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사실상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최전방 감시초소를 복원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가 긴장 고조의 시기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한국이 ‘맞대응’보다는 다른 더 나은 방안을 찾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최근 미한 국방장관이 미군 조기경보위성의 정보 공유에 합의한 것은 한반도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 장군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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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에이브럼스 사령관님,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최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다만 북한이 ‘만리경 1호’로 한반도와 하와이, 괌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는데요. 북한이 공중 감시 능력을 갖추게 되면 한반도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또 미한의 대북 군사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이번 발사 성공에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지구 저궤도에 물체를 진입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은 특히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동일한 기술이죠. 이것은 북한이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능력을 보여준 것이며, 북한의 위협을 실제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번 발사 이전에도 위성사진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우방인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위성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을 것이고, 공개된 자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체적인 정찰위성을 통해 한국군, 주한미군과 관련된 특정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그들만의 정찰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앞으로 미한 동맹은 북한의 정찰위성이 관측하지 못하도록 주요 군사 자산을 위장하고 보호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자) 한국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지속적인 합의 위반에 대한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으로 본다”고 밝혔죠. 군사합의 일부정지가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십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미국 관리나 전직 미국 관리가 남북한의 주권적 합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17년-2018년처럼 긴장이 고조된 시기로 돌아간 것 같아 유감입니다. 당시 남북 간에는 신뢰나 믿음이 없었고, 접경 지역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서로를 비난하는 공개 성명이 쏟아졌습니다. 안정적인 안보 상황에는 도움이 되지 않죠. 하지만 모든 위반에도 불구하고 정전협정은 현재까지 굳건히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자) 긴장 국면으로 돌아간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9.19 군사합의로 한국군의 접경지역 감시정찰이 제한되지 않았습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그것은 사실입니다. 2018년 9월 체결된 남북군사합의가 완충구역을 추가로 설정해서 양측이 정찰기와 일반 항공기, 전투기를 비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죠. 동부지역은 군사분계선(MDL)로부터 40km, 서부지역은 20km 까지 항공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공중정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비행금지조항이 북한에 불공정한 이득을 줬다고 평가합니다. 또 이 조항에 대한 대부분의 부담은 한국이 져야 했다고 하죠. 미국은 9.19 군사합의 서명국이 아니었지만 관련 규정을 준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지난 며칠간 양측이 이미 결정을 내렸죠. 우리는 이제 한반도의 안정적인 안보 상황을 위해 좀 더 미래지향적이어야 합니다.
기자) 미래지향적으로 향후 대응을 살펴보죠.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비무장지대(DMZ)내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병력과 장비를 다시 투입하고, 감시소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군사활동 강화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한국군과 주한미군 모두 항상 그래왔듯이 북한의 활동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안정적인 상황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과거에 파괴한 감시초소 중 일부를 복원한다고 해서 한국도 감시초소를 복원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군사 당국에 맡겨야겠지만 안정적 상황을 위한 더 나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예를들어 지상에 감시초소를 짓기보다는 고정식 무인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비무장지대(DMZ) 안에 여러 광학 장비들을 갖춘 풍선을 둘 수도 있습니다. 이 광학 장비들은 지상의 감시초소보다도 훨씬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택지는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군이 북한의 행동에 ‘맞대응’ 하려고 하지 않길 바랍니다. 한국군은 주도성을 보이고 3보, 4보, 5보 앞을 내다볼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9.19 공동성명 파기를 선언한 뒤 파기 책임을 한국에 돌렸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수 백 차례 연합훈련을 하면서 9.19 공동성명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죠. 북한이 한국 탓을 하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최근 VOA가 인터뷰하기도 했는데요, 제가 매우 존경하는 시드니 사일러 전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훌륭한 지적을 했습니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국의 합의 위반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 왔다고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인 2019년 2월 말, 3월 초를 돌이켜봅니다.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저는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 사령관으로서 첫 번째 전구급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즉시 우리가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불만을 나타냈죠. 9.19 군사합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양측의 기대가 달랐던 것도 어려웠던 점이라고 봅니다.
