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술핵 100기 현대화해 '한국 안보용' 지정해야”

지난 2019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진행된 운용성 테스트에서 F-35A 차세대 스텔스전투기가 비활성 B61-12 중력폭탄을 투하하하고 있다. 사진 = 미 국방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공언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미한 양국 싱크탱크의 공동 연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미국 전술핵 100기를 현대화해 한국 안보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다만 한국의 독자적 핵전력 구축은 미한 양국에 상당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배치 등 단계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동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핵전력을 갖췄으며,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기 직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재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은 핵억제나 한국의 핵보장에 더는 적절하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핵을 이용한 보복 여부와 형태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북한의 공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양국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지난 4월 미한 정상의 워싱턴 선언은 핵우산의 전략적 명확성을 어느 정도 강화했지만 한국의 핵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1960년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취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1960년대 소련의 핵 위협이 점증하자 미국은 유럽에 3천 개의 핵무기를 배치했으며, 유럽 배치 핵무기의 운용은 NATO 산하 유럽연합군최고사령부가 담당했고 NATO 동맹국들과 핵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것처럼 한국에 대한 핵보장을 NATO 수준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양국 연구진은 가장 실행이 어렵지만 한국의 핵보장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한국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일부를 투입하는 방안’을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미한 양국은 4단계 순차적 절차를 이용해 북한 핵무기 위협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모색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첫 단계는 군산 공군기지 및 잠재적으로 오산 공군기지 등 한국 내 미국 전술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짓는 방안입니다.

이는 향후 미국 핵무기의 재배치를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만드는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 생산 동결을 거부하면 미국 핵무기를 재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경고할 수 있다는 겁니다.

2단계로는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핵무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 20기와 미사일 1기당 약 4발의 탄두가 탑재되므로, 북한을 표적으로 이런 잠수함 한 대를 투입하는 것은 최대 80기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8년 3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해군의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잠수함인 USS 네브라스카의 트라이던트 II D5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가 진행됐다.

3단계는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 해체 예정인 미국의 전술핵무기 B61 핵폭탄 100기가량을 현대화하고, 이를 미국 내에 저장하되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해 한국에 신속히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는 방안입니다.

B61 폭탄은 본래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략 및 전술핵무기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미 국방부는 기존 핵중력탄인 B61 폭탄에 첨단 레이더와 GPS를 장착하고 안전 및 보안 기능을 추가해 정밀 폭격이 가능한 B61-12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예산 제약을 겪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20억~30억 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핵무기 100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잠재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며 독자적 핵무기 생산으로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심각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북한이 핵 동결을 거부한다면 미한 양국은 4단계로 약 8~12개의 제한된 수의 미국 전술 핵폭탄과 몇 대의 핵투발 이중목적항공기를 한국에 배치하고 이미 준비된 한국 내 시설에 보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 4단계 절차의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적어도 첫 두 단계는 1~2년 이상의 간격이 아닌 6개월정도의 간격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3단계의 일부로 100개의 핵무기 현대화를 완료하려면 수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3단계를 발표하고 6개월 후에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지 않으면 4단계를 발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 4단계 방안이 시행된다면 향후 수 년 안에 약 180기의 미국 핵무기가 한국 안보용으로 지정될 것이고, 이 중에는 상징적 또는 실제 작전 목적으로 한국에 배치된 8~12기의 B61 항공 폭탄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생산에 대해서는 “많은 한국 정부 지도자와 국민들은 이런 선택의 잠재적 위험과 단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위협 증가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안보, 경제,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핵우산이 북한을 억제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하는 미국 정부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강력히 반대하며, 더욱이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확인하며 미한 간 확장억제 확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핵 전력 투입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위에 제시한 어떠한 방안도 달가워하지 않을지 모른다”면서도 “이런 결론은 미한 양국의 북한 핵무기 및 핵심 핵물질 생산 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미한 양국이 북한을 압박할 의지가 있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미한 양국 정부 모두 이런 대안의 검토를 오랫동안 미루고 싶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북핵 위협 증가에 대처하고 한국의 핵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최선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