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종말 시계’ 자정 90초 전…“북한 핵 위협도 주요 원인”

미국 핵과학자회보(BSA)가 23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올해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했다. 시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정 90초 전을 유지했다. 왼쪽은 과학교육자 빌 나이(Bill Nye).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종말 시계’가 올해도 자정까지 90초 남은 것으로 설정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그리고 북한의 핵 위협 등이 지구 종말 위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미국 핵과학자회보(BSA)는 23일 올해 ‘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정 90초 전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브론슨 회장] “Last year, we expressed amplified concern by moving the clock to 90 seconds to midnight, the closest to global catastrophe it has ever been. The risks of last year continue with unabated ferocity and continue to shape this year. Today, we once again set the doomsday clock to express a continuing unprecedented level of risk. It is 90 seconds to midnight.”

BSA의 레이첼 브론슨 회장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연례 ‘지구종말 시계’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지난해 시계를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인 재앙에 가장 근접한 시점인 자정 90초 전으로 앞당김으로써 증폭된 우려를 표명했었다”며 “지난해의 위험은 올해도 수그러들지 않고 여전히 맹렬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전례 없는 수준의 위험이 지속되고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지구종말 시계를 설정한다”며 “자정까지 90초 남았다”고 강조했습니다.

BSA는 지난해 지구종말 시계를 3년 만에 10초 앞당기면서 지구 종말 위험이 더 커졌음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1945년 창설된 BSA는 지구종말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지난 1947년부터 매년 핵 위협과 기후 변화, 생물학적 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구 종말까지 남은 상징적인 시각을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알렉스 글레이저 프린스턴대 기계·항공우주학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외에도 북한의 핵 위협을 지구 종말 위험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글레이저 교수] “North Korea is essentially proceeding with its nuclear program. We, the Bulletin just ran an article earlier this week, including by Siegfried Hecker arguing that North Korea might actually be preparing for war... and we've seen reports that North Korea is collaborating with Russia in the war in Ukraine.”

글레이저 교수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주 초 BSA는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주장을 담은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헤커 박사는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난 11일 북한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 방아쇠를 당길지 알 수 없지만 위험의 수위는 미한일의 일상적 경고를 넘어선 상태”라며 "지난해 초부터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 메시지는 북한이 통상적으로 하는 ‘허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 민간단체 ‘생물방어 초당적위원회’의 아샤 조지 사무총장은 이날 지구종말 시계 발표 행사에서 북한 등 일부 나라들의 생물무기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녹취:조지 사무총장] “The State Department talks about two countries, Russia and North Korea, having active offensive biological weapons programs. It talks about China and Iran, also engaging in some activities that could or may not be biological weapons oriented…We have this specter of the use of biological weapons on battlefields and in crises.”

조지 사무총장은 “미 국무부는 러시아와 북한이 공격적인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과 이란도 생물학적 무기를 목표로 할 수 있는 일부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전장과 위기 상황에서 생물학 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AS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역량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명]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 continues to advance steadily. In March 2023, North Korea released a number of photographs showing a row of warheads (“Hwasan-31”) of a new and smaller type, which could be deployable on shorter-range missiles. In April 2023, North Korea claimed it had successfully tested a solid-fuel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for the first time (“Hwasong-8”). These missiles can be moved and launched more rapidly, increasing the survivability of these forces. In response, South Korea has asked for a greater role in America’s nuclear commitments to defend the south, something that may ultimately fail to dull South Korea’s appetite for a deterrent of its own.”

BAS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계속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2023년 3월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소형 탄두, ‘화산-31'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2023년 4월 북한은 처음으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8형’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며 “이 미사일은 더 빠르게 이동하고 발사될 수 있어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한 미국 핵 공약에서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자체 억지력에 대한 한국의 욕구를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위협도 지구 종말 위험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성명] “Concerns remain about Russia’s possible use of nuclear weapons in this conflict...While Putin has said that Russia won’t resume nuclear testing unless the United States does so, there have been reports about increased activity at nuclear test sites in Russia and China...The United States and China are on the verge of a major nuclear arms race. One significant development in the United States is debate about whether the US nuclear arsenal may have to increase over the next decade to counter China’s expansion...Iran now has the means to rapidly produce the fissile material for a small number of weapons within weeks of a decision to do so.”

BAS는 성명에서 “이 분쟁(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또 “푸틴은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는 한 러시아는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핵실험장에서 활동이 늘었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은 주요 핵무기 경쟁 직전에 있다”며 “미국 내 한 가지 중요한 움직임은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미국의 핵무기고를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 이란은 소량의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하면 몇 주 안에 핵분열 물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