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탈북민 상황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 사는 탈북민들은 8일 런던 외곽의 한인타운을 찾은 국왕을 만나 잠시 환담했다며, 찰스 3세가 탈북민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경청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8일 수도 런던 남서부 외곽에 있는 뉴몰든의 한인타운을 방문했습니다.
올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0일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입니다.
뉴몰든 감리교회에서 열린 국왕 환영식에는 이 지역 2만여 명의 한인들을 대표한 각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영국에 사는 탈북민 2명도 초청받았습니다.
탈북민인 이정희 재영탈북민총연합회 회장과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은 이날 찰스 3세를 만난 뒤 VOA에 찰스 국왕이 유독 자신들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한복을 입고 국왕을 만난 이 회장은 찰스 3세가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탈북민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희 회장] “국왕께서 가족들은 어디에 있는가 해서 가족들은 다 북한에 있다고 했더니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말씀하시고. 그래서 제가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 많이 북송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도 힘 좀 써서 관심도 갖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아 좋은 얘기라고. 이것을 해야 한다고, 우리 탈북민들 보면 가슴이 많아 아프다고 하셨어요.”
이 씨는 또 찰스 3세가 영국 내 탈북민 규모와 생활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었다며, “아버지 같은 푸근함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희 대표] “너무 편안하게 말씀하셔서 정말 좋더라고요. 저는 진짜 아버지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 같으십니다. 정말 좋다고 그랬더니 제 손을 쥐시고 막 흔드시더라고요. (웃음)”
‘BBC’ 방송과 ‘인디펜던트’ 등 영국의 주요 언론들도 이날 찰스 3세의 한인타운 방문 소식을 전하며 국왕이 일부 탈북민과는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국왕이 탈북민들에게 어떻게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갔는지에 대해 질문했다면서 티머시 조 국장의 부연 설명도 자세히 전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 이어 찰스 국왕을 두 번째 만난 조 국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참석자들의 시선이 찰스 국왕과 자신들에게 쏠려 잠시 당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국장] “다른 분들과는 보통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시는데 저희 앞에서는 엄청 진지하셔서 룸 안에 있던 모든 행사장 분들의 분위기가 온통 저희 쪽으로 쏠려서. 그러면서 어떻게 탈출했냐고 물으셔서 저희가 동시에 공동 답변을 했어요. ‘We survived’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라고 했더니 국왕님의 안색이 무척 흐려지시더라고요.”
조 국장은 찰스 3세가 “따뜻한 표정으로 탈북민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염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의 독재자와는 매우 대조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국장] “손잡고 웃어주고 엄청 다정다감한 할아버지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그것을 생각했어요. 진짜 군주와 독재 군주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런 (대조적) 이미지가 갑자기 떠오르더라고요. 북한과 비교하면서.”
이 회장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탈북민은 뉴몰든을 중심으로 500명, 다른 지역에 200명 등 7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찰스 3세는 이날 한인들이 준비한 공연을 관람하고 K팝 음악과 김치 등 한국 문화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고 영국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또 뉴몰든 중심가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를 찾아 영국군 참전용사들을 만났습니다.
조 국장은 찰스 3세가 대관식 후 처음으로 영국 의회에서 ‘킹스 스피치’를 한 다음 날 한인타운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 사회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발전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국장] “탈북민들을 위해서 앞으로 무슨 일이든 더 많이 해야겠다는 각오도 했고요. 지금까지 더 열심히 해 왔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리고 탈북민 커뮤니티도 이제는 트라우마와 슬픔을 견뎌내고 한국 커뮤니티와 같이 나란히 설 수 있는 커뮤니티구나 하는 자신감이 들어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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