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맺으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보장 등을 위해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페이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밝혔습니다. 반 데르 플리트 대사는 2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네덜란드 모두 가치를 공유하는 중견국으로서 공조 전망이 밝다고도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선 비정상적 활동이라며 관련 자금 차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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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는데요.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입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반도체 동맹’은 네덜란드와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독특하고 보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입니다. 이 동맹을 통해 반도체 연구, 안정적인 공급망 보장, 인재 개발 등에 함께 협력한다는 것이고요. 이때 정부와 기업, 학계가 모두 협력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 분야 선도국이고 한국은 메모리 칩 강국이죠.
기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이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다자적인 수출통제 공조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통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나요?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네덜란드는 첨단 반도체 체조 장비와 관련해 독자적인 국가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를 고려해 올해 9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이번 조치를 비롯한 일반적인 수출 통제 조치는 설계상 국가 중립적입니다. 물론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 회원국들, 일본과 같은 파트너와 논의하지만 이는 주권적 결정입니다. 우리는 국가 안보에 근거해 수출 통제 조치를 독자적으로 결정합니다.
기자) 네덜란드와 한국은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요. 원전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죠. 네덜란드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미국, 프랑스와 같은 민간 원자력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특히 네덜란드의 관심을 끄는 한국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다양한 기술 협력을 강화해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원자력 기술도 그중 하나이고요. 예를 들어 해상풍력 발전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분야에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새로운 원전 정책은 미국, 프랑스는 물론 한국 등 원전 대국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원전은 한국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원전을 수출하는 등 좋은 실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미국과 프랑스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빌럼-알렉산드르 국왕의 초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했습니다. 1961년 수교 이후 첫 국빈인데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대사님도 동행하셨죠?
반 데르 플리트 대사) 정말 좋은 방문이었습니다. 분위기도 좋았고 내용도 알찼죠.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교 이후 첫 국빈 방문이라는 자체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죠. 한국과 네덜란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이고, 중견국이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고, 오랫동안 중요한 경제 파트너였습니다. 양국 협력의 중요한 측면인 무역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서 논의 했듯이 양국은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독특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 농업, 재생 에너지 등 기술 수준이 높고 혁신적인 분야들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빈 방문은 양국의 정치, 안보 협력을 더 확대하고 심화하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기자) 양국이 가치를 공유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네덜란드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국의 전략과 어떻게 일치합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네덜란드와 유럽연합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전략이 매우 일치하고 공통 분모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안정은 유럽의 안정, 번영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이는 우리가 역내에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우리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 발표에 주목했고, 매우 기뻤습니다. 그 계획을 바탕으로 더 많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양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항행의 자유, 사이버 안보 등 공통 관심사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전략을 이행하는 데 있어 한국과 계속 협력하길 바랍니다.
기자) 한국과 영국은 최근 ‘다우닝가 합의’를 체결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단속하기 위한 해양 공동순찰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네덜란드도 비슷한 노력에 관심이 있습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네덜란드는 내년에 인도태평양에 호위함을 파견할 계획이며 아직 계획이 수립 중입니다. 따라서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태평양 안보, 해양 교류, 제재 이행 조율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안보리 이사국을 지낼 때를 포함해 대북 제재를 항상 진지하게 이행해왔습니다.
기자) 네덜란드는 남북한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올해 주한 네덜란드 대사로 취임하셨는데, 주북 대사 활동은 언제 시작하십니까? 코로나 봉쇄 때문에 뒤로 미뤄지고 있는 건가요?
반 데르 플리트 대사) 저는 주북한 대사로 한국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정부에 신임장을 제정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정부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대사님의 신임장을 받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 데르 플리트 대사) 그건 북한 당국에 물어봐야 할 질문입니다. 아마 북한 당국이 더 잘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기록적인 수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7차 핵실험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네덜란드는 어떤 우려를 하고 있습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매우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 수단 보유는 결코 정상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최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확산 위험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과 부품,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안보리와 유럽연합이 부과한 제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도록 설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기자) 미한일이 최근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가동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일 관계가 좋은 궤도에 올라서 이런 협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 안보 측면에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고요.
기자) 네덜란드 비정부기구인 ‘라 스트라다 인터내셔널’은 북한 노동자 강제노역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항소장을 2022년 네덜란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네덜란드 선박 회사 2곳이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알면서도 북한인들이 다수 고용된 폴란드 조선소에 일감을 발주했다는 내용인데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비인도적 근무 환경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네덜란드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대북 제재를 지지하며 제재 이행을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은 강제 노동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항상 지지해 왔습니다. 또 우리는 제네바와 뉴욕에 있는 네덜란드 공관, 유엔 인권이사회, 네덜란드 인권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한국인들에게는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 전 축구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명한데요. 그 유명세를 실감하셨습니까?
반 데르 플리트 대사) 물론입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에 한국인들은 두 명의 네덜란드인을 안다고 들었습니다. 17세기 조선에 표류했던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과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죠. 우연히도 저는 헨드릭 하멜과 같은 도시 출신입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주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처음 만나 대화했습니다. 다음에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오면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페이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로부터 한국-네덜란드 양국 협력 관계와 네덜란드의 대북 정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