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메이어 전 유엔사 부사령관은 한국이 주권적 통제권을 가지면서도 유엔사가 한국의 안보에 통합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메이어 전 부사령관은 15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한국 정부가 유엔사 역할을 축소하는 정책을 펼쳐 양측 간에 긴장이 조성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메이어 전 부사령관은 작전적 차원에서는 9.19 남북군사합의가 폐기가 맞지만 전략적 차원의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호주 해군 중장으로 2019년에서 2021년 간 유엔사 부사령관을 지낸 메이어 전 부사령관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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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메이어 부사령관님, 한국과 17개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이 14일 제1회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유엔 회원국 간 공동대응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까요? 이번 첫 회의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메이어 부사령관) 이번 회의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국가의 지지를 받아온 동맹입니다. 한국의 안보에 대한 변함없는 공약을 밝히는 것은 세계 역사상 경이로운 일입니다. 현대사에서 이렇게 많은 국가가 다른 국가의 안보를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인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각국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 한 번 그 약속을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기자) 이번 회의에서 또 미한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일부 유엔사 회원국들은 올해 실시된 ‘을지 자유의 방패’ 같이 모의 지휘소 훈련에 참여했는데요. 앞으로는 지상, 공중, 해상 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메이어 부사령관) 9.19 남북군사합의 이전에는 많은 유엔사 회원국과 한국 간 양자 또는 다자간 야외기동훈련이 계속 진행됐습니다. 실제로 언급하신 준비태세와 관련한 중요한 훈련에 회원국들이 참여해왔습니다. 저는 유엔사와 한국 지도부의 관계가 더 정상화되고 뿌리 내리면서 야외기동훈련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은 한반도 밖에서도 다국적 연합훈련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 호주에서 열린 ‘탈리스만 세이버’에도 참여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야외기동훈련이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한국 정부와 유엔사 간 관계 정상화를 언급하셨는데요. 윤석열 정부의 경우 이번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이 유엔사의 중요한 역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 당시 사령관 등을 지낸 예비역 장성들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유엔사의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길 원했다’고 했죠. 한국 정부의 태도가 유엔사의 활동에 얼마나 중요할까요?
메이어 부사령관) 국민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정부를 선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죠. 이전 정부의 정책은 유엔사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있을 당시에는 어려운 관계였습니다. 전임 정부는 현 정부에 비해서 유엔사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악(sinister)하거나 적대적인 영향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께서 갖고 계셨던 정책적 입장이었고 많은 장관들도 동의했으며, 임기 내내 같은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미국, 다른 유엔사 회원국의 제 동료들 중 다수도 그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임 정부가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유엔사 차원에서 타협할 수 없는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 중 중요한 것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한국이 아니라 유엔사라는 점입니다. 정전협정의 조건이 충족되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지켜는 것은 유엔사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능입니다. 한국이 주권적 통제권을 가지면서도 유엔사가 한국의 안보에 통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제이죠. 저는 이전 정부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는 다국적 동맹이 위기 상황에서 제공하는 전략적 깊이의 가치와 힘을 더 잘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당시 한국 정부와 유엔사 간 어떤 긴장이 있었습니까?
메이어 부사령관) 긴장이 야기된 지점은 실질적인 주권적 통제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무장지대의 주권과 관련해 그 곳은 분명 한국의 영토이지만 유엔사에 속하는 권한과 책임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재임 중인 정부에 속하는 권한과 책임이죠. 따라서 한국 정부와 유엔사 간에 특히 비무장지대 남쪽 지역을 어떻게 가장 잘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협상과 논의가 있었고, 때로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전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특정 측면에는 공감하지만, 정전 집행과 준수를 보장하는 우리의 책임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자) 말씀을 듣다 보니 2019년 북한 어민 두 명을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송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판문점은 유엔사 관할이죠. 이 사건도 유엔사의 관할을 침해하는 것이었나요?
메이어 부사령관) 분명히 매우 민감한 주제이며, 양측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려 했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밝혔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북한으로 사람들을 이송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유엔사가 그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들을 제공 받았다면, 유엔사는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한 이송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날 사령관과 당시 한국 정부의 여러 고위 지도자들간 아주 고위급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사건의 모든 세부 사항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JSA의 주된 목적은 오랫동안 유해 송환과 협상과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일어난 일이 JSA 설치 의도와 일치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종전선언을 추구하는 것은 유엔사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유엔사 해체 여부는 안보리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종전선언 추구가 유엔사의 임무와 역할을 약화시킨다고 보십니까?