기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10년만에 개정했습니다. 이 새로운 전략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강화할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우선 너무 늦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핵심 동맹 문서를 개정하는데 10년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번 전략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의 위협도 증대됐지만, 한국군과 미군, 미한 연합군의 역량도 강화됐습니다. 이러한 역량 강화는 ‘맞춤형 억제전략’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죠. 저는 이 전략과 관련해 일반 한국 국민들이 주변의 지상이나 공중에서 어떤 특별한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실질적으로 미한 양국군의 전술적 계획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기자)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한 국방장관들은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 체계(SEWS)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한국의 방어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킵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이번 합의는 지난 5년간 미한 양국이 이룬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양국이 진정한 기술적 상호운용성을 위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연결해 조기경보체계를 공유함으로써 미군과 한국군이 동일한 위협 인식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죠. 우리는 과거에도 매우 긴밀히 공조했지만 미군과 한국군 장병들은 나란히 앉아 각자의 화면을 보며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진정한 기술적 상호운용성을 갖추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조기 경보의 속도가 빨라지고 교전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의 속도가 빨라져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와 한국 국민을 방어하는 우리의 능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것은 양국의 주요 성과입니다.
기자) 미 국무부가 한국에 최대 38기의 SM-6 미사일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이지스 구축함에 배치될 예정인데요. 지금까지 한국은 SM-2를 사용했죠.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군사전략적 이익은 무엇일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한국군 함대의 능력이 엄청나게 도약할 것입니다.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사거리가 크게 늘어나고, 순항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도 갖게 됩니다. SM-6를 대함 순항미사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또한 함정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중 유일하게 극초음속 비행체를 격추할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지스 구축함에 SM-6가 탑재되면 전력이 상당히 증강될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방어 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기자) 유엔군사령관도 지내셨는데요. 한국과 17개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이 14일 제1회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번 발표의 의의 무엇일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이번 회의를 주최한 한국 국방부 장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전에도 보도된 부분이지만, 아시다시피 몇 년 전부터 주한미군사령관이 매달 각 회원국 대사들과 만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정전협정 준수와 유사시 대처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성명은 한국 방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크고 분명하게 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950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 들어본 적 없는 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름에 응답했던 바로 그 나라들입니다. 그들은 한국에 갔고, 그곳을 자랑스럽게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은 여전히 한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기자) 관련해서 한국 정부의 태도가 유엔사와의 협력에 있어 얼마나 중요할까요? 전임 문재인 정부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은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유엔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길 원했다”고 말했는데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아주 중요합니다. 저는 이전 한국 정부 당시인 2018년부터2021년까지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퇴역한 한국 장군들의 발언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유엔사의 권위와 역할, 책임을 약화시키려는 공동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현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에 명시된 유엔사의 임무와 책임, 권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유엔사 회원국 국방대표 또는 대사가 참석해 공개적인 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엔사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정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최근에 스튜어트 메이어 전 유엔사 부사령관을 인터뷰했는데요. 메이어 전 부사령관은 전임 한국 정부와 유엔사 간 긴장이 야기된 지점은 비무장지대 등에서 실질적인 주권적 통제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갈등 요소는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제가 갈등과 마찰의 원인 한 가지를 정확히 지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2018년 11월에 한국에 부임한 직후부터 모든 것이 긴장과 갈등의 원천인 것 같았습니다. 매우 어려운 논의들이 진행됐고 어려운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쉽고 순조로운 일은 없었습니다.
기자) 2014년부터 유엔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사 참모부에 장성급을 포함한 한국군을 파견하겠다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한국군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2013년에서 2016년 재임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때부터 유엔사 활성화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진정한 활성화를 위한 대부분의 과제는 완료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과제는 유엔사를 다른 두 사령부와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과 이후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이 세 개의 사령부를 분리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14년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서명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미래 언젠가는 한국군 4성 장군이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될 것입니다.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 4성 장군 밑에서 일하는 참모장교가 동시에 유엔사의 미군 4성 장군 밑에서 일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분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얽힌 것을 푼 것이 큰 성과였습니다. 브룩스 사령관이 시작하고 저도 열심히 노력했으며 진전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유엔사 일부 회원국들 출신의 참모를 추가해 정전협정 준수를 계속 감시하고 집행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갖춘 본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규모 본부가 아닌 약 80명 정도를 구상했는데 그마저도 어려운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엔사를 강화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한국 정부가 회원국 중 한 나라 이상에 ‘방문국지위협정’(Visiting Forces Agreement: VFA)’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항상 논란과 마찰의 원인이 돼 왔습니다. ‘방문국지위협정(Visiting Forces Agreements: VFA)’은 회원국 군대를 한반도로 불러들이는 우리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개선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북한 정찰위성 발사와 9.19 군사합의 정지,미한 동맹과 유엔사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