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에 이은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등 양국의 밀착이 역내 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이 중국으로까지 확대돼 미한일 협력 수준으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7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러 간 밀착이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분쟁을 장기화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e most significant thing about the Russia North Korea relationship as it's developing is that North Korea's supply of munitions to Russia will have the effect of extending the conflict in Ukraine and any support that Russia gives to North Korea will empower North Korea to magnify its potential threat to South Korea, the US and Japan.”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공급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증대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러시아의 대북 지원을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No less importantly, a Russian decision to provide arms, technology, or other military assistance to North Korea would significantly enhance the DPRK's threat against the Republic of Korea, Japan, the United States, and U.S. bases in both Japan and South Korea. Put very bluntly, Russian military and technical assistance to North Korea would greatly increase North Korea's ability to kill South Koreans in the event of a renewed Korean conflict.”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와 기술, 또는 기타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면, 미·한·일 3국과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북한 위협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직설적으로 말하면, 러시아의 대북 군사 및 기술 지원은 새로운 한반도 분쟁 발생 시 북한의 한국인 대량 살상 능력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18~19일 이틀간 북한을 방문합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북·러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에 해당합니다.
북·러 간 밀월은 지난 7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하면서 가시화됐고,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라브로프 외무장관 방북으로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이 중국으로까지 확대돼 북·중·러 3국 간 협력이 미·한·일 3국 협력 수준으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합니다.
중국 입장에선 북·러 밀착으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이 커지면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밀리고, 북·중·러 진영이 굳어지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진정한 3국 협력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 모두 북한에 원조를 제공했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를 (경쟁시키며) 상대했다”며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를 서로 경쟁시키는 데 아주 능숙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 have to remember the 1970s and 1980s during that period, China and Russia both provided aid to North Korea and North Korea played the two against each other. It would tell China ‘Well, Russia was willing to give me this. So I want that from you’ and North Korea was very good at having pushing them to compete with each other. I think that's ultimately Kim's objective is to get China and Russia to be competing for North Korean support. And that I think that's going to develop. So that's not really an alliance per se, but it's a case where North Korea will get assistance from both China and Russia.”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김정은의 궁극적 목표”라며 “그것이 실제로 동맹 자체는 아니지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냉전 시절 소련과 중국이 공산 진영 내부의 패권 경쟁으로 1969년 중소 국경 무력 분쟁까지 벌이는 과정에서 김일성은 중소 어느 한쪽편을 들지 않고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실리를 챙겼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은 한편으로는 미국과,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러시아 사이 등 강대국 간의 경쟁과 고조된 분열을 배경으로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North Korea is pursuing its foreign policy against the backdrop of major power rivalry and deepening division between the US on the one hand and China and Russia on the other.”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두 나라와의 공동의 이익과 지속적인 협력에도 어느 한쪽과 지나치게 가깝게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중을 기해 왔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북·러 두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하기를 열망하고 있고, 이런 관계를 이용해 한국 안보와 미·한동맹을 약화시키고, 미·한·일 3국 간 협력 강화를 차단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Beijing has been careful to avoid being seen as too close to either Moscow or Pyongyang, despite their shared interests and ongoing coordination. Nonetheless, the PRC is eager to enhance ties with both, and is similarly eager to use those ties to undermine ROK security, weaken the U.S.-ROK alliance, and block enhanced U.S.-ROK-Japan cooperation.”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협에 대처하려면 미·한·일 3국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한일 3국은 양자 및 3자 군사·정치·외교적 협력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한국은 포와 탱크, 탄약과 기타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대 러시아 군사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한다면 러시아는 북한에 새로운 군사 능력을 제공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ROK, the U.S., and Japan must find ways to strengthen bilateral and trilateral military, political, and diplomatic cooperation. (중략) Seoul has the ability to enhance Ukraine's military capabilities against Russia by providing artillery, tanks, ammunition, and other assistance. If the ROK were to do so, it would make Moscow think twice about providing North Korea with new military capabilities.”
공동의 가치가 아니라 이해 관계에 따라 맺어진 관계를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중국이 서로 가깝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그들은 서로 좋아하지 않고 서로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의 의심을 이용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이 확신하는지, 중국도 북한 핵무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first thing we have to recognize is that North Korea and China aren't all that close to each other. They don't like each other and they're suspicious of each other, so we need to start playing on those suspicions of both sides. (중략) And whether China is confident that North Korea isn't building nuclear weapons to use them against China, and China's going to worry about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that it could be a target too.”
스나이더 국장은 “미한일 3국이 중국과의 제한적 협력을 모색하고 3국 협력을 심화해 북·중·러 연합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Make China-DPRK-Russia coalition building more difficult by seeking limited cooperation with China while also deepening US-Japan-South Korean coalition building.”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도 VOA에 “미·한·일 3국이 북·러 간 군사물자 공급 관계가 확대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It will be important for Washington, Seoul, and Tokyo to remain vigilant and tightly coordinated in their opposition to what appears to be an escalating military supply relationship between North Korea and Russia, and especially if there’s confirmation of Russian provision of sensitive and proscribed strategic technologies.”
랩슨 전 대사대리는 “특히 러시아가 민감하고 금지된 전략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더욱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