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국 선수들의 도핑 검사를 위한 국제 기관의 입국을 허용했다고 세계도핑방지기구가 밝혔습니다. 북한이 도핑 관련 검증과 관리가 어려운 나라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지 약물 규정을 관리하고 검사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북한 측이 금지약물 검사관 방북을 허용하는 서한을 보내온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WADA 대변인은 11일 ‘북한이 관련 서한을 WADA에 보냈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측의 발언에 대한 VOA의 서면 질의에 “북한은 (금지약물) 시료 채취를 목적으로 국제 검사 기관이 북한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답했습니다.
[WADA 대변인] “Yes, DPRK has made provision for international testing authorities to be allowed entry into the DPRK for the purposes of sample collection. However, the broader political status of the country means verification and quality control activities are not straightforward. WADA will continue to work with the NADO to strengthen the anti-doping system in DPRK in order to protect all athletes.”
그러나 “북한의 광범위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검증 및 품질 관리 활동이 쉽지 않다”면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WADA는 모든 선수들을 보호하고 북한의 도핑금지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국가도핑방지위원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WADA 대변인은 다만 도핑 검사관의 방북 계획이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따로 답하지 않지 않았습니다.
앞서 비노드 쿠마르 티와리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사무총장 대행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지난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이 세계도핑방지기구 측에 국경이 개방됐으니 금지약물 검사를 위한 직원을 보내도 좋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면서 “세계도핑방지기구 측은 조속히 시일 내에 검사관들을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또한 티와리 사무총장은 “북한 인공기 게양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WADA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향후 며칠 내 WADA 측이 원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OCA에 대한 WADA의 제재 방침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느냐’는 VOA의 질문에 대해 WADA 대변인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의 국기 게양을 방조한 OCA에 대한 경고가 담긴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WADA 대변인] “WADA’s position regarding DPRK issue has not changed since the last statement I shared. WADA is aware that the OCA has breached its Signatory obligation to respect the consequences of the DPRK NADO’s non-compliance, namely by flying the DPRK flag at the Asian Games. WADA takes this matter extremely seriously and has written to the OCA on several occasions before and after the opening ceremony of the Games, explaining in clear terms the possible consequences that could arise for the OCA if this matter is ignored. WADA is disappointed that the OCA has to date not taken steps to comply with the terms of the DPRK’s non-compliance. WADA will follow due process to ensure that the appropriate consequences are imposed for the OCA's refusal to meet its Signatory obligations. Potential consequences that the OCA could face are outlined in Article 10 of the International Standard for Code Compliance by Signatories.”
WADA 대변인은 “OCA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국기를 게양함으로써 북한 도핑 당국의 규정 미준수로 인한 결과를 존중해야 할 서명 의무를 위반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WADA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회 개막식 전후로 수차례에 걸쳐 OCA에 서한을 보내 이 문제를 무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분명히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WADA는 현재까지 OCA가 북한의 미준수 조건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WADA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OCA가 서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적절한 결과가 부과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OCA가 직면할 수 있는 결과에 자금 지원 중단과 벌금 부과 등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이 지난달 22일 선수촌 입촌식에서 인공기를 게양하고 23일 개회식 당시 인공기를 흔들며 입장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선수들의 금지 약물 사용 여부를 사전 검사하도록 한 WADA의 도핑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국기를 게양하지 못하는 등의 징계 조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인공기를 게양하거나 개최국인 중국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WADA의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안게임 주관 단체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란디르 싱 회장 대행은 지난달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북한이 WADA와 인공기 사용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사실상 북한의 인공기 게양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싱 회장 대행은 “모든 이가 대회에 참가하고 참가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기간 일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측은 인공기 게양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