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대통령∙외무장관 헬기 추락 사망 공식 확인...라이칭더 타이완 총통 취임

20일 이란 북서부 바르자간 지역 산 인근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사고 당시 탑승했던 헬리콥터의 잔해가 놓여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이 취임했습니다.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이란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요?

기자) 네. 이란 정부가 20일,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라이시 대통령과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전날(19일) 아제르바이잔 국경 근처에서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하면서 실종됐었습니다.

진행자) 사고 경위부터 살펴보죠. 헬기가 왜 추락한 겁니까?

기자)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고 당시 현지에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으로 기상이 매우 좋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자간 인근 디즈마르 산악지대에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라이시 대통령이 그 곳에는 왜 간 거죠?

기자)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공동 건설한 댐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해당 댐은 아제르바이잔과의 접경 지역에 있는데요.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19일) 준공식에 참석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나고 이란 북서부 타브리즈시로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진행자) 사고 헬기에 이란 대통령 외에 다른 정부 관리들도 타고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을 비롯해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와 경호원, 보안 책임자 등 총 8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일부 매체는 9명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당시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외에 다른 2대의 헬기도 이동 중이었는데요. 이들 헬기는 정상적으로 비행을 마쳤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다음날에야 이란 정부가 라이시 대통령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했군요?

기자) 네. 19일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가 추락했다는 속보가 처음 나왔을 때도 이란 정부는 사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란 소식통을 인용한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로,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가 악천후 때문에 비행에 어려움을 겪자 비상착륙을 한 후 육로로 이동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앞서 다른 2대의 헬기는 정상적으로 비행을 마쳤다고 했는데, 그 헬기들도 같이 움직인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른 관리들을 태운 해당 헬기들도 같은 날 함께 이륙해 악천후 속에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자체의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란 군용기 대부분은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도입한 기종들이라고 하는데요.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사고 헬기는 2000년대 초에 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정부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는 건, 시신이 발견됐다는 뜻인가요?

기자) 네. 이란 국영 언론은 20일 사고 지역에서 추락한 헬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전했는데요. 이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대통령이 탄 헬기가 완전히 불에 탔다고 전했습니다. 이란 매체들은 수습된 시신들을 들것으로 옮기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란 정부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국가 발전을 위해 지치지 않고 일했으며, 조국에 봉사하던 중 자신을 희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 나라의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탄 헬기가 추락했는데, 수색 작업이 좀 늦었던 건 아닙니까?

기자) 사고 지역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600km가량 떨어진 외딴곳인데요. 워낙 험준한 산악지대인 데다 짙은 안개에 날이 저물어 추락 지점을 찾기까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란 당국은 구조대와 군 부대를 급파해 수색작업을 벌였는데요. 하지만, 가시거리가 5m도 안 되는 등 현장 접근 자체가 힘들어 12시간 이상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란에서는 대통령 유고 시,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이란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승계하고, 50일 안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이란은 부통령이 12명인데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모하마드 모크베르 제1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했습니다.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절대권력을 갖고 있어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권력 공백이 예상되지는 않는데요.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향후 중동과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라이시 대통령은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기자)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검사장, 검찰총장 등을 역임한 법률가 출신으로, 반체제 인사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헤란의 집행자’, ‘잔인한 도살자’ 등으로 불리기도 했고요. 독실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서,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최측근으로 꼽혀왔습니다.

진행자)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에 대해 국제사회는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네. 시차 등 이유로 중동 주변국들의 반응이 먼저 나오고 있는데요. 파키스탄은 20일 하루를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이란의 국가적 비극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충격을 금치 못한다면서 “인도는 이 슬픔의 시기에 이란과 함께한다”고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도 ‘깊은 슬픔’을 표했고요. 무하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도 “UAE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이란과 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고를 보고받았다고만 밝혔습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은 뛰어난 정치인이었다면서 “러시아의 진정한 친구로서 양국의 선린관계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인민들이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20일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이 타이완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타이완으로 가봅니다. 타이완 총통 취임식이 있었군요?

기자)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당선인이 20일 타이완 총통에 공식 취임했습니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이날 수도 타이베이 총통부 청사에서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타이완의 16대 총통이 됐음을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진행자) 라이 총통이 취임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한데요. 주요 발언 내용 살펴보죠.

