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PR 앞둔 중국에 ‘탈북민 보호’ 방안 질의…킹 전 특사  “대중 압박 높일 것”

지난해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와 관련한 서면질의서를 제출했습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오는 23일 중국에 대한 4차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심의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서면질의서를 통해 중국내 탈북민 보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 UPR에 북한을 명시하며 탈북민 보호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면질의] “1. Could China provide information on the asylum procedures that escapees from foreign origin includ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have access to?
2. We would like to ask what measures China is taking to protect and support women escapees from foreign origin includ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o are exposed to trafficking, forced marriage, and other forms of exploitation.
3. We would like to ask what measures China is taking to protect and support children born in China to women escapees from foreign origin includ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o are categorized as "illegal immigrants" according to the Chinese domestic law.”

한국 정부는 우선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 이탈자가 접근할 수 있는 망명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어 ‘인신매매, 강제결혼을 비롯한 여타 형태의 착취에 노출된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 여성이탈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국내법에 따라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는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 여성 이탈자들이 중국에서 출산한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위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를 밝히라’고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그간 탈북민 문제에 관한 국내 또는 해외 여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열 한국 외교장관은 11일 기자들에게 23일 중국에 대한 UPR 심의에서 “구두 질의할 때는 마땅한 우리 입장에 따른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차 중국 UPR 당시엔 탈북민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2차 때는 현장 발언에서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 등 난민 보호를 언급했지만 북한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11일 현재 중국 UPR 심사를 위해 사전 서면질의서를 제출한 국가들은 영국, 독일, 스위스, 스웨덴, 호주, 쿠바, 이란,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18개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에 대한 인권 관련 내용이 많습니다.

한국 외에 탈북민 인권 관련 질문을 한 국가는 아직 없습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조치를 환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1일 VOA에 한국 정부가 현명한 외교를 하고 있다며 (사전 서면질의를 통해) “중국 측에 미리 경고를 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긍정적이고 우호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raising it in the UN context puts more pressure on China. I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simply quietly raises it with the Chinese government, it will be ignored. If the South Koreans raise it in the United Nations. There's a better chance the Chinese will pay attention they will not back down initially, but it may make the Chinese more sensitive to dealing with this problem of refugees from North Korea who are being punished and dealt poorly by the Chinese.”

킹 전 특사는 “유엔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중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조용히 이 문제를 제기하면 무시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유엔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중국이 초기에는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해 더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워싱턴의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의 조치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에 인권 문제, 특히 탈북민 관련 우려를 제기하는 것을 꺼려왔지만 이제는 “인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주도적인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Basically, this is going to have very positive effects, in my view, on the coalition of like-minded states at the UN, on recruiting new states to be members of this coalition, and on international civil society as well. International Civil Society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will be emboldened by this bold, courageous South Korean initiativ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의 행동은 유엔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연합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고, 새로운 국가들의 참여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제 시민사회 단체들도 한국의 대담하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고무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