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핵 역량 검증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과 시간 부족 등도 주요 도전 과제로 꼽았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최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언급한 중간 조치는 비핵화 과정에 기여하고 생산적인 관여 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임기 막바지의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저는 행정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매우 늦었다는 비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북한 당국자라면 어떤 협상에 관심을 보이기 전에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하기에 더 나은 정부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중간 조치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역량이나 핵물질 생산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인데, 중간 조치에 미국과 북한이 모두 합의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 동결을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비핵화 약속을 모두 어기고 핵 역량을 진전시켜 왔으며,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은밀한 핵 역량 진전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테렌스 로리그 /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
“북한은 검증을 공짜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일종의 보상을 기대합니다. 또 미국과 한국의 국내 정치를 보면 현재 시점에서는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는 것에 관심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연이어 비핵화 중간 조치 입장을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무기고가 계속 늘어나고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 온 대북정책으로서의 비핵화가 효과가 없다는 우려가 행정부 내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에 나설 의지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의 선의를 악용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
“정확히 12년 전에 저와 미국의 전문가, 전직 관리 등 여러 사람이 뉴욕에서 북한 외무상을 만나 회담했습니다. 북한 외무상은 당시 미국이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동맹의 존재, 주한미군 주둔, 미국의 핵우산을 그런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위협을 제거하면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고 그러면 아마 10년~20년 안에 비핵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북 협상의 주제를 비핵화에서 군비통제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단계적 조치 등의 접근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북한에 나쁜 신호를 줄 수도 있으며, 그때가 되면 화두는 더 이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핵을 얼마나 더 줄일 것이냐는 두고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