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 윤 대통령 국빈만찬에 ‘탈북민’ 초청…별도 왕실 만찬엔 ‘꽃제비’ 출신 참석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2 버킹엄궁에서 개최한 영국의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한 음력 설 기념 리셉션에 탈북민 박지현 씨를 초대했다. 사진 = 영국 왕실.

찰스 영국 국왕이 다음 주 21일 버킹엄궁에서 개최할 윤석열 한국 대통령 부부 초청 국빈 만찬에 탈북민 박지현 씨 부부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실에서 주최하는 다른 만찬에는 꽃제비 출신 탈북민이 참석하는데, 영국 상원의원은 온당한 조치라며 환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20일부터 3박 4일 동안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탈북민 부부가 국빈 만찬에 초청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16일 VOA에 찰스 3세가 21일 저녁 버킹엄궁에서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초청받았다며 초청장과 왕실의 확인서를 공유했습니다.

영국 왕실이 국빈 만찬에 탈북민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 대표는 VOA에 “전화를 먼저 받고 깜짝 놀랐다”면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 데 대해 영국인들이 인정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그만큼 저희가 진짜 헛되지 않게 북한에서의 삶을 잊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은 물론 또 저희 가정이 여기에서 잘 자리 잡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진정성 있는 모습을 영국인들에게 보여줬구나. 그것으로 받는 보상이 아닐까? 정말 감동적이고 감사했습니다.”

박 대표가 공유한 왕실의 ‘프레젠테이션 카드(주: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행사에 대한 안내와 참석자 정보를 담은 문서)’에는 박 씨를 ‘인권 운동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지현 대표는 북한 청진 출신으로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고문 등 고초를 겪은 뒤 15년 전 영국에 정착해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런 공로로 영국의 ‘아시아 여성상’과 국제앰네스티의 ‘브레이브어워즈상’을 받았고 영국 보수당 후보로 지방 선거에 여러 차례 출마한 바 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말로 하는 메시지보단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런 자리가 북한 정권에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어떤 조약보다도요. 그러니까 말로만 우리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일한다기보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탈북민들과 함께 같이한다는 자체가 한반도는 북과 남이 갈라진 게 아니라 하나의 한반도다 이런 메시지잖아요.”

영국 왕실 대변인실은 16일 박 대표 초청과 의미에 관한 VOA의 질의에 “국빈 연회의 참석자 명단에 대해선 미리 언급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영국 왕실 대변인] “We would not comment on or confirm the guest list for the State Banquet ahead of time.”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인 2021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 종교박해와 인권 침해자 초청 행사에서 탈북민 티머시 조 씨를 만났었습니다.

또 지난 2월에는 왕실이 개최한 음력 새해 기념행사에 아시아계 유력 인사들 중 한 명으로 박지현 씨를 버킹엄궁으로 초청해 환담을 나눴고 지난주에는 런던 근교에 있는 뉴몰든의 한인타운을 찾아 이정희 재영탈북민총연합회 회장과 티머시 조 국장을 만나는 등 적어도 세 차례 탈북민들과 회동했습니다.

국왕을 만난 탈북민들에 따르면 찰스 3세는 북한 정권의 세뇌 문제, 필사적으로 북한에서 탈출해야 하는 탈북민 실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

한편 찰스 국왕의 저녁 만찬 다음날인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회의사당-웨스트민스터 홀 연설과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 공작과 런던시장이 길드홀(Guildhall)에서 개최하는 저녁 만찬에는 탈북민 티머시 조 씨가 공식 초청받았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조 씨는 16일 VOA에 초청장을 공유하며 “탈북민도 영국 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자신이 국빈들이 모이는 만찬에 초대받았다는 것 자체가 뜻깊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국장] “탈북민들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런 자리에 참석해 대표할 수 있다는 자체에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다른 탈북민들도 이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갖고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 저 혼자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탈북민 사회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저 북한 땅에서 많은 분이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데 이것을 보시면서 (우리도) 민주주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 대표와 조 국장은 또 윤 대통령 방문 첫날(20일) 저녁에 열릴 영국 내 한인들과의 행사에도 초청받았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보다 강력한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16일 찰스 3세의 탈북민 초청 의미에 대한 VOA의 서면 질의에 “탈북자들의 안녕에 대한 찰스 국왕의 관심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답했습니다.

[알톤 상원의원] “The interest of King Charles in the well being of North Korean escapees is highly commendable and it is fitting that they should be preset at key events during the State Visit of President Yoon. It is deeply disrespectful of the North Korean Ambassador to use such disparaging language and British people will be shocked. Such language is indicative of the mindset of those who embrace such a vehement and hateful ideology.”

이어 “윤 대통령 국빈 방문 기간 중 주요 행사에 탈북민을 초청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날인 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19년 연속 컨센서스로 채택하기 직전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매도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알톤 의원은 “북한 대사가 이런 욕설을 한 것은 매우 무례한 처사로 영국 국민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러한 언어는 격렬하고 증오스러운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지현 대표는 이에 대해 “북한 주민의 입은 강제로 막을 수 있지만 탈북민은 통제할 수 없기에 김정은에게는 탈북민들이 눈엣가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김정은 김여정 남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그 인간쓰레기가 이번에 버킹엄궁전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 갑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