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매도한 것은 진실에 대한 김정은 남매의 두려움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와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국무부는 탈북민들이 자유를 찾아 탈북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가 지난 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당시 미국 외교관의 발언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의에서 김 대사에 이어 발언권을 행사한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의 말을 공유했습니다.
아이리치 자문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내 인권 침해로부터의 자유를 찾는 탈북민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 고문,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 기타 심각한 인권 침해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라 아이리치 자문관] “We remain deeply concerned that North Korean escapees seeking freedom from human rights violations in North Korea are being forcibly repatriated to North Korea against their will, putting them at risk of torture,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and punishment and other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 All states should abide by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북한 인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또 지난 9월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매튜 밀러 대변인이 발표했던 성명도 공유했습니다.
[밀러 대변인] “As we observe the 20th annual North Korea Freedom Week, we recognize the courage of the North Korean defector and human rights community, which continues to speak on behalf of the millions of North Koreans suffering abuses who are unable to advocate for themselves.”
“우리는 학대에 시달리고 스스로 변호할 수 없는 수많은 북한 주민을 대신해 계속 목소리를 내는 탈북민과 인권 단체의 용기를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김성 대사는 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19년 연속 컨센서스(합의)로 채택하기 전 발언을 통해 “미국의 사주로 유럽연합이 매년 유포하는 반공화국 결의안 초안은 조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가족을 버리고 탈북한 ‘인간쓰레기’들의 날조된 증언으로 작성된 허위, 조작, 음모로 일관된 사기문서”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The anti-DPRK draft resolution circulated by the European Union every year at the instigation of the United States is fraudulent a document consistent with falsehood, fabrication, and plot as it is thrown out with testimonies fabricated by 'human scum' who committed the crimes in their homeland and defect leaving their families.”
김 대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지적한 인권 침해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며 모든 인민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진정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에 관한 책 ‘더 시스터(The Sister)’를 펴낸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이성윤 교수는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X’에 VOA의 관련 보도를 링크하며 “전 세계에 거짓말하고 독재 국가의 터무니없는 거짓을 맹렬히 선전해야하는 것은 참으로 가련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성 대사는 가족과 함께 탈북해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과감하게 국가적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17일 VOA에 “(김성) 북한 대사와 북한 정부가 진정으로 북한 주민을 대변한다면 (유엔총회에) 보고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그러나 “김 대사는 그러는 대신 분노와 미개한 담론을 쏟아내며 협박과 무력만이 북한 정권의 유일한 대응이란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습니다.
[코헨 부차관보] “Instead, the ambassador has lashed out in anger and uncivilized discourse, showing that intimidation and brute force are the only responses the North Korean regime has to dissent. The ambassador should know better: his government's refusal to cooperate with the UN and make human rights improvements will hasten the day when North Korea's leaders and its representatives will be brought before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코헨 전 부차관보는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유엔과의 협력과 인권 개선을 거부하는 것은 북한 지도자와 대표들이 국제형사재판소에 서게 될 날을 앞당길 것이라는 점을 김성 대사는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은 김 대사의 발언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는 21일 영국 국왕이 버킹엄궁에서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초청 국빈 만찬에 초대된 박지현 씨는 17일 VOA에 “인간쓰레기 주장은 탈북민들에 대한 김정은과 김여정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예전에는 이런 소리 들으면 같이 짜증을 냈습니다. 우리가 무슨 인간쓰레기냐? 이렇게 했는데 이제 인권 활동을 10년 하다 보니까 저는 그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결국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막말을, 목소리를 높이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이제 두려운 것이 없잖아요. 반대가 된 거죠. 옛날 북한에 살 때는 북한 정권이 두려워서 할 말을 못 하고 살았는데 이젠 북한 정권이 오히려 저희한테 두려워서,”
박 씨는 자신의 ‘X’에 VOA 보도를 링크하며 독일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저명한 정치 이론가인 한나 아렌트가 한 명언을 올렸습니다.
“권력을 장악한 전체주의는 동정심과 관계없이 모든 일류의 인재를 지능과 창의성이 부족한 얼간이와 바보로 대체하고 충성심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박지현 씨] “특히 해외에 나와 있는 탈북자들에 의해서 북한이 어떤 곳인지 알아가고 또 해외에 있는 가족에 의해 송금을 받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또 다른 삶을 살잖아요. 그래서 아마 탈북자들이 북한 정부에는 진짜 눈엣가시일 거예요. 우리를 소멸하고 싶은. 그래서 맨날 인간쓰레기 이 한 말밖에 못 하는 것 같아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김정은과 김여정이 진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Kim Jong Un and Kim Yo Jong fear the truth. North Korean escapees tell the truth. They have no way of talking facts because we know the facts and North Korean escapees have told us the facts and have told us the truth, so the only thing they can do is to insult the witnesses and nothing else.”
스칼라튜 총장은 “탈북민들은 진실을 말한다”며 “우리가 사실을 알고 있고 탈북민들이 사실을 말하고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증인을 모욕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모든 탈북민이 범죄자란 주장에 대해선 “북한 정권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을 범죄화한다”며 성경 반입, 외부에서 정보를 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모두 범죄 행위로 간주해 처벌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22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 공작이 런던시장과 공동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초청 공식 만찬에 초청된 북한 꽃제비 출신 티머시 조 씨는 “김성 대사도 평양의 명령에 복종해 앵무새처럼 읊조릴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롯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국가와 국민 모두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많이 안ㅆ럽고 안타깝습니다. 북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가가 되고 싶을 텐데 그럼 그만한 태도를 갖춰야죠. 유엔이란 국제 무대 안에서 그런 막말을 해 가면서 무슨. 진짜 정상 국가가 되고 싶다면 품격을 갖추고 그에 맞는 자질을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