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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 정부, 중국에 강제북송 문제 적극 제기해야…국제 연대도 중요”


지난해 8월 미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탈북민들이 결성한 ‘2600명 탈북민강제북송반대 미국 시민 연합’이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탈북민들이 결성한 ‘2600명 탈북민강제북송반대 미국 시민 연합’이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인권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인권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희생할 수 없는 핵심 가치라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Human rights is at the very core of the fundamental values that define South Korea as a country. Human rights should not be sacrificed for the sake of economic and other issues. (중략) I would urge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consider in particular the inclusion of the forcible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refugees in the PRC UPR.”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인권은 한국이라는 국가를 정의하는 근본 가치의 핵심”이라며 “경제나 다른 문제를 위해 인권을 희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UPR은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서로의 인권 상황을 심사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독특한 제도로, 오는 23일 중국에 대한 4차 UPR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유엔 회원국은 UPR 심의와 관련해 사전 서면질의나 현장질의 등 방법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9일은 중국에 관한 UPR 서면질의 제출 기한이자 지난해 10월 9일 중국 당국이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 북송한 지 3개월째가 되는 날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UPR 서면질의 제출 기한인 이날까지 질의 제출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에 대한 참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전 서면질의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중국의 UPR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등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 분석관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 분석관

앞서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들은 지난해 10월 9일 강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규리 씨 등과 함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23일로 예정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 절차에 마련된 사전 서면질의와 권고 등을 통해 국군포로와 그 가족을 포함한 중국의 탈북 난민 강제 송환 문제를 제기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 분석관은 9일 VOA에 “한국 외교부가 4차 중국 UPR 사전 서면질의 및 권고를 통해 북한을 명시해 중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습니다.

신 분석관은 “특히 지난 10월 9일 강제 북송된 탈북민 중에는 국군포로 가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지난 2005년 1월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 씨 등을 포함해 강제 북송된 탈북 난민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UPR 사전 서면질의를 통해 중국에 해명과 관련 정보 제공을 당당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UPR에서) 중국과 관련해 제기될, 또 제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는 북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중국으로 가는 것뿐인 탈북 난민을 중국이 대하는 문제”라며 “UPR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강력하게 제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m sure that one of the issues that will be raised with regard to China and should be raised is the question of Chinese dealing with North Korean refugees, people from North Korea who have fled, and the only way they can get out of North Korea is to China.(중략) And I'm sure that the issue will be raised and I hope it will be raised strongly during the course of China's universal periodic review.”

그러나 한국 정부가 UPR에서 중국에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 등을 제기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앞서 지난 8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의 UPR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강제 북송 문제를 중국에 직접 제기할 계획이 있느냐’는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질의에 “검토 중으로 안다”면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조용한 외교’로 비치는 측면이 있는 모양인데 사실 정부에서 양자, 다자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신 분석관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한다면, 더 이상 중국 눈치를 보지 말고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면서 “서면질의와 현장 발언 등을 통해 중국에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경제와 안보 등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 정부의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전략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제 관계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안을 찾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권이라는 한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핵심 가치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 그리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처럼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만큼 전략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Strategically for South Korea, it would be very important to walk away from dependency on China. Because of human rights, because of North Korean human rights, because of national security and because of the lessons that we learned under COVID. While dependence on this economic relationship with China may be regarded as unavoidable, on the other hand, not looking for alternatives is dangerous. (중략) So strategically, South Korea needs to find a way to diminish it's dependence on economic relations with China.”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이 쉽지 않은 만큼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중국 정부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서는 민감한 문제”라며 “한국 정부는 중국과 상당한 경제적 이해 관계를 갖고 있고, 중국도 한국 정부와 이해 관계가 있어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 강제 북송)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이 문제를 제기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s a sensitive issue for the Korean governmen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a significant economic interests with the Chinese. The Chinese have interests with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t's a sensitive issue. (중략) I hope there are other countries that will also raise the issue because this is not just a South Korea issue.”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국가와 협력해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반드시 한국 정부가 나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 정부와 접촉해 질문하고, 다른 나라 정부가 이 문제를 지원하도록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t doesn't always have to be your government to do that. There are other courses you can approach other governments to ask the questions and mobilize other governments to support this issue, even though you're not out front on it.”

코헨 전 부차관보는 한국은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에서 탈북민의 강제 북송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고,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에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유럽연합 등 많은 나라들이 공개적으로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어 “모든 사람들이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반대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면서 “나는 항상 유엔 사무총장이 난민최고대표 출신으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강제 송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회원국들을 모아 외교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know that everybody is opposed to the forced repatriation. And that is clear, the question is what you do about it and how you do it. And there are various roads to these problems. (중략) I myself have always recommended that the UN Secretary General, put together a group of States and try to work this out diplomatically because he used to be the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and he knows the situation very well and he has spoken out against forced repatriations.”

한국은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차 중국 UPR 당시엔 탈북민 관련 질의에서 침묵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2차 UPR 때는 현장 발언에서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 등 난민 보호를 언급했지만, 탈북민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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