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가 2026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건립하는 ‘국립북한인권센터’의 예술 특별고문으로 위촉된 유근상 작가가 예술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조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탈리아 국립문화재복원대학 총장으로 이탈리아에서 40여 년간 조형 회화 작가로 활동해 온 유 특별고문은 1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가을 바티칸에서 열리는 인권센터 설명회 준비 등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유 특별고문은 또한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유 특별고문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 통일부가 추진하는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사업의 예술 특별고문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먼저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 특별고문) 이탈리아에서 42년간 작품 생활을 하고 교육계에서 종사하다 고국을 위해서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서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또 북한 인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기자) 특별고문으로 위촉되고 난 뒤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한데요.
유 특별고문) 네,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11월에 제네바에서 있을 ‘(북한) 인권 국제 대화’에 앞서 9월, 10월경에 이탈리아 바티칸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더욱 부각할 수 있는 북한의 상황을 알리고, 또 이번 북한인권센터 건립과 관련한 내용 등 센터 모형을 전시하는 행사가 열리는데 지금 그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진척이 있고요. 저는 지금 국제적인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목소리가 가장 중용적이고 또 정치색이 가장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바티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를 하시는 건가요?
유 특별고문)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하는 일종의 전시를 하는 건데요. 여러 자료를 보여주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조형 회화 예술가로 활동하시면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유 특별고문) 고국을 떠나 외국에 살다 보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북한의 여러 가지 도발 행위에 대해서 무감각한 수준이 되거든요. ‘또 거짓말 하는구나’ 아니면 ‘과장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큰 걱정보다는 익숙해져 버리는데,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되냐?’ ‘곧 전쟁이 날 것 같다.’ 이러거든요. 한반도에 대한 불안감이 해외에서 더 높기 때문에 제가 유학할 때도 그렇고 늘 고국에서 벌어지는 긴장 상태를 항상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창작 생활을 하다 보니까 거기에 대해서 고민만 많이 하지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이런 마음을 행동으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일이 주어졌기 때문에 좀 더 고심하고 있습니다.
기자) 생명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예술 작업을 펼쳐 오셨는데요. 이번에 건립되는 센터에 구상하고 있는 조각품, 건물 조성 계획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 특별고문) 네, 우리는 휴전선을 경계로 두고 살고 있습니다. 철새들이나 오고 갈 수 있는 그런 아픔 속에 놓여 있는 게 현재 우리 남한, 북한의 현실인데요. 여기서 자유로운 새, 또 북한, 한국 동일한 백의민족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하얀색의 건물, 자유의 상징인 새를 기본적으로 하는 그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인권 문제가 북핵 등 정치적 문제와 얽혀 소외되고 국제사회의 이목도 끌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유 특별고문) 우크라이나도 그렇고 정치적 이슈와 정치 싸움 속에 인권을 다루다 보니까 어떤 게 옳은지 모를 정도로 전 세계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예술가의 시선으로는 정치적으로 뭐 여당, 야당도 있지만 또 국가 간의 이데올로기도 다른 아주 극한 상황까지 가다가 또 어떨 때는 평화가 좀 올 것 같은 기대감도 느끼는데요. 그렇지만 인권이라는 건 정책으로, 또 정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권이라는 거는 사랑과 평화의 문제니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다른 나라들보다 오히려 등한시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그동안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정치적인 이슈나 이데올로기보다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져야 할 그런 자유 세상과 또 인권에 대한 자기 보호 이런 것들이 본인들의 힘이 약하고 폐쇄된 집단 속에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못하는 북한에 빛을 쐬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기자) 암울한 북한 인권 문제를 예술이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요?
유 특별고문) 중세 때도 그렇고 르네상스 시대에도 군대가 한 지방, 한 나라를 점령하는 시대가 있었죠. 수도사들이 먼저 가서 어떤 선교 활동을 피면서 순교를 통해서 종교 전파를 펼쳐 나갔었는데, 지금 사회는 좀 더 복잡한 사회가 됐습니다. 어떤 힘에 의한 그런 역할은 이제 오히려 역반응, 전쟁을 더 일으킬 수 있는 자극만 주지 평화의 메시지는 전달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남북 간 관계가 조금 나아졌을 때 우리나라의 문화 사절단이라고 해서 음악인들이 가서 노래를 불러주고 서로 답방 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게 한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고, 꾸준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독일의 통일을 보면 서독도 많은 노력 속에 또 망명과 또 어떤 제재도 많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통일을 염원한 덕에 우리보다는 앞서서 통일을 했잖아요. 물론 우리는 독일과 달리 동족상잔의 아픔을 갖고 있고 지금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데, 독일보다는 쉽지 않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기자) 이번에 건립되는 국립북한인권센터가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는지 또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유 특별고문) 일단은 (북한 주민들은) 알 권리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몰래라도 우리 남한이나 전 세계의 어떤 정보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그런 관심을 보여준다면 어두운 지하에 갇힌 체제 속에 살면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도 인간으로서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노출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북한 주민들도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기자)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의 직계 후손이라고 들었습니다.
유 특별고문) 네. 열일곱 나이에 잔 다르크 같이 우리 민족을 위해서 뭐 돌 하나 던진 것도 아니고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만세를 부르다가 사망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늘 유관순 열사의 직계라는 말을 좀 더 강하게 해 왔는데요. 저희 집안이 어떻게 보면 다 그렇게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런 삶 속에 제가 자라고 살아왔기 때문에 국가관, 또 독립 유공자에 대한 존경심, 배려, 사랑에 대해서는 많은 느낌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나라 사랑 정신을 갖고 고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아무튼 그런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유근상 특별고문으로부터 한국 통일부가 추진 중인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과 관련한 이모저모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