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성공 주장에 “신빙성 있어” vs. “역량 의문”  

북한은 14일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들을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전문가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습니다. 다만 북한이 기술 축적을 위해 추가 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5일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The North Koreans had tested maneuvering reentry vehicle a couple times in 2022 on the liquid repellent Hwasong 12 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And so it's perfectly credible that they would test the same type of warhead on the new solid propellant 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that they claim to have fired, and the photograph they released, you know, would appear to be consistent with that.”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2022년에도 두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한 적이 있다”면서 “신형 고체연료 추진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같은 종류의 탄두를 시험했을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충분히 믿을 만하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도 이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과거 단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시험을 한 만큼 중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역량도 갖췄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고체연료 기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를 감행해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 단계가 필요 없어 기습공격이 가능하다는 전술적 강점이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미사일이 약 1천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IRBM의 사거리는 3천~5천500km로 미군 전략자산이 배치된 괌과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의 첫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두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감행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 즉 시속 6천120㎞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고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한국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 속도는 음속의 10배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1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은 극초음속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자체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는 겁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이번 고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10을 넘었을 수 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서방 정보기관이 실제로 확인할 때까지는 (이 같은 정보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정도의 속도라면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있는 미군의 지상기반 요격시스템이나 패트리어트 같은 요격시스템으로 요격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며 “실제로 마하 10으로 날아간다면 미사일 방어 관점에선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수퍼 전 미국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체연료 극초음속 IRBM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고속 비행과 변칙 기동으로 추적과 요격을 피해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북한이 그런 기술을 확보했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수퍼 전 부차관보] “If for some reason they've developed a warhead that can maneuver, that is, you know, turn left and right, go up and down before it hits its target, that becomes more of a challenge. But I doubt very much that they have that capability because it's been difficult even for the United States, China and Russia to develop that kind of technology.”

수퍼 전 부차관보는 “만약 북한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상하좌우로 회전할 수 있는 탄두를 개발했다면 그것은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도 그런 종류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들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로베르트 슈무커 박사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이 분야에서 북한의 역량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에 대해 매우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독일 뮌헨 공대(TUM)에서 50여년 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독일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엔 등에 자문을 해왔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하려면 수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쏜 미사일 속도가 마하 10을 넘어섰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만약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갖고 있다면 이 미사일은 직선 궤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변칙) 기동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슈무커 박사] “If the thing is such a missile flies a very straight trajectory if you have a high and highly supersonic hypersonic missile, which means a very high speed, then this missiles fly on a straight trajectory. (중략) This is physics. These missiles do not have a high maneuverability. These are flying on a straight line, so all what is mentioned about these hypersonic missiles is nonsense. These missiles fly on the straight line and this has a straight line oriented to the target.”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성공 여부와는 관계 없이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탄도미사일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북한은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미사일이 예상 궤도를 따라 얼마나 정확하고 정밀하게 발사됐는지 원격 측정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주둔지에서 미사일을 가져오고 발사장에 미사일을 설치해 발사하는 기술과 절차를 연습하고 습득하는 것 자체도 북한군의 역량 개발에 유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도 반복적인 시험 발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슈무커 박사는 “신뢰성이 높은 미사일을 보유하려면 모든 허용 오차를 포함한 여러 차례의 테스트가 필요하다”면서 “수십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공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제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앞으로 북한은 일관성 확보를 위해 반복적인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며 “또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목표물에 정밀하게 탄착할 수 있는 탄두 확보를 위한 역량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