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한중 관계 인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가 자료를 내고 조 후보자의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은 명확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동맹과 파트너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가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한중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는 4일,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조태열 후보자의 이런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VOA의 전날 보도에 대해 “VOA에서 보도한 해리스 전 대사의 언급 내용은 조 후보자의 발언을 한중 관계가 한미 동맹과 동등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오해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이날 VOA에 전달한 ‘언론 대응 자료’에서 “이는 조 후보자의 발언 내용이 영어로 번역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서 한국말의 뉘앙스 차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해리스 전 대사는 2일 미국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최근 조 후보자가 한중 관계를 한미 동맹 못지않은 중요한 관계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해리스 전 주한미대사 “대응력 훼손하는 대화 안돼…‘한중관계 중시’ 발언 우려”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지난달 20일 인사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對)중국 외교 방향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이전 정부에서) 한미 동맹, 한일 관계, 한·미·일 안보 협력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어 윤석열 정부 들어 그것을 복원시키는 데 매진하다 보니 한·미, 한·일, 한·미·일 쪽에 치중된 인상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제는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조 후보자는 중국과 미국을 동등하게 보려 한다”면서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동등함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You know, we see a new foreign minister in South Korea, former South Korean ambassador to the U.N., Mr. Cho. His first commentary about China, a little bit concerning, you know, he seeks to strike an equivalency betwee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There is no equivalency. South Korea has only one ally that will have its back if North Korea invades and China is not that country.”
또한 “북한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뒤를 떠받쳐줄 동맹은 하나밖에 없는데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의 비판에 외교부는 “조 후보자는 그동안 저서와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한미 동맹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표명해 왔다”며 조 후보자의 저서와 언론 기고문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21년 출간한 저서 ‘자존과 원칙의 힘’에서 “나는 그 원칙과 기준의 맨 앞자리에 한미 동맹의 비전과 가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습니다. 또 “동맹국인 미국과 파트너인 중국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동맹은 동맹이고 파트너는 파트너인 것이다”라고 기술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21년 4월 7일 한국 매체인 ‘매일경제’에 기고한 ‘동맹과 파트너 사이의 균형외교?’란 제목의 글에서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동맹은 동맹이고, 파트너는 파트너인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VOA는 한국 외교부가 당시 조 후보자의 발언이 영어로 제대로 번역, 보도되지 않아 생긴 오해 때문이라고 해명한 만큼, 당시 조 후보자의 발언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어떻게 번역되는지 질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해리스 전 대사에게도 외교부의 해명에 관한 입장을 묻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지 이미 결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무부는 지난 2020년 6월 VOA에, 당시 이수혁 주미한국대사가 밝힌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주장과 관련해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