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식인 3명 중 1명만 자체 핵무장 찬성…미국 대외 정책 따라 찬성 늘 수도”

지난 2019년 11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 인근 상공에서 F-35A 전투기를 이용한 비활성 B61 폭탄 투하 실험이 실시됐다. (출처 : 미 국방부 F35합동프로그램국)

한국의 지식인 3명 중 1명만 자체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 정책에 따라 핵무장에 찬성하는 한국 지식인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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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인 3명 중 1명만 자체 핵무장 찬성…미국 대외 정책 따라 찬성 늘 수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9일 발표한 보고서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지식인의 34%가 한국의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내 학자와 전문가, 국회의원, 기업인, 그리고 전·현직 고위 관리 등 1천 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한국의 핵무장과 관련한 찬반 설문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설문조사 대상자 중 53%는 ‘반대한다’, 나머지 13%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무장에 찬성한다고 답한 지식인 중 68%는 스스로를 보수, 22%는 중도, 10%는 진보라고 답했습니다.

또 핵무장에 반대한다고 답한 지식인 중 36%는 보수, 28%는 중도, 36%는 진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 지식인의 34%가 한국의 핵무장에 ‘찬성한다’, 53%는 ‘반대한다’, 나머지 13%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안보 정책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지식인의 견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이번 조사로 드러난 한국 지식인의 핵무장과 관련한 의견은 일반인과는 현저하게 대조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월 한국의 민간단체 최종현학술원은 한국 국민의 72.8%가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이 수치가 76.6%에 달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한국의 지식인층이 핵무장에 찬성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한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킴으로써 생기는 국제적 위상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무장을 찬성한 지식인의 65%는 찬성 이유로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방어 역량’을 꼽았고, 17%는 ‘미국의 장기적인 안보 공약 부재’, 15%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독자적인 방어 역량’ 등을 꼽았습니다.

또 핵무장을 반대한 지식인의 43%가 반대 이유로 ‘경제 제재 및 국제 평판 악화’를 꼽았고, 26%는 ‘미한동맹에 악영향’, 20%는 ‘한반도 상에서의 군비 확장 경쟁’, 10%는 ‘중국과 러시아 등 이웃나라로부터의 안보 위협 증대’ 등을 거론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 지식인층의 핵무장 반대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핵무장 반대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미국의 안보 공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한국 방문을 위해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지휘관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동맹 보장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 행정부의 대외 안보정책에 향후 변화가 생길 경우 지식인층의 의견이 핵무장 찬성 쪽으로 크게 기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이 동맹 관계나 안보 공약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회귀할 경우, 핵무장을 반대한 지식인 중 51%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고, ‘모르겠다’고 답한 지식인 중 83%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가 29일 화상 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29일 화상 간담회에서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제외하고 북한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및 핵 관련 합의만 한다면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은 한국 지식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에 대한 의견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부소장] “If the United States were to talk about decoupling or removing troops or you know, making a deal with Kim Jong Un, just like nuclear weapons and long range ballistic missiles, but not the short range ones, that target Korea, that would be the definition of decoupling. Then this broad base group, politically based group that are not supportive and nuclearization over half of them would change their view.”

차 부소장은 핵무장 반대 지식인 중 61%는 미국과의 핵무기 공유를 선호했고 핵무장 찬성 지식인 중 54%가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선호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이 핵무장 관련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큰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미리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부소장] “And so that's significant, I think in two respects. The first is that if we ever got to this point, where the pendulum swung, there would be a big debate in Korea about how to do it, right with some saying autonomous capabilities, and some saying no, let's do sharing within the Alliance right. It's actually about the first to either autonomous or nuclear-sharing capabilities.”

차 부소장은 그러면서 향후 한국인들은 핵무장을 놓고 두 가지 선택지에서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