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정은 국격 우위 주장, 국제 현실과 큰 괴리

31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2024년 새해 맞이 청년학생 야회가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국격과 지위를 과시하는 발언을 했는데요. 하지만 실상은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국이자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반면 북한은 전기와 식량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빈곤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선전과 주장을 객관적 자료와 평가를 통해 검증하는 ‘팩트체크’, 김영권 기자가 확인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노선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밝히며 북한이 한국보다 국격과 지위에서 낫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보도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북한의 국격과 지위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인데, 북한 지도자의 이런 주장은 국제 현실과는 괴리가 매우 큰 것입니다.

같이 보기: 김정은 위원장 “‘대미 정면승부’ 원칙 견지… ‘교전 중’ 남북관계 근본적 전환”

김 위원장의 발언과 같은 날,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X’에 위성사진 한 장을 올렸습니다.

한밤중에 불빛이 환한 한국과 칠흑같은 어둠뿐인 북한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의 2023 억만장자 지수(Billionaires Index) 집계에서 순자산 2천320억 달러로 세계 최고 부자에 다시 오른 머스크는 이 사진에 ‘낮과 밤의 차이’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러면서 “미친 아이디어: 한 나라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반씩 나눠 70년 뒤 모습을 확인해 보자(Crazy idea: Let’s divide a country into half capitalist and half communist and check on it 70 years later.)”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 만에 판이해진 남북한의 현실을 사실상 지적한 것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국으로 발전한 한국과 빈곤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의 이런 국제 위상은 다양한 국제 통계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 등 5개 국제기구의 2019년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기준 인구의 44%만이 전기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모든 인구가 전기를 24시간 공급받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북한보다 전기 상황이 열악한 나라는 21개국으로 대부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세계 최빈곤 국가들입니다.

한국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 남북 주요통계지표’에서도 북한의 발전 전력량은 2022년 기준 264억 kWh로 5천 944억 kWh인 한국과 22.5배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북한 황해남도의 협동농장.

북한 주민들의 건강 등 영양 상태는 더욱 심각합니다.

유엔은 지난해 발표한 연례 ‘2023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실태 보고서(SOFI)’에서 북한의 2020~2022년 사이 영양부족 인구는 1천180만 명으로 2004년~2006년 기간 기록된 830만 명보다 350만 명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 공개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던 김 위원장의 집권 시기에 민생은 더 악화한 것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남북한 인구의 ‘1인 하루 영양공급량’은 2021년 기준 단백질은 2.1배, 지방은 4배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남북한의 경제 지표는 비교 자체가 힘들 정도란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통계청의 2023 남북 주요통계지표를 보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2022년 기준 한국의 60분의 1, 1인당 국민총소득은 3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무역 총액 역시 2022년 기준 북한은 15.9억 달러로 1조 4천150억 달러를 기록한 한국과 무려 890배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달 갱신한 ‘월드 팩트북’에서 북한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수년째 2013년 기준인 400억 달러, 명목 GDP는 280억 달러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과 거의 60배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앞서 VOA에 지난 70년간 남북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uth Korea was a poor agricultural area, northern Korea was pretty well industrialized. So, if you jump forward, you know, like 70 years later, it's all flip flopped.”

과거 “한국은 가난한 농업 지역이었고 북한은 산업화가 꽤 잘 된 곳이었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모든 것이 뒤집혔다”는 설명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연 국빈만찬에서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고 존경받는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e way the Korean people have transformed your country, Mr. President, through courage and hard work it’s one of the most prosperous and respected nations in the world. It is testament to the boundless possibilities our people can achieve when we do it together. And we know that our work is not yet done.”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민이 용기와 노력을 통해 한국을 세상에서 가장 번영하고 존경받는 국가 중 하나로 변화시켰다”며 “이는 미한 양국 국민들이 함께 할 때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년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방문했다.

그밖에 한국은 K팝, K드라마 등 한류 문화에서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 중 하나로 매년 유엔 무대에서 결의안 채택 등으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언론과 정치인들이 최악의 인권 상황을 지적할 때 북한과 비교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국제 위상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잠시 감소했던 누적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천만 명을 다시 돌파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전망했지만 북한은 국경 봉쇄 이후 가뜩이나 제한적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아예 끊긴 상황입니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 졸개”란 김 위원장의 주장도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정책국장은 VOA에 미한동맹이 과거 일방적 관계에서 양방향으로 진화했고 공동 이익 분야도 훨씬 커졌기 때문에 7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정책국장] “But now I think it's more of a two way relationship in which security benefits flow to Korea but economic investments and other benefits are flowing to the United States from Korea.”

“안보 이익은 한국으로 흘러가지만 경제적 투자나 다른 이익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흘러가는 쌍방향 관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미 전문가들은 ‘보호자’와 ‘수혜자’ 관계 속에 70년 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진 미한동맹은 이제 안보동맹, 경제동맹, 가치동맹으로 진화하며 호혜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한 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세계 바닥권이었던 한국의 군사력은 2021년 기준 세계 6위권(GFP), 국방비 지출은 502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라섰습니다.

또한 양국 교역 규모는 2006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영향 등으로 2021년에 1천69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