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통한 ‘국제금융망’ 접근 어려워…여전히 ‘강력 제재’ 필요”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양국 국기가 걸려있다.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로 동결된 북한 자금 일부를 해제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재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제재 위반에 대한 규탄과 해당 은행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제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동결자금을 해제한 데 대해 “러시아와 북한의 은행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더 뻔뻔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 “Russia’s banking ties with North Korea are not entirely new, but perhaps more brazen. The UN Panel of Experts for North Korea has long documented Russia’s failure to close accounts held by North Korea’s Foreign Trade Bank— a UN designated entity… Overall, I think this is just another piece of evidence that Russia is in serious violation of its international commitments. I also think that it exposes other countries that may have close economic ties with to potential North Korean sanctions evasion risks, via Russia.”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

2021년까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아놀드 연구원은 6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전문가패널은 러시아가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대외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지 않은 사실을 오랫동안 보고서에 기록해왔다”며 북러 금융거래가 계속 이어져 온 사실을 상기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이 사건은 러시아가 국제적 약속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와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를 통해 잠재적인 북한 제재 회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 미 동맹국 정보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자국 금융기관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3천만 달러 중 900만 달러의 인출을 허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의 위장회사가 최근 친러시아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에 있는 또 다른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은 “러시아 계좌를 통해 북한이 서방 (금융망)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 “It’s not likely that Russian accounts will give North Korea a great deal of access to West. However, it may allow North Korea to use Russia to access other markets and financing where Russia has friendlier economic ties—particular in the Global South.”

이어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를 이용해 러시아가 우호적인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시장과 금융권, 특히 ‘글로벌 사우스’ 신흥국과 개도국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당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오세티야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국제금융망에 접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국장] “Opening an account in South Ossetia is not the smartest way to get access to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Russia is under significant sanctions for the Ukraine war. North Korea is smarter than that. This potentially is just, you know, a quid pro quo in, in the scheme of things for the missile cooperation and arms cooperation, but it's not as big a deal.”

루지에로 국장은 “이것은 잠재적으로 미사일과 무기 협력에 대한 대가일 수 있지만 그렇게 파급효과가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 재무부가 북한이 여전히 국제금융망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해 온 점을 비춰볼 때도 북한이 현재 금융망에서 완전히 단절된 상황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킹 말로리 랜드연구소 국제위기안보센터 국장

랜드연구소의 찰스 킹 말로리 국제 위험∙안보 국장도 8일 VOA에 “다소 은밀하게 진행됐던 북러 은행 관계가 이번 사건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러시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계속 대립하는 것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금융거래를 원해 이를 들어준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국제금융망에 추가로 접근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미국과 서방국들의 공동 대응에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말로리 국장은 미국과 서방국들이 “3천만 달러의 북한 자산을 압류하고 있는 러시아 은행의 정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자산 동결을 해제한데 대해 (서방국들이) 해당 은행을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I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does nothing in reaction, yes. However, it's highly likely we know where that $30 million and seize assets is located, which bank it's located in, in Russia. And it is entirely conceivable that as a result of Russia unfreezing the assets unilaterally, that bank will be sanctioned. And if that happens, then no, it doesn't by North Korea additional access to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말로리 국장은 “그 경우 북한은 국제금융망에 추가 접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북한과의 금융거래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 금융기관으로 대외경제관계은행(Vneshkonombank), 대외무역은행(Vneshtogbank)를 꼽았습니다. 과거 소련 시절에 북한과 거래하던 은행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말로리 국장은 러시아가 제재를 받고는 있지만 북한보다는 국제금융망에 더 많이 연결됐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를 활용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에게 “러시아 은행을 제재할 테면 하라고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Basically, the Russians are kind of challenging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react to this by sanctioning whichever bank it is. What that will do is it will shut down a whole bunch of transactions between Russia and other entities in the West. And so the calculation is that the Western, 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on't have the resolve to react in that manner.”

말로리 국장은 “해당 은행을 제재하면 러시아와 서방의 다른 금융기관 간의 거래가 완전히 중단될 것이며, 따라서 서방이 그런 식으로 대응할 의지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동맹을 비롯한 서방국들과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말로리 국장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유럽연합, 일본, 호주, 캐나다 등 동맹들과 북한 자금을 동결 해제한 러시아 은행을 함께 제재하는 합의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I think it would be better if the United States did not act on its own. It would be better if the United States tried to reach agreement with the European Union, Japan, Australia, Canada. And its other allies, to sanction whichever Russian bank has unfrozen the assets. Because if it doesn't, if it acts on its own, that bank can always try and go via those other countries, it would have a stronger message if it was a concerted allied response.”

“그렇게 하지 않고 미국 혼자서 독자적으로 러시아 은행을 제재하면, 이 은행은 언제든지 다른 국가를 경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말로리 국장은 러시아가 북한과 이번에 금융 거래를 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일종의 괴롭힘’이라면서 “대북 제재와 같이 국제사회가 신경 쓰는 부분을 건드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력의 대가를 높이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그러한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모든 동맹국들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로리 국장은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국장도 북러 금융 거래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제재법과 애국법 311조 등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많다는 것입니다.

애국법 311조는 미 재무부에 미 사법당국 관할 밖의 특정 국가, 금융기관, 또는 개인을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고 특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별조치에는 보고 의무 개선에서 해당기관과의 전면 거래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녹취: 루지에로 국장] “If they wanted to, they have a lot of tools they can use, whether it's sanctions or, or 311 action. So they chose to leak this to try and shame Putin and North Korea and Kim into changing their approach. And those two have no shame, really. It's overdue for the United States to go after the entire North Korean financial network. We also have to keep in mind the new executive order that came out in December, focused on foreign financial institutions. So they could start to sanction some of these networks through the Russia sanctions.”

루지에로 국장은 이어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3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행정명령도 있다”며 “대러시아 제재를 활용해 이러한 북러 금융거래망을 제재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개정 행정명령 제 14024호를 발표하고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세컨더리 제재, 제 3자 제재를 처음으로 시행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내려진 세컨더리 제재입니다.

아놀드 연구원도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제3국 은행에 대한 역외 제재를 계속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P3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가 러시아의 노골적인 제재 위반을 지속적으로 규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놀드 연구원] “It is imperative that the P3 continue to condemn Russia’s blatant violations of sanctions. It’s also important fo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like FATF to explain how Russia-North Korea banking could expose other countries to sanctions-evasion risks.”

이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같은 국제기구가 러시아와 북한간 은행거래가 다른 국가들을 제재 회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