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뉴스] 제3국 선박, 신호 끄고 ‘북한 입항’ 추정…‘제재 위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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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선박이 북한 인근 해상에서 하루 이상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신호 장치를 끄고 북한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거 대북제재를 위반한 선박의 행태와 유사한 항적이어서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제3국 선박이 북한 인근 해상에서 하루 이상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신호 장치를 끄고 북한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거 대북제재를 위반한 선박의 행태와 유사한 항적이어서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 황해남도 장산곶 인근 해역입니다.

이곳의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지도를 보면, 지난 29일 오후 1시경 장산곶 인근 해역에서 북서쪽 약 24km 떨어진 지점에 팔라우 선적 화물선 씨씨 나인호의 운항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을 끝으로 씨씨 나인호는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약 28시간 후인 30일 오후 5시경, 전날 자취를 감춘 지점에서 약 19km 떨어진 곳에서 씨씨 나인호가 다시 포착됐습니다.

이후 씨씨 나인호는 현지 시각 1일 새벽 5시 현재 계속 남쪽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북한 방향으로 운항하던 씨씨 나인호가 황해남도 인근 해역에서 선박의 위치 정보를 발신하는 자동식별장치 AIS를 껐고, 다음 날 비슷한 지점에서 AIS를 켠 뒤 다시 등장해 북한 해역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입니다.

따라서 나인호가 사라진 28시간 동안 어디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주목됩니다.

나인호의 뱃머리가 북한 남포 쪽을 향한 점으로 볼 때 북한 항구에 기항했거나, 북한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제3국 선박이 북한 수역에 진입하면서 AIS를 끈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앞서 VOA는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북한 라진항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대형 선박의 입출항 장면을 확인했지만, AIS 자료에 근거한 마린트래픽 지도에서 이들 선박을 단 한 척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북러 무기 거래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선박이 AIS를 끄고 라진항을 드나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한국 정부는 전남 여수항 인근 해상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더 이호를 나포했는데, 이 선박도 나포되기 전까지 약 58일간 AIS 신호를 발신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더 이호는 이때 북한 남포에 들러 무연탄을 선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선박들이 AIS를 끄는 행위는 제재를 회피하고 불법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합니다.

닐 와츠 / 전 전문가패널 위원 (지난달 3일)
“일반적으로 불법 활동을 하는 선박은 북한 해안에서 50~70마일 이내로 접근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버립니다. 기록만으로는 선박이 제재 회피를 위해 북한 관할의 제한 수역에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 IMO는 이 같은 위반 사례를 막기 위해 국제 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AIS를 상시 켜두고 운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IMO 측은 지난해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 중 상당수가 AIS를 끄고 운항하는 것과 관련한 VOA의 질문에 선박이 항해 중이거나 정박 중일 때 AIS를 항상 작동시켜야 한다는 지침은 매우 명확하다고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