메이어 부사령관) 긴장을 완화하고 항구적인 평화에 기여하는 활동의 경우 우리의 임무를 약화 시킨다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설명이 없으면 모호함이 생기죠. 당시 그런 방식으로 발표된 것은 모호함을 만들고 긴장을 조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파견국의 임무가 취소되려면 분명히 안보리 결의의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영구적인 평화가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의가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최종적인 평화에 도달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게 파견국들의 변함없는 약속입니다. 단지 선언 만으로는 안보리 결의가 완수됐고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전선언은) 적절히 사용한다면 긴장을 완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논의할 가치가 있지만 유엔사와 회원국들과 협의하는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그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9.19 남북군사합의가 한국의 준비태세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하면서 효력정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북군사합의가 접경지역에서 한국의 대비태세를 약화시켰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메이어 부사령관) 모든 일이 그렇듯 한국 안보와 관련해서도 동전의 양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JSA 내 긴장이 완화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를 실제로 둘러보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양보한 부분도 있습니다. 휴전선을 따라 배치된 군대의 준비태세, 특정 지역에서의 비행 불가, 특정 훈련장 사용 불가 등은 군대의 훈련 능력을 제한하고 급박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올바른 태세를 갖추는 데 상당한 제약을 줬습니다. 전반적으로 남북군사합의가 군의 준비태세를 약화시켰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안보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더 복잡해 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결과 지휘관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군의 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자) 따라서 준비태세는 약화되고 북한의 도발은 더 심해진 상황인데요. 한국이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할 것을 조언하시겠습니까?
메이어 부사령관) 우리는 전략적인 차원과 작전적인 차원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작전적 차원에서는 폐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전략적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령관은 전략적인 메시지도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죠. 따라서 제가 제언에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저는 한국을 2년전 떠났기에 협상을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순전히 작전만 생각한다면 폐기를 권고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미연합사, 한국 지도부는 훨씬 더 전략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죠. 따라서 폐기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 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이고 관련자들이 매일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기자) 2014년부터 유엔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맡아왔던 유엔사 부사령관에 캐나다, 호주, 영국 장성들이 임명됐죠.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이 유엔사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메이어 부사령관) 중요한 것은 한국이 주류국(host nation)으로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떠난 이후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앤드류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은 대응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가 가용할 수 있는 유엔사 병력을 잘 이해하도록 하고, 유사시 또는 분쟁 발생시 유엔사 병력을 가장 잘 배치하려는 것이죠. 이번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여전히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전략적 태세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밑에서 군 지휘관들이 해야 할 일은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모의 지휘소 훈련 뿐 아니라 각군 체계가 어떻게 연결될지, 어떻게 자료를 공유할 지 파악할 수 있도록 야외기동훈련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저는 유엔사 회원국들이 대응 준비태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야외기동훈련에 다시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장합니다.
기자)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역내 긴장을 불러 일으킨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왜 일까요?
메이어 부사령관) 중국은 역내에서 자국의 의제(agenda)를 추진하려고 하며, 안보에 대한 다자간 접근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양자적 차원에서 우월한 경제적 힘과 영향력을 사용해 긴장에 대응하려 하죠. 하지만 다자간 연합은 단순히 각 부분이 합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연합의 힘은 도덕적 권위, 규칙 기반 질서 준수에 기반하죠. 중국의 반발이 놀랍지 않습니다.
기자) 유엔사가 실질적인 다국적연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메이어 부사령관) 이미 실질적인 다국적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사는 긴장과 교전, 휴전을 겪고 70년의 휴전을 유지한 경이로운 실체이죠.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기동훈련을 늘려야 하는 등 개선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개인적인 관계 형성도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관계들은 제가 연합사 부사령관으로 근무할 때 누렸던 큰 특권 중 하나이죠. 이전 한국 정부와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정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했고 단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유엔사 장병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수록 좋은 일입니다. 그 다음 단계로 한국 정부가 원할 때 현장기동훈련 체제로 돌아가서 개인적 관계에 기반한 다자간 대응의 힘을 구축하도록 장려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스튜어트 메이어 전 유엔사 부사령관으로부터 제1회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에 대한 평가와 유엔사 재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