기자) 네.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공산당 일당체제인 중국을 겨냥해 타이완의 민주주의 체제를 적극적으로 부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은 ‘민주주의 세계의 MVP’ 최우수 선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타이완의 민주주의 활력을 선의의 힘으로 활용해 타이완의 발전을 촉진하고 국제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전임 차이잉원 총통은 타이완의 독립을 공공연히 주창해 중국과의 갈등이 깊어졌는데요.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중국에 대해서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라이 총통은 새 정부가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타이완 독립에 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양새였습니다. 함께 평화와 상생의 번영을 추구하자고 했는데요. 중국이 중화민국(타이완)의 존재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타이완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선의로 대결보다는 대화, 봉쇄보다는 교류를 택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중국은 필요시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며 타이완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라이 총통은 중국의 수많은 위협과 침입 시도에 맞서 타이완이 국방력을 강화하고 경제안보를 개선해서 안정적이고 원칙적인 양안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해 ‘억지력’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라이 총통이 중국을 향해 협력과 견제라는 이중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타이완은 지금 외교적으로 중국에 점점 밀려 고립되는 형국인데요. 그래서 이번 라이 총통 취임식에 어느 나라 정부가 축하 사절단을 보낼지에도 관심이 쏠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공동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관례적으로 타이완 총통 취임식에 현직 정부 관리들이 아닌 전직 관리, 학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보내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40명의 의원 대표단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밖에 교황청이 특사를 파견하는 등 50여 개 나라가 공식, 비공식 대표단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타이완 새 총통 취임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은 타이완을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대통령에 해당하는 ‘총통’이라는 직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라이 총통 취임에 앞서 최근 몇 달 타이완 인근에 군용기를 배치하고 해안경비대의 순찰 빈도도 늘렸는데요. 타이완 국방부는 19일부터 20일 사이, 중국 군용기 6대가 타이완해협 중간선을 넘어 타이완 북서부와 남서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압박을 비롯한 대외적인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타이완 내부 상황도 녹록한 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민진당은 타이완 입법회에서 다수당이 아닙니다. 지난 1월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그 때문에 중국에 우호적인 야당인 국민당과 협력을 통해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17일에도 입법회 개혁안을 놓고 민진당과 국민당 의원들 간에 난투극이 벌어지는 등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청년 일자리 문제, 저임금, 높은 주택 가격 등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동시에 신청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ICC가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체포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ICC는 또 같은 날, 야히와 신와르, 이스마엘 하니예, 모하메드 디아브 등 하마스 지도자 3명에 대한 체포 영장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ICC가 무슨 혐의로 이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한 건가요?

기자)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성명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이 2023년 10월 8일부터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의적 살인, 전쟁범죄로서의 살인, 고의적 상해, 의도적인 민간인 공격 지시 등의 행위를 열거했습니다.

진행자) 칸 검사장이 말하는 합리적 근거라는 게 뭘까요?

기자) 네. ICC는 그동안 생존자와 목격자 인터뷰, 영상과 사진, 오디오 자료 등을 수집해 분석해 왔는데요. 칸 검사장은 성명에서 이를 통해 이 두 사람이 ‘로마조약’의 여러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도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그 권리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하마스 지도자들에게는 어떤 혐의가 적용됐습니까?

기자) 하마스 지도자 3명에게는 살인, 인질 강간과 고문, 포로에 대한 잔혹한 대우 등의 혐의가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며 체포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아직 체포 영장이 발부된 건 아니군요?

기자) 네. 체포 영장 발부는 ICC ‘전심재판부’ 판사들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칸 검사장은 판사들이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 ICC 사무국장과 협력해 대상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는데요.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 ICC 회원국은 대상자를 체포할 의무가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도 ICC 회원국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그래서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ICC는 지난 2002년 120여 개국이 서명한 로마 조약에 근거해 설립됐는데요. 반인도적 범죄와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ICC에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현재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ICC 의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에 ICC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ICC는 지난 2015년에 팔레스타인이 로마 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은 ICC의 관할에 속한다고 유권 해석했습니다. 여기서 팔레스타인 영토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말합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정부는 ICC의 체포 영장 신청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ICC가 이스라엘의 권리를 부정하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해왔습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잔혹한 테러분자들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정부를 비교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시도이자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던 야당 지도자들도 분노를 표하고 있는데요.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당 대표는 ICC의 결정을 재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도 역사적인 규모의 범죄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