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 “북한제 불량 무기, 상명하달식 통제체제 탓”…“복제품 한계” 지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함께 방문한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에 북한 신형 무인기가 전시돼있다. (자료사진)

러시아에 제공된 북한 무기가 ‘불량품’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생산량 늘리기에만 급급한 북한 군수산업의 특징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애초에 복제품에 불과한 북한 무기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는데, 엄청난 양을 러시아에 운송해 이 같은 ‘질적 결함’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122mm와 152mm 포탄의 품질 불량으로 러시아군 포신이 망가지거나 포병이 부상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제 포탄 등 무기 불량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면서 이는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북한 군수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조셉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는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전략 창고에 있던 무기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러시아로 보낼 새 군수품 생산을 늘리는 동안 구형 군수품과 장비를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북한제 무기에서 결함이 자주 노출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은 항상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특히 구형 군수품을 보낼 경우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생산한 탄약 등 군수품에도 품질 불량 문제가 적잖은데 오래된 탄약에서는 그런 문제가 더 심각하게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품질 관리 부실은 북한 군수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며 “북한은 중앙집권적 국가로, 상부에서 명령이 하달되면 제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이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를 들어 122밀리미터 탄약 1천발을 생산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품질이 걱정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다”며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탄약의 품질이 아니라 생산 명령을 받은 수량으로, 과소 생산은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녹취: 버뮤데즈 선임연구원] “Poor quality control, that's a problem throughout North Korea's military production industry. It's part of the challenges they face because it's a central command nation and orders are issued at the top and it's important that they're fulfilled at the lower level regardless of the quality of the product. (중략) So the most important thing is not the quality of the munitions, it's the quantity that you were ordered to produce. You never want to underproduce.”

다소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초과 달성은 괜찮지만, 과소 생산은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부실한 품질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란 지적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러시아산 탄약 부족으로 러시아군이 북한에서 공급된 품질 낮은 포탄과 박격포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품질이 좋지 않아 점령군의 총과 포신 내부에서 탄약이 폭발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침략자의 무기와 인명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 페이스북] “Due to insufficient ammunition of their own production, Russian occupation troops are forced to use low-quality artillery and mortar attacks supplied from North Korea. Due to the unsatisfactory condition of such ammunition, there are unique cases of their tearing directly in the barrels of the occupiers' cannons and mortars, which leads to the loss of weapons and the personnel of the captors.”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유럽담당 선임 부국장을 역임한 존 에라스 군비통제 비확산 센터 선임정책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의 발표는 러시아군이 처한 위험을 과장했을 수도 있는 만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조심스럽다”면서도 “북한제 무기는 품질에 대해 부정적인 평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제 무기에 결함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의 설계를 모방한 무기와 탄약을 생산한다”며 “복사기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복사본은 원본보다 결코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에라스 선임국장] “North Korean materiel has a negative reputation for quality. North Korea produces weapons and ammunition that are copies of Russian and/or Chinese designs. As anyone who has used a photocopier knows, a copy of a copy is never as good as the original.”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설계를 모방한 무기를 생산해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아프리카 국가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복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북한 무기 거래에 정통한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 무기의 품질은 잘 변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무기 품질도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 quality of North Korean weapons has really not changed. And it should be pointed out that Russian weapons quality is not exactly the best in the world either.”

러시아나 북한제 무기의 품질이 한국이나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의 품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제 무기 품질은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 제 기능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무기들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 아프리카 국가들과 버마에 수출하는 무기 종류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제 무기의 품질 불량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바꿀 만큼 큰 문제는 아니며,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으로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제 무기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오히려 “북한이 122mm와 152mm 포탄 수십만 발을 러시아로 운송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거의) 모든 포탄을 러시아로 반출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 think the big impact on the war is gonna be that North Korea shipping hundreds of thousands of rounds of artillery rounds to Russia, mostly 122 millimeter and 152 millimeter, and that they're getting all of those out to Russia very quickly relatively quickly at least.

So I think the fact that some of them don't work well is kind of something that's typical, but I don't really think it'll have a big impact on the battlefield.”

에라스 선임국장은 “한 가지 중요한 고려 사항은 거대한 군수산업을 가진 러시아가 다른 곳에서 군수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무기 고갈을 우려하고 있으며, 전쟁이 끝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것이란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이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장하고, 러시아의 침략을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라스 선임국장] “One important consideration is that Russia, with a massive arms industry, needs to obtain supplies from elsewhere. This shows that Moscow is concerned about running out and suggests that one way the war could end would be if Russia is denied the means to continue. North Korea, Iran (but seemingly not China) are prolonging the war and facilitating Russian aggression.”

러시아가 북한 등에서 무기 공급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공급받는 대가로 탄도미사일 기술이나 우주 발사체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첨단 우주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탱크나 전투기 등 북한이 원하는 군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북한이 군사력을 신장시켜 결국 한반도와 세계 안보와 평화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에라스 선임국장은 “북한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돕고 있으며 그 대가로 북한은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군사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얻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쨌든 북러 양국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며, 유엔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체제의 신뢰성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라스 선임국장] “North Korea is helping Russia wage a war of aggression. In return it is likely receiving access to military technology that can exacerbate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n any case, the arrangement is in violation of UNSC resolutions, further undermining the credibility of the UN and rules-based international systems.”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