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민들이 대규모 강제북송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한국 정부는 동북 3성에서 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북한에 송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 당국에 관련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중국 내 북한 주민들이 다수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다수의 북한 주민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며 그 중 탈북민, 환자, 범죄자 등 누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구 대변인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중국 측에 엄중히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 측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구 대변인은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민이 자유의사에 반하여 강제북송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은 강제송환 금지라는 국제규범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는 앞서 11일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억류됐던 탈북민 600여 명이 지난 9일 밤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주장에 대해 그동안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혀왔는데, 이번에 비록 탈북민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 북한 주민이 북송됐다는 사실은 확인한 겁니다.
구 대변인은 현재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 규모에 대해선 “정확하게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정의연대의 탈북민 강제북송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책임을 지는 태도로 적절하게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중국에는 소위 ‘탈북자’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경제적 원인으로 중국에 온 불법 입국 조선인에 대해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를 결합한 원칙을 견지하며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재호 중국 주재 한국대사는 13일 베이징 주중 대사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을 당시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전했습니다.
정 대사는 한 총리의 발언에 대해 시 주석이 탈북민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대사는 또 탈북민 강제북송 관련 사실관계와 관련해 “여러 통로를 통해 문의했지만 중국이 아무것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나 사후 설명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한중 관계가 좋을 때도 중국은 자국 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중관계도 나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북한 입장에 서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기본적으로 중국 체류 북한 사람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항상 정해져 있었고 아마 전통적인 북중 관계에 기인할 거에요. 그리고 지금은 더더욱 북한 쪽에 많이 기울 수밖에 없겠죠.”
중국은 1982년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과 1988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강제송환 금지’에 관한 국제규범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과는 탈북민 송환에 관한 협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과거 작은 규모의 탈북민 강제송환 주장이 제기됐을 때 중국은 사실 확인을 거부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지금은 거론되는 탈북민 수가 훨씬 크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을 인권 취약 국가로 보는 상황에서 대규모 강제북송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중국 당국이 억류하고 있는 숫자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걸 영원히 억류할 수도 없고 한국으로 보낼 경우 북한 반발이 예상되고 대량 북송을 할 경우엔 또 국제사회 눈치가 있고 그러니까 중국도 상당히 딜레마인 상황인데 그러나 이 숫자가 북한으로선 체제 위협이 될만한 숫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송환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 내에서 오랜 기간 발이 묶여 있다가 중국 당국에 붙잡힌 탈북민들이 2천600명 정도라고 추정해 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북한인권센터장은 북한은 신종 코로나 사태를 구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등 내부 사상통제를 강화했다며, 탈북민 강제송환이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 이들이 오랜 기간 바깥 사회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처리 과정이 이전 탈북민들보다 더 혹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센터장] “오랜 기간 외국에 체류했던 그런 탈북민들, 불순분자라고 하겠죠, 북한 당국으로선. 대량 유입을 통해서 또 북한에 자본주의, 수정주의 그런 사상이 퍼질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아마도 더 혹독하게 검열하고 취조하고 또 처벌할 것은 하고 사상교육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탈북민 강제북송 사태에 대해 외교부가 싱하이밍 한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한중 관계가 나쁘다고 해서 탈북민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소극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연대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분석관] “한국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합쳐서 중국을 견제하는 걸 제일 무서워하는 것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하고 미국 등 다른 우방국들까지 같이 이 문제를 제기하도록 그렇게 하는 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난민 인정 안 하더라도 태도가 누그러지게 만드는 그런 게 아닌가 생각돼요.”
신 분석관은 한국 정부가 중국의 강제송환 중단과 난민 인정 절차 이행, 북중 국경업무협정 폐지 등을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촉구하고 특히 다음달 러시아, 그리고 내년 1월 중국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도 사전 서면질의와 권고들을 통해 알려진 개별 탈북민 사례들까지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