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버서 미 인기 애니메이션 작화 다수 발견”…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는 22일 북한의 IP 주소를 사용하는 인터넷 서버에서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미국 거대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 = 38노스 웹사이트 캡처

북한의 인터넷 서버에서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미국 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대북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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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서버서 미 인기 애니메이션 작화 다수 발견”…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의 외주 작업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IP 주소를 사용하는 인터넷 서버에서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미국 거대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발견됐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발견된 이 서버 상에 올해 1월 한달 간 거의 매일 새로운 작화가 올라왔으며, 이 작화는 해당 서버에 문서로 올라온 주문 내역에 맞춰 작업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문서 파일에는 중국어로 쓰여진 작업 지시 사항과 그 지시 사항을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애니메이션 외주 작업을 하는 곳은 조선 4.26 만화영화 촬영소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조선 4.26 만화영화 촬영소는 북한에서 가장 크고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과거 국제 프로젝트 다수에 참여해 왔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조선 4.26 만화영화 촬영소가 2016년 미 재무부에 의해 제재 대상이 된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외주 작업 방식이 제재 하에서 은밀히 진행하기에 적합한 방식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의 저자인 마틴 윌리엄스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22일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아마존의 인기 애니메이션 ‘인빈서블’의 작화가 서버에서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선임연구원] “A lot of the graphics files we found, it said, ‘Invincible’ in the corner. And so once we knew that, we went and searched online and found the animation, and then we could see that the character was exactly the same as the ones that we were seeing in these working files.”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작화 귀퉁이에 영어로 ‘인빈서블’이라고 쓰여 있었고, 작화에 그려진 등장 인물이 현재 방영 중인 ‘인빈서블’의 캐릭터와 똑같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는 22일 북한의 IP 주소를 사용하는 인터넷 서버에서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미국 거대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 = 38노스 웹사이트 캡처

‘인빈서블’ 외에도 워너 브라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이야누: 기적의 아이’의 작화도 서버에 들어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작업된 작화가 대부분 색은 칠해지지 않은 애니메이션 작업 초기 단계의 작업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제작 일부를 중국이나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있는 기업에 외주를 통해 맡겼고 그 기업들이 다시 중국 내 북한 회사에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실제 작업이 북한 평양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선임연구원] “What we suspect happened is that they subcontracted out part of this production to companies in other countries, either China, maybe somewhere else in Asia. And then those companies either contracted with North Korean companies in China or maybe subcontracted again, and maybe again and again and again. And at some point, some of this work landed with the North Korean-run company in China, that is sending all of this stuff back to Pyongyang where the actual work takes place.”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대상만이 북한 IP 주소의 서버를 사용할 수 있다며, 북한 정부의 감시 하에 애니메이션 외주 작업이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거론된 미국 기업들이 북한에서 일부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선임연구원] “What we're saying is this really highlights just how difficult it is to verify who you're working with. Because if some of the largest companies in the US can't do it, you know, smaller companies aren't going to be able to do it. So it's just something that's very, very difficult to do. Especially with a lot of digital work that's going on, it's very difficult for people to prove who they are, but also very difficult for companies to prove whether that person is telling the truth.”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현대의 디지털 작업 환경에서 외주를 준 상대방이 어떤 대상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대북 제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사의 프로젝트에 관련된 회사들이 어떤 회사들인지 철저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VOA는 아마존과 워너 브라더스, 또 ‘인빈서블’의 제작사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와 ‘이야뉴’의 제작사 유니크 스튜디오에 보고서 내용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