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합니다. 이달 중순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이달 말에는 한중일 외교장관이 부산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미국, 한국, 일본, 중국의 잇단 고위급 만남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8~9일 한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방한해 윤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만날 예정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7~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직후 한국을 방문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장관이 블링컨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북한 문제, 경제 안보 및 첨단기술, 지역 및 국제 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차관보는 2일 블링컨 장관이 방한 중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조치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이뤄집니다.
미국과 중국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2일 VOA에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중순 APEC 정상회의에 앞서 미한 양국이 주요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Blinken’s meetings this time in Korea will be a critically important opportunity for the US and ROK to fine tune their close coordination on a full range of priority issues in advance of the APEC summit in mid-November, at which President Biden and President Xi most notably are also expected to meet.”
랩슨 대사대리는 우선 미한 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및 중동 지역으로의 확산 방지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 시 사용한 무기 중 일부가 북한제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를 양국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랩슨 대사대리는 또 양국이 최근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에서의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한 대응 방안, 북러 무기 거래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 중국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하고 금지된 군사 기술과 무기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방안,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한 양국은 또 북러 간 군사 거래와 관련해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탄약 등을 제공한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CIA 한국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일 VOA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선 핵탄두 설계나 (ICBM) 재진입체 설계, 또는 미사일 기술, 군사정찰위성 기술의 진수가 (탄약 제공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추측하지만 탄약에 대한 대가가 그렇게 중요한 기술일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w some have speculated it would be sort of the crown jewels of nuclear warhead design or re-entry vehicle design, or missiles, missile technology, or military reconnaissance technology. I'm skeptical those would be sort of very important technology in return for.”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블링컨 장관이 도쿄와 서울을 잇따라 방문하는 만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한일 3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를 포함해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합의 이행 등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블링컨 장관의 방한 이후 11일부터 17일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아직 중국은 시 주석의 참석 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시 주석이 참석할 경우 미중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중 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갈등이 다소 해소될 경우 한국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북러 간 밀착에 중국이 가세해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수십년간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플레이해왔다”며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거나 외교적으로, 아마 약간의 군사적 지원으로 지지하는 것은 봤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군사적 지원은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rth Korea over the decades has played Russia and and China off against each other. We've seen China supporting Russia's invasion of Ukraine's or diplomatically and with probably some military assistance, but not overly blatant military support.”
북한은 과거 냉전시절부터 중러 어느 한쪽편을 들지 않고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실리를 챙겼습니다. 때로는 중러의 지원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랩슨 대사대리는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 3국 연합이나 동맹을 공고히하거나 강화할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은 모스크바와 평양이 화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조용히)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뭔가 더 많은 것이 있다고 믿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현재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대사대리] “I see no indication and little interest by Beijing in solidifying or strengthening a trilateral coalition/alliance with Russia and North Korea in which it is the dominant power among the three. Furthermore, I believe Beijing has (quiet) concerns about the seeming rapprochement between Moscow and Pyongyang, but is fine for now with letting the US and its allies/partners believe there is more there than meets the eye.”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경우 미중 정상회담과 더불어 한중 정상회의도 개최될 수 있습니다.
또 이달 말 부산에서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일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할 예정입니다.
한중일 3국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북러 간 밀착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보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 등 역내 안보 질서 안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랩슨 대사대리는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으로부터 중요한 대가를 얻는다고 믿지 않는 한 주요 현안을 해결하거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어 중국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