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거부권을 사용해 유엔 대북제제위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무산시킨 데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한국은 특히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행위를 비호했다고 비판했고, 미국은 북한과의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한국 외교부는 28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 표결 결과가 발표된 직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및 감시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체제와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한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김인애 부대변인도 29일 러시아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막아 북한의 불법 행위를 비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전문가패널 활동이 중단돼도 대북제재 준수 의무를 다할 것이며, 북한이 잘못된 길을 포기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 역시 러시아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북한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역내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매튜 밀러 / 미국 국무부 대변인
“오늘 거부권과 기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규정한 모든 안보리 결의안과 유엔 조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북한에 맞서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의 불법적 행동과 위협을 막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조력자들의 노력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통해 같은 뜻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할 것입니다.”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무모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부과한 중대한 제재를 더욱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피하고자 전문가패널을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은 투표에 기권한 중국과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가 전문가패널 활동에 두려움을 느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 전 백악관 NSC 국장
“중국과 러시아는 전문가패널이 자신들의 제재 위반 지속 사실을 계속 폭로할까 봐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러시아는 (패널 임기를 연장하면) 4월 30일 이후 대북제재를 위반한 러시아와 북한의 직접 협력에 대한 전문가 패널의 문서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3년간 전문가패널의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 연구원은 28일 VOA에, 전문가패널의 부재는 국제사회의 제재 집행 이행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의한 임기 연장 부결은 재앙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패널의 부재로 국제사회가 제재 이행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북한 정권의 불법 행위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얻기가 앞으로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