보를 했고, 러시아를 염두에 둔 탄약 생산이 이미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어떤 규모의 포탄을 공급하고 러시아가 그 대가로 무엇을 제공할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됐던간에 북한이 무기 거래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볼 것이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생산해놓은 포탄을 수출하고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추가 생산을 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The amount of they making to restock their stockpile so Russia almost paying double.”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포탄 가격이 300-400달러 정도 한다며, 100만 발을 수출할 경우 3-4억 달러를 버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Artillery shell typically cost 300-400 dollars, so million of them is 300 million dollars.”
워싱턴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도 14일 북한의 군수산업은 상당한 규모라며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가 급증한다면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매체는 북한 군수공장의 많은 부분이 대포와 탄약 등 러시아에 필요한 물품을 생산한다며, 전체 180곳 중 98곳이 이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의 주문을 받을 수 있는 대규모 무기공장으로는 강계 뜨락또르(트랙터) 종합공장, 미사일과 박격포 탄두를 만드는 2.8기계공장 등이 거론됐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군수공업은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북한 경제는 크게 ‘인민경제’와 ‘제2경제’로 나뉩니다. 인민경제가 일반경제라면 제2경제는 군수산업, 즉 무기를 비롯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경제입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북한의 일반경제는 사실상 무너졌지만 제2경제는 건재합니다.
현재 북한은 자강도와 평양 일대에 전문 무기공장 44곳을 비롯해 180여 개의 군수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인력 수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올레크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지사는 12일 북한과 건설과 농업, 관광 분야 공동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러시아 하산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을 영접한 코제먀코 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과의 접촉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소개했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진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블라디보스토크 쪽에 일용노동자, 건설노동자가 많이 나가있고, 코로나 때문에 잘 안됐는데 북한이 잘하는 것이 인력 수출이니까, 합의가 되면 인력 수출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이같은 북한 인력 수출이 일종의 ‘강제노동’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 “So most concerning when talking about the construction cooperation is the forced labor of North Koreans.”
관심사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통해 북한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전문가들은 무기 수출로 군수공장은 활기를 띠겠지만 그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방위산업은 민간경제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방위산업의 생산과 수출이 활기를 띠면 관련 분야에도 파급효과를 미칩니다.
그러나 북한의 군수공업은 제2경제로 자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원자재를 조달하며 민간경제와 분리돼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메릴랜드대 브라운 교수는 북러 포탄 거래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자체 포탄 생산 능력을 확충하거나 전쟁이 끝나면 포탄 수출도 끝난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Downside is it could be temporary, one shot deal, next year Russia will ramp up production…”
켄 고스 국장은 이 문제는 북한과 러시아의 거래 내용에 달렸다며, 만일 북한이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하고 그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받는다면 경제적 이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Focus on those negotiation on defense technology if that is the case, economic resources Russia provide to North Korea is limited.”
북러 정상회담은 끝났지만 무기 거래 등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수출이 북한 경제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