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라이시 대통령 수색 도움 요청"... 왕이 중 외교부장, 상하이협력기구 외무장관 회의 참석

이란 구조대가 20일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일행을 태우고 추락한 헬기를 찾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이란 정부가 지난 19일 추락한 헬기에 타고 있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수색 작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었다고 미국 정부가 20일 밝혔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의 산업 정책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조를 촉구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이란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지난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사망했는데요. 헬기가 떨어지자 라이시 대통령 일행을 찾는 것을 도와 달라고 이란이 미국에 요청했었다는 발표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이란 정부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외국 정부 요청에 응하는 것처럼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이란 측에 답했지만 “결국 돕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수색작업을 지원하지 못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밀러 대변인은 주로 “수송(logistical)” 문제 때문에 지원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러 대변인은 이란 정부가 사고가 나자 바로 도움을 요청했음을 시사했는데요. 하지만 이란 정부와 어떻게 소통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나 언급을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이 이번 사고에 대해 애도를 전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또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함에 따라 이란 국민들, 그리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위한 그들의 투쟁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성명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적성국 지도자들이 사망하더라도 이렇게 애도를 나타냅니까?

기자) 아닙니다. 종종 그렇게 하기는 하는데,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미국은 과거 옛소련 최고 지도자인 이오시프 스탈린과 김일성 북한 주석,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망했을 때 조의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이번에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에 대해서 언급했군요?

기자) 네. 커비 보좌관은 20일 기자들에게 라이시 대통령이 손에 피를 많이 묻힌 사람이었고, 잔혹한 학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이 애도를 표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경우에서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명 손실에 대해 분명히 유감을 나타내고, 적절한 공식 애도를 전한다”고 커비 보좌관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사고의 원인이 헬기 고장 탓이라는 보도가 나왔죠?

기자) 네.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라이시 대통령 일행이 탄 헬기가 기술 결함으로 추락했다고 20일 보도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결함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장기간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데, 제재가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는 주장이 이란 쪽에서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 항공산업에 제재를 부과해 온 미국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IRNA’통신이 20일 전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연구기관인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인 사남 바킬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에 이란 항공 부문이 장기간 제재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란에서는 헬기뿐 아니라 비행기 추락 사고가 아주 잦았고, 이번 사고가 분명 제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제재가 이란 항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요?

기자) 네. 제재 탓에 신형 기종을 들여오지 못합니다. 또 기존 비행기를 개수하거나 이들 기종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은데요. 그래서 이란에서 비행기 사고가 잦다고 합니다.

진행자) 라이시 대통령이 탔던 헬기가 어떤 기종입니까?

기자) 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추락 현장 사진을 분석해 사고 기종이 미국 벨사가 만든 ‘벨 212’ 기종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기종이 베트남전쟁 시기에 활약한 군용 휴이 헬기의 민수용 기종으로 널리 사용됐는데, 지난 1968년에 처음 비행했고, 최대 15명이 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라이시 대통령 일행이 노후 기종을 탔다가 사고를 당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에 벨 212 15대가 등록돼 있는데, 평균 기령이 35년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란은 VIP용으로 이번에 추락한 헬기를 포함해 벨 212를 총 5대 운용하고 있었다는데요. 벨사 측은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 상태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커비 보좌관은 미국의 제재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네. 먼저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타브리즈에서 장례 의식이 열립니다. 이어 희생자들 시신은 콤으로 갔다가 수도 테헤란으로 이송된 뒤 22일 장례식이 거행됩니다. 장례식이 끝나면 라이시 대통령은 23일 고향 마슈하드에 안장되는데요. 앞서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5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이 20일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악수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왕이 부장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 있는 나라인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습니다. 왕 부장은 이 곳에서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회의에 참석한 외교 수장들을 만났습니다. 참고로 SCO는 지난 2001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해서 만든 정치·경제·안보협의체인데요. 회원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 등 모두 8개 나라입니다.

진행자) 왕 부장이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서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두 사람이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러시아 외무부는 양측이 특히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중국 내정에 제3국이 간섭하는 것을 강하게 규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왕 부장은 타이완 문제에 대해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왕 부장은 타이완과 관련한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국이 결국, 그리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역사의 추세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왕 부장이 라브로프 장관 외에 다른 나라 외교 수장들도 만났을 텐데, 여기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기자) 네. 왕 부장은 SCO 참관국인 벨라루스의 세르게이 알레니크 외무장관을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과거 양국 정상이 합의했던 항목들을 벨라루스와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또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외무장관을 만나 각각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조했는데요. 이들 나라 장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며,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한 상호관계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최근 중앙아시아 나라들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정상회의가 열리는 등 중국은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나라와 중국 사이 교역액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양측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이렇게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들은 모두 무슬림 국가로 중국의 이웃나라들인데요. 많은 전문가는 중국 서북부 지역의 전략적 안전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목적 외에 중국 서북부 지역에 안정적인 대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진행자) 중국 서북부에는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있죠?

기자) 네. 이 곳은 대다수 주민이 무슬림인데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이 주변 무슬림 나라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하는 겁니다.

진행자) 중앙아시아 지역은 과거 대부분 옛소련에 속한 지역들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에 소련이 무너졌어도, 여전히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면서 장악력이 약해지자 중국이 이 틈을 파고들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독일을 방문 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옐런 미 재무장관이 21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에서 열린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념 연설에서, 중국의 산업 정책에 맞서 미국과 유럽이 전략적이고 통합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국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대량 생산해서 초저가로 풀고 있는 게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도한 산업 역량이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물론,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나라들의 산업 발전까지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중국의 산업 정책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옐런 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요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닷새 일정으로 광저우와 베이징을 방문해 허리펑 중국 부총리, 판공셩 중국인민은행 총재, 류허 전 부총리 등 중국 관리들을 만났는데요. 중국의 과잉 생산과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 문제가 옐런 장관의 방중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옐런 장관은 중국 관리들에게, 중국의 생산 능력이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일부 품목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일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25%로 3배, 반도체 관세는 50%로 2배 인상하는 등, 여타 전략 산업에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고 밝혔는데요. 옐런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전기차100% 관세는 전략적이고 목표가 있는 조처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유럽연합(EU)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유럽 시장에서는 특히 저가의 중국 자동차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와 관련해 EU가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생산 업체에 불법으로 보조금을 지원했는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그 결과 충분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EU는 오는 11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서방의 이런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강력히 반발하면서 중국의 산업과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 직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조치는 전형적인 횡포이자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면서, 일부 미국 인사는 자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잃었다며 맹렬히 비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옐런 장관의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24일과 25일 이탈리아에서 주요7개국, 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결된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해외 자산 문제와 중국의 과잉 생산 등의 안건이 이번 G7재무장관 회의의 주요 의제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