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군사력을 활용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경제적 패권을 추구하려 할 것이라고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가 밝혔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타이완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군사력을 행사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의 저서 ‘거부 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이 최근 한국에서 번역돼 출간된 것을 계기로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저서 ‘거부 전략’에서 중국의 힘과 야망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국방이 변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중국은 미국에 얼마나 큰 위협을 제기하고 있습니까?
콜비 전 부차관보) 중국은 19세기 말의 미국 이후 국제 시스템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했습니다. 지난 150년 동안 미국은 단연코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었죠.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대규모 경제 생산성은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의 토대입니다. 따라서 추론하자면, 중국은 미국의 이익에 대한 가장 중요한 도전입니다. 물론 시진핑은 히틀러가 아니고 마오쩌둥도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은 점점 더 야망을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의 규모는 정말 전례가 없습니다. 저는 현실주의적 관점으로 분석하는데, 국가는 더 강력해질수록 그 힘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사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기자) 바이든 정부도 중국을 ‘추격하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후 변화, 보건 등에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입장인데요. 중국의 위협 수준을 감안하면 협력이 가능할까요?
콜비 전 부차관보) 근본적으로 잘못된 전략적 접근법이며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역설적으로 중국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 같은 두 초강대국 경쟁국들이 마치 테니스 게임을 하듯이 협력하면서 정중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망상에 가깝고, 중국은 분명히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 국가안전부나 시진핑의 발언을 보면 미중 경쟁에는 근본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부드럽게 말하지만 ‘큰 막대기’를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군사적 균형입니다.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무력 침공을 고려할 때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현재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을 보면, 미한일 연대가 매우 공고해졌고 러시아와 북한도 밀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러와 거리를 두는 듯 하면서 한중일 정상회담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콜비 전 부차관보) 중국은 현재 상황을 꽤 능숙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의 능력을 강화하고, 러시아가 북한, 이란과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직접적인 개입은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중국은 분명히 지난 수 년간 북한의 군사적 진전에 연루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협력할 수 있을 것처럼 행세하죠. 저는 중국이 타이완 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때 북한이 미한일의 주의를 분산시키면 중국에게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기자) 현재 이미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2개의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량이 분산되지 않을까요?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콜비 전 부차관보)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을 저는 책에서 ‘아시아의 체계적 지역 전쟁’(systemic regional war in Asia)라고 부르는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전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에서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가 돼야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시아 국가들, 특히 일본과 타이완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어느 정도는 중동에 집중하는 것을 따라갔습니다. 저는 이것이 근본적인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하는데 충분히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자원과 정치적 의지, 자본이 고갈되고 주의가 산만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 중국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정부는 중국에 ‘긴장 완화’를 거의 구걸하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미국에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이며 전술적으로 기회를 이용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안정적인 힘의 균형에 도달할 때까지 중국과 거의 제로섬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군대는 규모와 범위, 준비태세 면에서 예전과 다릅니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타이완은 자위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타이완 전쟁은 고립돼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미국을 서태평양에서 밀어내면 한국은 너무 작아서 혼자서 중국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종속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타이완을 중심으로 한 지역 전쟁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이 다음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다음 순서라니요? 중국이 한국도 침공한다는 것입니까?
콜비 전 부차관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목표는 합병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이완의 경우는 중국이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고요. 한국, 일본 필리핀 등에 대해서는 중국이 경제적 패권 관계를 맺으려 할 것입니다. 안정된 지정 경제권(geo economic sphere)을 만들려고 할 텐데요. 중국이 이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군사력을 직접 이용하는 것입니다. 군사력의 직접적인 적용이 반드시 병합만을 위한 것은 아니죠. 한국도 중국과 160km 거리에 있기 때문에 타이완을 상대로 구축하는 군사력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반 패권적 연합’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책에서 밝히셨습니다. 한국은 동맹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까요?
콜비 전 부차관보) 한국은 미국에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며 기술 역량도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면 중국에는 큰 이득이 될 것입니다. 또 지리적으로도 한국은 특히 일본을 방어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1950년 미국이 한국 방어에 나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본입니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을 도와줄 강대국이 없다면 한국은 혼자서 중국에 맞설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의 이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의 우선순위는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고, 한국의 우선순위는 북한에 대응하는 것인데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나요?
콜비 전 부차관보) 미국이 동맹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을 세계화하려고 하죠. 한국이나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돕도록 하거나 유럽에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이해 관계가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또 그럴 역량도 없습니다. 따라서 동맹들이 자국과 주변 지역을 방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은 최전방 국가이기 때문에 자체 방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북한이라는 강력하고 끔찍한 위협을 상대하고 있죠. 중국도 북한과 함께 점점 더 한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더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북한 단독 시나리오에서 자체 방어에 대한 책임을 점점 더 많이 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단독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은 서울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하지 않겠죠?
콜비 전 부차관보) 북한만이 야기한 비상사태로 인해 미국이 여러 도시를 잃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의 워싱턴 선언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미국과 한국이 함께 직시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중국에 대한 ‘반 패권적 연합’에서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일본이 중국을 넘어선 패권국이 된다면 미국이 그 때도 일본의 군비 증강을 지지할까요?
콜비 전 부차관보) 반 패권주의 연합 논리는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매우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두 나라 다 아시아에서 어떤 나라가 지배적인 국가가 되는 것을 막는데 강력하게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1940년대에, 그리고 1980년대에 약간 그랬을 때 우리는 그 점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지금은 일본이 중국보다 훨씬 약해서 현실적으로 일본이 지역 패권을 잡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는 단지 힘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실질적으로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중국이 압도적인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보다는 인도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인도가 중국보다 두 배 강해지면 마오쩌둥에 대한 우리의 전략이 바뀌었던 것 처럼 우리의 인도에 대한 전략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요점은 누구도 패권국이 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관계도, 동맹도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위협 상황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한국인들은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에 대해 걱정해야 할까요?
콜비 전 부차관보) 저는 미국의 모든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상당한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이 자국의 목적과 노력을 설명하며 한국이 더 자립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미한동맹을 강화하되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 관련 유사시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로부터 미중 경쟁 시대의 한반도 전략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