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 한국과 호주를 주요 7개국(G7)에 포함해 G9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외연을 확대하자는 주장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위 자문인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9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기고한 ‘G9이 돼야 할 때(It’s Time for the G9)’라는 글에서 한국과 호주를 기존 G7에 추가해 G9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은 “중동의 폭력 사태와 러시아와 중국의 민주적 시장 경제에 대한 경제 및 안보 도전이 고조되는 등 전 세계가 위태로운 시기에 국가 간 동맹들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존 G7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 “At a dangerous time in the world—with violence in the Middle East and escalating economic and security challenges to the democratic market economies from Russia and China—national alignments continue to shift.”
클레인 전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초대해 외연을 넓히려고 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에 대응해 민주적 자유시장경제 국가들도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G7을 G9으로 확대해야 하는 이유로 지정학적 변화를 들었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은 “G7은 냉전이 끝나기 전 지정학적으로 지금과 다른 시기에 출범했으며, 1990년대 후반 러시아를 추가하려는 불행하게 끝난 노력을 제외하고는 회원국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G7은 냉전시기인 1970년대 중반 오일 쇼크 등을 겪으면서 국제사회가 세계 경제 위기 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7개 주요국이 모여 출범한 대화 협의체입니다.
냉전 종식 이후 구소련도 G7에 참여를 희망했고, 미국은 1992년 뮌헨정상회의를 러시아가 참여하는 G8 정상회의로 제안했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초청국 지위로 G7 정상회의에 참여해 오다 1998년 버밍엄 회의에서 정식회원이 돼 G8 체제가 완성됐습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기존 G7 국가들이 러시아를 퇴출시키면서 다시 G7이 됐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은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중국과의 경제적·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주요 20개국(G20) 내에서의 활동이 복잡해진 것을 고려할 때 지금이 G7 핵심 그룹에 새로운 나라들을 추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 “The G7 was created before the end of the Cold War and in a different geopolitical moment, and aside from an ill-fated effort to add Russia in the late 1990s, its membership has not changed. But as the world faces the economic fallout from Russia’s attack on Ukraine and rising economic and geopolitical tensions with China, and given the complexities of working within the G20, perhaps now is the time to add some new countries to the G7 core group.”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G20 체제는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적시에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만큼 G7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를 추가해 G9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클레인 전 실장은 일본이 G7의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이란 점과 중국의 도전을 고려할 때 이 지역 국가를 G9으로 추가·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이 지역 국가들 가운데 브릭스나 G7에 속하지 않으면서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두 나라인 한국과 호주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이 지역에서 중요한 경제·안보 파트너로서 두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은 G7에 한국이 추가돼야 할 이유로 경제 성장을 꼽았습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첨단기술 제품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신규 제조시설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한국이 기존 G7 국가들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면 해당 국가에 더 많은 일자리와 혁신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 “South Korea’s innovative and growing economy is not only a global leader in semiconductors and technology products, but Seoul is also making major investments in new manufacturing facilities in the United States and Europe—signs of lasting mutual interest and alignment.”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고, 미·중 긴장 고조로 제1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어려워진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G7에 정회원 자격으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이 일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G7 테이블에 앉게 되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내 반대를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는 G7에 속할 자격이 충분하며, 역사의 이 순간에 한국을 이 그룹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클레인 전 실장] “South Korea’s economy deserves its spot in the G7, and this moment in history makes including South Korea in the group the right thing to do.”
클레인 전 실장은 또 호주의 GDP가 한국만큼 크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투자 수준은 한국엔 미치지 못하지만 남태평양의 대표적인 민주적 자유시장 국가라며 G9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클레인 전 실장의 이 같은 제안을 환영했습니다.
러시아와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10일 VOA에 “인도·태평양 지역이 정치·경제·안보 측면에서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한국과 호주를 G7에 추가하는 것은 오늘날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 “With the Indo-Pacific region assuming greater importance in political, economic and security terms, adding the Republic of Korea and Australia to the G7 makes a lot of sense in today’s geopolitical environment.”
버시바우 전 대사는 한국과 호주가 기존 G7이나 브릭스 회원국이 아닌 국가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두 나라는 일본과 함께 미국의 긴밀한 군사 동맹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점점 더 긴밀한 파트너”라며 “이들은 이미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G9에 포함되면 러시아와 북한의 불안정한 활동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 “They are strong democracies with the largest economies among countries that are neither G7 nor BRICS members. Together with Japan, they are close military allies of the United States and increasingly close partners of NATO. They already play an important role in managing the strategic competition with China, and their inclusion in a G9 could reinforce efforts to contain the destabilizing activities of Russia and North Korea.”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G7 확대는 최근 몇 년 동안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었지만 어느 나라가 언제 추가돼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었다”며 “만약 지금이라도 확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한국이 1순위이고, 호주가 바로 그 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로, G7이 지지하고 옹호하는 가치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역내나 전 세계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분명한 열망과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G7 enlargement has been a subject of interest and discussion (again) in recent years, but the body has never come to consensus on that, namely who should be added and when. If that consensus to expand now exists, I think Korea should be at the top of the list with perhaps Australia right behind. Korea is a top 10 economic power and vibrant democracy, with clear aspirations (and some wherewithal) to play a greater role regionally and globally in support of the values and general policies that the G7 stands for and advocates.”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