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운항은 증가하는데 안전 검사는 미비…중·러 항구서 지난해 고작 4건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의 선박들. (자료사진)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북한 선박이 크게 늘었지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현지 안전 검사는 4번밖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 선박이 많아 특별 관리 대상인 북한 선박이 과거와 달리 두 우호국에서 검사를 받지 않는 배경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선박의 운항 횟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발한 이후 자취를 감췄던 북한 선박이 2022년 이후 조금씩 해외에서 포착되기 시작하더니 작년부터는 예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중국 다이롄과 룽커우, 닝보, 르자오 항 등에 북한 선박 수십 척이 운항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선박의 운항 증가 추세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해외 항구에서 안전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의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항구에서 안전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단 4척에 불과했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건조된 지 30년이 넘는 경우가 많아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블랙리스트’ 국가로 따로 관리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 선박보다 더 자주 안전 검사를 받아왔었는데, 지난해에는 극히 저조한 검사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3월 리나호가 중국 난징항에서 검사를 받은 데 이어 8월에는 다이롄항에서 달마산호가 검사 대상이 됐습니다.

또 러시아 나홋카항과 올가항에서 각각 6월과 8월 2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안전 검사가 실시됐습니다.

북한 선박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느슨하던 2016년에는 총 275척이 안전 검사를 받았고, 제재 강화 이후인 2019년 51척이 검사 대상이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3척과 1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운항 재개가 이뤄진 2022년에 단 한 척도 검사를 받지 않으면서 이상 조짐이 감지됐는데, 선박의 운항이 더 늘어난 지난해에도 극히 저조한 검사 실적을 보인 것입니다.

북한 선박들이 안전 검사를 받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작위로 검사 대상 선박을 선별하는 만큼 의도치 않게 북한 선박들이 안전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선박들에 대한 검사가 여전히 활발한 상황에서 유독 북한 선박만 검사를 받지 않고 있어 중국의 ‘고의 회피’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사무국은 지난해 VOA의 관련 질의에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새로운 검사 제도에 따라 각 항만 당국이 사용 가능한 검사 장비와 항구 내 선박 수를 고려해 검사 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결정한다”며 “(위원회) 사무국은 항구 내 선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역량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사무국은 중국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회피하는 정책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며 “(위원회는) 일종의 전문 기구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VOA는 중국 정부에 ‘누락 배경’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