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에서 시운전 정황으로 보이는 냉각수 배출이 계속 관찰되고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가 밝혔습니다. 핵 과학자들은 경수로가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북한이 빠르게 핵무기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경수로 가동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개회사에서 “2023년 12월 21일 ‘북한 핵 프로그램의 최근 진전’에 관한 성명에서 언급했듯이 IAEA는 영변의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온수가 배출되는 것을 관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같은 관측 결과는 원자로에 최초로 핵연료를 정전해 각종 시험을 하면서 출력을 높여가는 시운전과 일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 “As I noted in my Statement on Recent Developments in the DPRK’s Nuclear Programme on 21 December 2023, the Agency has observed the discharge of warm water from the cooling system of the Light Water Reactor (LWR) at Yongbyon, which is consistent with the commissioning of the LWR. Since my Statement, the Agency has continued to observe a strong water outflow from the LWR’s cooling system.”
그로시 사무총장은 “성명 발표 이후 IAEA는 경수로의 냉각 시스템에서 강력한 물 유출을 계속 관찰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010년부터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했지만 지난해에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영변 경수로의 발전 용량은 25~30메가와트로 추정됩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영변에서 다른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며 “2023년 10월 초 이래 5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 징후가 지속되고 있으며, 앞서 보고됐던 원심분리기 농축시설과 그 부속시설의 가동 징후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 “Other activities continue at the Yongbyon site. There have been ongoing indications of the operation of the 5MW(e) reactor since early-October 2023, and also indications of the ongoing operation of the reported centrifuge enrichment facility and its annex. The Nuclear Test Site at Punggye-ri remains occupied and prepared to support a new nuclear test, the conduct of which would contraven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would be a cause for serious concern.”
그러면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사용 중(occupied)이며 새로운 핵실험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새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며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경수로 건설과 운영을 포함한 북한 핵 프로그램 지속과 추가 개발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 “The continuation and further development of the DPRK’s nuclear programme, including the construction and operation of the LWR, are clear violations of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deeply regrettable. I call upon the DPRK to comply fully with its obligations, to cooperate promptly with the Agency in the full and effective implementation of its NPT Safeguards Agreement and to resolve all outstanding issues, especially those that have arisen during the absence of Agency inspectors from the country. The Agency continues to maintain its enhanced readiness to play its essential role in verifying the DPRK’s nuclear programme.”
그러면서 “북한이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IAEA와 신속히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특히 IAEA 사찰단이 북한을 떠나 있는 동안 발생한 모든 미해결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강화된 준비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IAEA는 지난 2009년 북한의 요구로 철수한 뒤 북한 핵시설을 검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수로에서 다량의 플루토늄 생산 가능”
전문가들은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가 현재 가동중인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보다 훨씬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4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경수로가 실제 완전 가동에 들어가려면 몇 달에서 1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수로를 “최대 전력으로 가동하면 약 20킬로그램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Our estimate is that it could produce about 20 kilograms of weapons grade plutonium here once it's at full power. So you could estimate they could increase their arsenal by 5 to 10 nuclear weapons per year, which is significantly faster than they've ever done to this day in our in our assessments. I don't think we ever got above six weapons a year.”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매년 5~10개의 핵무기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생산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출신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도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새로운 경수로 가동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 역량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The operation of the ELWR is an important step in building further nuclear capabilities. It provides opportunities for the introduction of miniaturized nuclear weapons, which KJU has repeatedly stated being the current goal. This means not only more plutonium for the weapons program, but capabilities to produce tritium for boosted and smaller nuclear weapons.”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는 북한이 현재 목표로 삼고 있는 소형화된 핵무기를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더 많은 플루토늄 뿐 아니라 강화형 소형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삼중수소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경수로에서 조사된 연료가 배출되는 시점을 2025년으로 예상하면서, 2025년 말에는 새롭게 분리된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First discharge of irradiated fuel will likely take place in 2025, and substantial amounts of newly separate plutonium will be available earliest by the end of the year. But there are also some additional construction activities taking place in Yongbyon. They will likely enhance nuclear capabilities further.”
그러면서 경수로 활동에 더해 영변에서 시설 확장과 개축 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북한의 핵 능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날 그로시 사무총장의 풍계리 핵실험장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새로운 진전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실험장을 유지하고 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정치적 혹은 기술적인 이유로 7차 핵실험을 유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y’re keeping it and ready to do a test. But we don't know why they're not testing. We really don't know. Is it political? Is it a technical problem?”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풍계리는 예전부터 이런 상태였다”며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먹으면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멀러 연구원] “Punggye-ri has been in this status for a while now. It doesnt meaning that they are preparing for a nuclear test but that they could conduct a test should they choose to. Trying to predict when they test hasn't yielded compelling results, so if they decide to conduct another nuclear test, the imagery signatures leading up to it wouldn't likely help in predicting it.”
그러면서 “핵실험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설득력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을 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영상 자료를 통한 징후들은 그것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